습작일기15 20200401 오늘의 고찰 - 비누 더러운 손으로 너를 만진다 조심스레 너를 감싸쥐면 피어오르는 꽃거품이 되어 내 죄를 씼어주는 너. 모든 것이 거품과 함께 사라져 간다. 미안해 너를 잃기 위해 너를 만나서 덩그러니 놓여진 너는 수척해졌구나. 점점 작아지고 약해져도 네 향기가 나와 함께 하는거야. 2020. 4. 1. 20200331 오늘의 고찰 - 립글로스 너의 몸통을 부여잡고 내 입술 위를 덧그릴 때 너는 말하지 비뚤어졌다고 나는 답하지 흡수할거라고 블링블링 반짝이는 입술위를 미끄러지듯이 타고 넘어 보렴 아름답다고 말해주렴 2020. 3. 31. 20200330 오늘의 고찰 - 커튼 네 한 몸 바쳐 뜨거운 햇살아래 나를 편히 쉬게 하고 내 잠을 어지르는 별빛, 달빛 촘촘히 가려주고 때론 살랑살랑 내 마음을 간지르는 너 나를 가려줘 나를 밝혀줘 이중적인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너를 묶어 놓을 때면 너는 한없이 부풀어 오르고 그 바람을 타고 나는 너 대신 날아 오른다 훨훨 어디까지고 멀리. 2020. 3. 30. 20200329 오늘의 고찰 - 인형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삶을 따라 살아 가는 너와 그저 그런 대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뭐가 다를까. 꾸며진 얼굴로 항상 웃는 너와 가면을 쓴 채 웃고 있는 내가 뭐가 다를까. 너는 다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너를 볼 때 마다 점점 알 수 없어 진다. 네 등짝에 누워 멍하니 생각에 잠길 때면 내가 너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너도 슬픔이란 걸 느낄까. 그럴 땐 나를 베고 누워 너의 슬픔을 나눠주렴. 2020. 3. 29. 20200328 오늘의 고찰 - 계산기 사람들은 너를 계산적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너를 숫자로만 바라보지 않아. 사람들은 너를 매번 두드려 대지만 나는 너를 두들기고 싶지는 않아. 사람들은 다양한 기능이 많다며 너를 선택하지만 나는 너의 투박한 디자인에 반했어. 필요할 때면 언제나 곁에서 도움이 되어주는 너.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건전지를 갈아주거나 너를 내리쬐는 햇볕에 장기간 놓아두는 일 네가 온 힘을 다해 뜨거워지려 노력할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나야말로 계산적인 자가 아닌가. 오늘 만큼은 너의 마음을 조심스레 두드려 보고 싶다.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2020. 3. 2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