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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일기

공무원 시험

by 뽀야뽀야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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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만을 기다려 왔다

 

사실 시험 준비가 철저하고 완벽해서.

이 시험이 끝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 중에 속하지 못할 것 같다.

[장수 생막걸리]가 떠올라서 괴로웠다던 카페의 어느 글에서

나는 커서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2021 지방직 공무원 시험 당일인 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나 일찌감치 준비를 했다.

씻고, 아침먹고, 전날에 미리 싸놓은 가방을 한 번 더 확인하고.

고맙게도 시험장에 같이 가준다는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 가득안고.

집을 나서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은 상큼한 느낌.

 

게다가 어제는 정말 희한하게도 택배 하나가 잘못 배달이 되어서.

택배 주인을 찾아주기까지 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이 옷을 제 때에 배송받지 못해서 얼마나 가슴 졸이고 있을까.

그런 마음이 들어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해보았으나,

모르는 전화라 그런지 받지를 않으시더라고.

그래서 엄마와 같이 해당 동 경비실에 가서 택배가 잘못되었으니,

연락 좀 넣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다시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더라.

굉장히 머리 회전이 빠른 분이셨다.

부재중 전화가 택배 관련이라고 생각이 딱 드셨나 보다.

한껏 감사인사를 하시던 원래 택배 주인님은 친절했다.

조금의 보람찬 기분을 느꼈다.

시험 장에서는 역시나 길을 헤맸다.

건물이 꽤나 커가지고 해당 고사장을 찾는데 애를 먹은 것이다.

위층으로도 올라가 보고 복도 끝까지 뛰어가보고.

별짓 다하다가 결국 찾아서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도 창가자리도 아니고 벽자리도 아니었다.

왠지 안심이 되는 반 중앙의 자리.

책걸상도 삐걱대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100분 안에 100문제를 푼다.

어쩌면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이다.

수없이 연습해 왔지만. 

그래도 언제나 실전은 떨린다.

시험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떨리던 심장이

어느새 고요해 지는 순간이었다.

 

타종 소리에 맞춰 사락사락 종이 넘어가는 소리.

똑딱똑딱 손목시계 일하는 소리만이 울려퍼지는 교실.

왠지 모르게 술술 풀어나가는 내 자신이 기특하다.

사실 1월부터 준비해왔기는 하지만,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공부보다 딴짓거리를 더 많이 한 것도 같다.

그래도..........하는 요행을 바라면서.

15분을 남기고 문제를 다 풀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작게 내쉬었다.

같은 반에 바스락 빌런이 있어서 살짝 신경쓰이긴 했지만.

꽤나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이번 시험, 되게 가벼운 느낌이었다.

이거 풀자고 내가 얼마나 시간을 쏟았던가.

살짝 허무해 지려고 한다.

 

집에오니 엄마도 일찍 퇴근하여 기다리고 계셨다.

같이 점심을 먹고 장보러 나갔다 오니 가답안이 올라오는 오후 2시.

방에서 빨간 펜으로 삭삭 채점을 마쳤다.

이럴수가.

쉽다고 넘겨짚었던 문제들이 우수수 나가떨어지는 모습에 상처상처.

그래도 다섯 과목 중에 꽤나 집중했던 한국사는 잘 풀어내었다.

비록 조정을 감안하고서도 형편없는 점수가 맞기는 하다.

그래도 나는 늘 그렇듯 희망을 본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남은 시간에 한 번 더 훑어볼 걸.

지금 후회해 봤자 많이 늦었지만.

 

전반적으로 고득점 하신 분들이 우수수 많이 카페에 글을 올리시는 듯.

아마도 지방직 컷은 390점대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예상하시더라.

그래도 한국인 답게 한국사를 제일 잘 봐서 다행이다.

국어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되었지. 나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왜 눈물이 나지...)

근데 매일 생활영어 하는 것도 수험 영어에는 별 도움이 안되나 보다.

영어랑 사회를 조졌으요..........(T.T)

사회는 이번 시험을 마지막으로 공시 역사에서 사라지는 과목이다.

일반행정 직렬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

뭔가 아쉽고 찝찝한 기분이다.

열렬하게 공부할 때는 90점도 나왔던 효자과목인데.

이번에 조금 어려웠다고는 해도. 이렇게나 처참할 줄이야.

영어보다 더 허무감이 밀려온다.

 

행정법은 완전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매일 아침 눈도장 찍은 보람이 있었네.

확실히 공부에 들인 시간 만큼 점수가 나왔다.

하긴, 공부를 해야 점수가 잘 나오지.

 

시험 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지치고 피곤하고 이제 쉬고 싶고 그런 기분인데.

용케도 저녁 라디오를 챙겨 들으니 다시 기운이 충전되었다.

세상 만사가 다 이런 것이 아닐까.

힘들고 어려운데 한 발짝 내딛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그냥 씨익 웃어 넘길 수 있는 것.

그나저나. 내게 큰 과제가 주어졌다.

이제 사회과목이 사라지니 나는 행정학을 새롭게 공부해야 한다.

처음부터 새 과목이랑 친해지려니 영 쉽지 않다.

생경하다.............너란 과목.

일단 선생님을 정하고, 열심히 해보기로 마음먹었으니.

게다가 나는 전국 순환 보직을 원하지 않으므로.

4월 국가직을 건너뛰고 내년 6월 즈음에 있을 지방직을 노려야겠다.

그러니 새과목에 대한 두려움은 접어두고.

또 11월 즈음에 있을 임용고시를 준비해야 한다.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면 참 좋을 텐데.

입력도 느리고 전환도 느리다.

 

모처럼 전공 기출 문제집도 구매했으니 힘차게 달려 봐야지.

어째 젊은 날을 시험으로 다 보내고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될 때까지 해 본다는 생각으로.

그래도 나는 이렇게 여러번 도전할 기회라도 주어진 게 어디냐고.

행복에 겨운 소리를 지껄여 본다.

오늘 시험 끝내신 모든 수험생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러고보니, 회계 시험도 오늘이던데.

다들 잘 보셨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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