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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변기줄

by 뽀야뽀야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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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블라인드 줄 같은게 끼워져 있는 것이 한 세트이다.

변기 레버를 일어나면서 성의없이 눌렀더니 그만.

변기줄이 뚝 하고 끊어져버렸다.

당황도 잠시, 언능 변기줄 교체 이런 키워드로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1~2천원이면 이 변기줄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집근처에 철물점이 있어서 

엄마와 같이 사러 나갔다.

 

인터넷에서는 1세트에 1000원가량 한다고 하였는데.

그새 물가가 오른 것인지 2200원을 내고 가져왔다.

아침부터 현금이라 아저씨께도 당당하게!

 

그리고 변기줄 가는 것은 동생의 몫이 되었다.

궁시렁 하면서도 진지하게 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역시 집안에 손기술 좋은 남자는 꼭 있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내방 전등 갈 때도 느낀거지만 말이다.

내 안의 부주의가 끓어올라 실수를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제발 침착하게 행동하라고 동생이 수없이 말하지만, 그 때 뿐인 것 같다(T.T)

어떻게 하면 이 방방 뛰어오르는 기분 상태를 좀 가라앉힐 수 있을까...?

아빠 생각 진지하게 하기? 남길 생각 해보기?

아아, 모르겠다.

 

그리하여 지금은 레버가 아주 탱탱하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근데 변기줄이 생각외로 꽤나 간단하고 허술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블라인드 줄이라고 칭했는데.

알알이 있는 줄을 말하는 것이다.

되게 잘 끊어지게 생겼는데 말이다.

이게 규격이라니.(흥칫뿡)

 

그리고 날이 좋아서 점심먹고 운동을 가기로 했다.

어제의 일인데 엄마 지인분께서 좋은 공원이 하나 있다고.

거기 가보라고 추천해주셔서 엄마와 같이 찾아가는데.

아니 아무리 걸어도 보이지 않는 공원!

한참을 근방을 헤매다가 포기하려는데 딱 찾아 내었다.

역시 끝의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되는 거야...!

 

아담한 크기의 공원에는 예쁜 꽃도 나무도 없었지만.

쉼터가 많이 조성되어 있어서 주변 구경하기에 좋았다.

이미 정자에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앉아있었다.

우리도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숨을 돌리곤 했지.

 

그리고 이모께 전화가 걸려와서 

한동안 공원 끄트머리에 쭈그리고 앉아 전화통화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조카얘기, 서로의 근황, 힘든 점은 없는지... 그런 것들을 주고받는

엄마와 이모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또 느꼈다.

다들 우리 가족을 걱정하고 계신다.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지 궁금해 하신다.

하지만, 뭐 별일 없이 산다.

하루하루가 의미있고 소중하고 그렇다.

비록 하릴없이 변기줄도 끊어먹고 그렇긴 하지만.

운동하러 나가서 운동은 안하고 네잎클로버 찾고 그러고 있지만.

이렇게 엄마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 하나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긴지 꽤 되었는데 왠지 들어서기가 좀 그래서

지나치며 다녔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동생녀석이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0을 아주 좋아한다.

본인이 산책하다가 발견했는지 들뜬 목소리로 부탁을 하기에.

그래서 구입한 바닐라 피칸맛 위0.

무려 4000원이었다.

본인이 원하면 사면 될 것을.

왜 굳이 엄마에게 부탁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긴 간식값으로 나가는 돈은 왠지 아까우니까.

 

앞으로 슈퍼들은 무인 기계로 대체가 될까?

자판기로 대체가 될까? 일본처럼?

왠지 바코드를 찍고 키오스크를 이용해 결제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롯데리아도 키오스크 주문 방식을 쓰던데.

직원입장에서는 애매한 일이지.

몸이 편해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기계가 언젠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고 

그러면 영원히 쉬게 될지도 모를 일 아닌가.

더이상 가게에 나오지 않아도 좋네. 라는 말 같은 거 듣기 싫은데 말이다.

 

변기줄을 쉽게 갈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천만다행이었던 어느 주말의 콩닥거리며 오르내리는 가슴.

그리고 그 새가슴의 주인인 나.

 

어제는 길을 헤매느라 약 9000보밖에 걷지 못하였다.

근데 그 공원보다는 동네 공원예정부지가 더 걷기 좋은 것 같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하지 않던가.

괜한 일거리 만들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다.

그런데 동네 싸돌아 다녀보니까.

아직 우리가 못 가본 곳이 참 많더라고.

공원까지 가는 길목이 되게 낯설어서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길가의 눈물까지.

아빠가 자주 구매하시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장사하고 계시더라.

아빠생각이 나서 조금 가슴이 찌릿 아팠지만.

이제는 많이 괜찮아 졌다.

과일 대장이었던 우리 아빠.

이제 더이상 과일 못 드셔서 어떡하나.

아쉽고, 후회되고, 걱정되고, 슬프고 하는 이 사악한 감정들을

꼭꼭 눌러 담았다가 때가 되면 풀어헤치며 펑펑 울어야지.

그 날을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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