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짱짱 허용맨이다.
뽀야 공부에 관한 사항은
전부 뽀야에게 위임한다.
뽀야가 공부하다가 쉰다고 해도
뽀야 몸 상할까봐 묵묵히 지켜봐 주시곤 한다.
생각해보면 이거 안 돼 저거 안 돼
이런 얘기는 어릴 때 이후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빠도 젊은 시절에는 성격이 좀 괴팍해서
불같이 화도 잘 내고 엄한 데 화풀이하고 그러곤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누그러지고
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좋은 글 좋은 말 많이 배우면서 뒤늦게 인생의 정수를
알아가신 것 같다.
또 항상 차에서는 라디오를 들으시면서 모르는 세상일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해박했던 아빠였다.
그렇게 안 되는 일 없이 질주하며 살았던 뽀야 인생에
[안 돼]가 늘어난 건 의외로 자상했던 엄마가.
방청소 해라.
책상에 먼지 좀 쓸고 해라.
샤워 좀 자주 해라.
머리카락 좀 주워라.
허리 제대로 해라.
고개 내밀지 마라.
턱 집어 넣어라.
배 내밀지 마라.
드러운 손으로 눈 비비지 마라.
컴퓨터 좀 그만 해라.
운동해라.
맨날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대답 1번지가
[컴퓨터 오래 하니까 그렇지.]
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인터넷강의를 한창 보던 때라.
아침 9시에 공부 시작하면 저녁 9시까지
계속 모니터 앞에서 밥먹고 소화시키고 공부했으니까.
그래도 취침시간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학교생활 성실하게 잘 마칠 수 있었고
문제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 일을 구하고 그러니까
적어도 취침 시간을 10시까지는 연장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서 연습하고 있는 거지.
엄마 아빠와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는데.
내가 집안일도 많이 도울 수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뭐 뛰어나게 잘 한 것도 아니여.
뭐든지 공부한다는 핑계로 나 편하자고
생활을 회피하고 그래 온 나날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생활에 쓸모 없는 능력만 가진
똥멍충이로 자란 것인가.
책 빨리 읽고 설명서 보는 거에 능하고
뭔가의 설치를 빠릿하게 하고(단. 컴퓨터의 경우)
고작 그정도밖에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를
뭐가 좋다고 그렇게 오래 해왔는지.
또 하고 있는지.
그래서 요즘은 공부보다 삶에 집중하려고 노력 많이 하는 편이다.
거실에 앉아 엄마와 TV보며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같이 드라마도 보고.
날이 춥지 않을 때는 산책도 가고.
거실에 나와있는 꽃나무들 돌보기도 하고.
계량기 검침을 챙기고.
공과금 자동이체를 확인하고.
장보러 꼭 같이 가고.
그런데 이런 사소한 일들이 공부보다 더 어렵다.
때로는 귀찮고 성가시다.
그런 일들을 묵묵히 몇 십년동안 해 오신 엄마는
어떻게 지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전업주부도 아니고 워킹맘인데
어떻게 집안 일 바깥일 다 순조롭게 경영하고 살아왔는지
정말 슈퍼 맘이다 우리 엄마는.
아빠도 마찬가지다.
집 안에 아빠 손이 안 미친 구석이 없다.
바쁘게 일하시면서도 집안일 하나하나 꼼꼼히 돌봤던
아빠는 슈퍼 대디였다.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게 바로 뽀야이다.
나. 자신감 가져도 좋아.
세상에서 1위를 해본 적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 앞에서는 1등 자식.
제일 사랑하는 내새끼가 바로 나다.
자부심 더 가져도 좋아.
그렇게 말해 주실 것 같다.
[You still my NO.1]
나도 그렇게 말씀 드리고 싶다.
당신은 여전히 내게 넘버원이라고.
짱짱 허용맨 우리 아빠는
내가 돌고 돌아 다시 이 자리에 온 것에 대해
지난날을 후회하지 말고 열심히
능력 발휘해 보라고 그렇게 웃으며 손짓하고
계실 것만 같다.
왜냐고?
아빠는 짱짱 허용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