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하루.
일요일을 맞이하여 모처럼 대청소를 하고 있는데,
환기하느라 받쳐두었던 소화기를 쳐다보며 엄마 중얼중얼.
자세히 못들은 나는 다시 한 번 묻는다.
"소화기가 현관 안에 있는데 이거 여기에 원래 있었던가?"
엄마가 원하는 답을 해줄 확률 80%이라고 빨리 느꼈어야 했는데.
항상 뭔가가 부족하다. 엄마는 2% 부족해. 이 갈증 어쩌면 좋을까?!
"그거 예전에 받은거야, 되게 오래됐지?"
OLD한 소화기 또 그냥 못 지나치시는 우리 엄마.
"아니, 내가 알고 싶은 건 소화기가 밖에 있었냐 안에 있었냐는 거야."
시큰둥해지기 시작했다. 대답이 벌써 성의 없어지고 있다고!!
"엄청 오래된 소화기라니까? 그거 예전부터 거기 있었어."
나는 왜 소화기에 집착하고 있지? 그냥 어디 있든 뭔 상관이야 있기만 하면 되는거지.
"그니까 안에 있었냐고, 밖에 있었냐고오!"
한동안 의미없는 대화가 휩쓸고 지나갔다고 한다.
왜 엄마는 내 의도 주위를 덧그리며 맴돌기만 할까.
내 의도가 너무나 소중해서 차마 건드리기 거시기 해서 그런 것일까.
여기서 말귀를 못알아먹은 건 분명 나지?
자책을 해본다.
돌아오는 답변은 "넌 너무 말을 어렵게 해."
아, 나는 굉장히 어려운 사람이구나.
남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길래 난 내가 지금껏 쉬운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맙소사!
개비스콘!!! 어서 와서 내 맘 속 천불을 꺼주길 바라.
별거아닌 거 가지고 입씨름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난 학습능력이 없나봐.
에고고.
그래도 뒤늦게 피어나는 엄마에 대한 사랑은
다 돌아간 빨래를 말 없이 널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찐~하게 느껴진다.
소화기는 말없이 그자리에 그대로 있다.
언넝 가서 빨래 너는 거나 도와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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