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사람 얼굴만 보면 누구인지 딱 알아 차린다.
눈썰미가 좋달까?
반면에 나는 사람 얼굴 분간을 잘 못하는 편이고
대신에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이렇게 다른 우리에게 생기는 문제들이란 단순하다.
사람들은 성격차이라고들 하더라.
하긴 이혼 할때도 가장 만만하게 갖다 붙이는게 '성격차이' 아닌가.
설마 나까지 성격차이로 고민 할 줄이야. 그것도 집에서.
사건의 발단은 생방송 투데이의 김선재 아나운서였다.
평소에 방송을 보면서 아, 왜 저 아나운서는 손을 많이 쓰지? 라는 생각을 해왔다.
약간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스타일.
어딘가 불편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그 아나운서'는 우리집 공통의 '거시기'였다.
그날도 열심히 TV를 보시는 어무이 옆에 앉아있었드랬지.
SBS 오 뉴스에 문제의 아나운서가 나왔다.
"어! 저 아나운서 그 아나운선데!!"
엄마가 단번에 얼굴만 가지고 그 아나운서를 알아챈 것이다.
"저 아나운서 어디 나왔던 아나운서지? 이름이 뭔데?"
엄마의 데이터에 이름은 없었다.
그저 얼굴만 보고 모호하게 '그 아나운서'라고 알 뿐이지.
"아 정확히는 모르겠고, 그 아나운서 맞아. 난 보면 알거든."
엄마의 애매한 감만 가지고 추리하기엔 너무 위험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정확한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확증이 필요했다.
사실 내가 모르고 있던 거였는데.
"그 뭐시기 생생정보 거기 나오는 분 아냐?"
수긍이 빠른 엄마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를 즐겨하신다.
"맞아 생생정보 거기 나와."
그런데 찾아보니 2TV 생생정보는 그 아나운서가 진행하지 않았다.
이게 왠일.
게다가 우리가 본 것은 SBS였고 그럼 SBS 아나운서가 나왔겠지.
엄마는 '그럼 생생 정보가 아닌개벼...나도 모르겄다.'를 시전.
아니, 그러면 처음부터 말을 말던가!! 궁금하게 만들어버리고 튀어버리면 안 되지.
알고 보니 2TV 생생정보가 아니라 생방송 투데이였고
그곳에 우리가 찾던 아나운서가 계셨다.
오마이 갓. 개비스콘 또 불러 와야 될 것 같은데.
아무렴 어떤가...... 점점 해탈해 가는 나를 느낀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에라 모르겠다.
엄마는 사람 굉장히 잘 알아보는 걸로.
보고 계시려나.
생방송 투데이 김선재 아나운서님.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재미나는 진행과 액션으로 매번 우리 거실에 웃음을 뿌려주는 고마우신 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드린다.
사랑해요 생방송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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