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이나요

고독한 산세베리아

by 뽀야뽀야 2021. 6. 25.
반응형

 어쩌면 백년의 고독?

 

산책하고 있는데 멀리서부터 눈에 띈 고독한 산세베리아이다.

아마 집에서 기르는 화분에서 소분해서 심어놓은 것 같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지? 진짜 진귀한 모습이다.

 

인생은 홀로 살아가는 거라고 다들 그랬다.

그래놓고는 손에 손잡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 갔지.

한자로 사람 인 자를 써보면 알 수 있다.

절대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생명체들은 다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영향을 엄청 주고 받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오늘 만나게 된 이 산세베리아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고독을 너무 즐기지 말라는 경고일까.

내가 이토록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홀로이기 때문이라고.

어서 영혼의 단짝을 만나길 바란다고.

그런 말을 건네고 싶어서 만나게 된 걸까?

예전에 손잡이가 떨어진 우산이 덩그러니 눈앞에 펼쳐졌던 일이 있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는 역시 쓸쓸한 것인가 보다.

홀로 남겨진 우산이며, 이 산세베리아며 모두 안쓰러워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은 산세베리아는 원활한 섭생이 불가한 지역에서 

탈피하여 간신히 도망쳐 나온 것일지도 몰라.

그리하여, 그는 고독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짚신도 짝이 있는데....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수험생활이 길어지다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다.

자주 만날 일도 없어지고 생일을 축하해 준다거나, 의미없는 톡을 보내거나 하는.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않다보니.

그렇게 흘러가더라고.

지금 흘러갈 인연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맞다.

앞으로 만나게 될 인연은 무수하니까.

앞으로의 삶은 더 찬란해질 테니까.

그렇게 억누르고 있지만 사실은 사람이 고프다.

마주보고 수다 떨며 환한 하늘 아래를 걷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7월이 와야 한다.

장마가 끼어 있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간만의 약속을 잡아 두었으니.

온전히 살뜰하게 누리고 와야지.

처음 지인의 집들이 가는 거라서 설레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배가 특이하다.

등뒤에 뭉쳐진 살과 옆구리 살은 빠져가는 중인데.

배 앞쪽은 불룩하게 나와있는 모습 그대로.

아, 이 녀석도 보기엔 이래도 빠지는 중인 건가?

내 삶에서 배가 안나왔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기아에 허덕이는 꼬챙이 같이 마른 아이 같은 몸을 해놓고도

배만 불룩했었다.

별명은 졸라맨이었다.

음............. 그 땐 의식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거 였을 수도.

기껏해야 운동장 돌기. 그 정도 밖에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뱃살 빼는 데는 윗몸일으키기랑 푸시업이 최고인데.

그냥, 나는 운동 의지가 없다.

유산소운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기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살이라도 빠지면 전체적으로 좀 나아지지 않을까?

많이 앉아있다보니 배가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나쁜 자세와 불룩한 배, 소화불량을 만들었다.

온통 엉망진창이 돼 버렸지.

지방직 시험 발표와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문자가 왔다.

일찌감치 합격권에서 멀어진 나는 그저 과자를 먹으며 관망 중.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을 하고 있는가? 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열심히] 라는 말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몸뚱이.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7월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기로.

허나, 점점 더워지는데 집중하기 더 힘들어 질 걸.

어영부영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다.

 

계단 물청소가 곧이라서 자전거를 집안에 들여 놓았는데.

지나가며 자전거를 바라볼 때마다.

아빠랑 같이 자전거 타던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쓰리다.

바퀴에 공기 빵빵하게 넣고 쌩쌩 운동장을 달리던.

젊고 푸릇한 시간속의 우리.

그게 행복인 줄도 모르고 살았다.

엄마를 위해 빨간 자전거를 거금 들여 사다 들여놓으신 그 마음.

엄마에게 자전거를 가르치기 위해 비틀대던 많은 순간.

그 때는 그래도 운동이 가능 했었는데.

그 시간에 나는 뭘 하고 있었지?

공부에 방해된다는 오오라를 잔뜩 풍기면서

입술은 댓발 나와가지고 뾰로퉁하게 대꾸하곤 했지.

진짜 귀찮고 이거 왜 하냐는 식으로 대했다.

정말 최고로 애교없고 밉살맞은 딸내미였다.

지금이라고 뭐 크게 다르지 않다.

맨날 엄마의 상처를 후벼파는 대꾸를 하는가 하면.

속을 벅벅 긁기도 하고.

소중한 걸 바로 옆에두고 알아채지도 못하는 일이.

또 반복되게 해서는 안 돼.

살면서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정말 차고 넘쳐서 큰일이다.

책상머리에서 하는 공부는 삶의 진실에 1%도 다가가지 못해.

그걸 알면서도 여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나의 사정이 딱하다.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이거 밖에 없어서...........(T.T)

그래서, 백년의 고독을 견디고 나는 꼿꼿하게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애초에 백년까지 가능 할까...?

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을 휙 던져 본다.

반응형

'보이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어른과 키덜트  (0) 2021.06.26
김남길 치임 포인트85 안경  (0) 2021.06.25
김남길 치임 포인트84 스피커  (0) 2021.06.24
김남길 치임 포인트83 필터  (0) 2021.06.23
동네꽃  (0)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