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길의 눈빛을 본 적이 있는가?
하긴 얼굴의 반이 눈인 사람인데.
당연 봤겠지.
약간 눈꼬리가 아래를 향해서
순해보이는 인상이다.
웃을 때는 또 어찌나 영롱한지.
눈에서 빔나오는 것 같다.
어떨 때는 아이같이 장난치다가도.
눈빛이 싹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
특히 아래에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가 많았던
드라마 선덕여왕 속 비담은 정말 흰자가 많은 청년이었지.
그 새하얀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빛날 때.
아, 이제 비담이 활약하는구나. 하고 쾌감을 느꼈지.
뭐랄까 약간 몽환적이기도 하고.
크고 둥글어서 그런가. 거짓말 못할 거 같은
강아지 같은 눈빛이기도 하다.
정면을 바라볼 때보다 사선으로 봤을 때가 더 멋지다.
정면으로 그렇게 바라보면 내가 너무 수줍어지기 때문에....(바보)
사람이 비언어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눈이라고 한다.
나는 뭐 새우 같아서 느낌 안 오지만.
남길의 경우는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하든지 눈이 살아있는 남길의 연기는.
혼을 불사르는 것 같아서 몰입이 잘되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되게 안타깝고 안쓰러운 역을 많이 맡았네.
항상 정의의 편에서. 어쩌다 피해자가 되어 복수를 하기도 하였지만.
항상 마지막이 안타까운 주인공.
그런 역을 하도 많이 했어서.
세간에는 [남길, 드라마에서 이번에도 죽는다며?!] 그런 얘기가 돌곤 했었지.
몇 번 죽는지 세는 사람까지 등장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그런 의미에서 명불허전(2017)은 안타까웠다.
왜냐면 매 화 나올때마다 죽으니까.
게다가 스스로 침을 찔러넣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은 거였다고.
진짜 애절함이 철철 흘러 넘쳤었지.
원래 저녁 9시 이후에는 멕아리 없는 종이 인형이 되어버리는 나였는데.
본방을 사수할 정도로 열심이었지.
덕분에 퇴근하고 온 아빠도 강제 시청.
옆에서 밥상 차리던 엄마도 같이 시청.
[야, 오늘 또 죽냐?] 그런 얘기가 자주 나왔지.
[으아 대침이다 엄청 아프겠다....] 그런 얘기도 했었지.
근데 남길이 뭐 하다가..... 메이킹 이었나? 거기서 더미의 존재를 공개했었다.
침을 깊숙이 찌르는 그런 장면은 더미를 이용하는 거라고.
어쩐지 막힘없이 찌르더라고.
몇 달만에 침술이 향상될리는 없고.
누구는 평생에 걸쳐 배우는 게 침술인데 말이다.
그래도 어색함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진심인 남길의 눈빛에 다들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진짜 신기한 게.
초반에는 장난기 넘치던 인물연기가 극 후반으로 가면서
애절하고 슬펐다가 다시 마지막 순간에 허허 웃어버리는 그의 연기를 보며.
이 사람 연기 스펙트럼은 장난 아니구나.
그렇게 느꼈었지.
왜 Korean Actors 200에 뽑혔는지 알겠다.
진심이 있다면 아무도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좋은 살아있는 예가 남길이다.
그러고 보니 이한이었을 때도.
눈빛이 살아있었어.
약간 그 때는 신인이라 그랬는지.
눈빛에 도전정신, 나른한 카리스마가 있었지.
약간 사람을 도취시키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2006)에서의 그는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퀴어 영화이긴 했지만.
나는 불편함 없이 잘 봤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풋풋한 남길을 만나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영화 음악도 되게 좋았던 것 같다.
특히 밤에 유리창으로 뒤덮인 건물 속에서 춤추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약간 어두운 화면도 극 중의 암울한 분위기와 맞물려서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남길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 중에
멋지지 아니한 부분이 없구나!
팬심에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찌질하고 장난기 넘치고 그렇게 연기해도
돌이켜 보면 다 적절했고 꼭 필요한 연기였다.
그저 몇 줄 글로 쓰여진 대본을 그렇게 입체적으로
표현해 내는 배우라니.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서가 아니라.
진짜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매번 다양한 삶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그의 직업에.
그리고 남길 본체가 아닌 캐릭터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그에게.
나의 작은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아 그사람이 남길이었어?!]라고 말하곤 한다.
남길은 자신의 흔적을 철저히 지우고 캐릭터로 변신한다.
그래서 어떤 영화에 남길이 나왔다. 하면 못알아듣는 사람도
캐릭터를 설명하면 [아~ 그사람!] 하고 뒤늦게 알아채곤 한다.
분명 무게있고 기억에 남는 연기를 했기에.
사람들의 기억속에 캐릭터로 남는 거겠지.
자신을 가면속에 숨겨야 하는 남길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배우가 그 캐릭터화 된다는 게 최고의 찬사가 아닐는지.
쓰고보니 또 칭찬만 있는 것 같아서.
남길은 눈이 너무 애기애기 해서
잔인한 역은 안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이코 패스 역도 훌륭하게 소화하는 걸 보며.
아 역시 나는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2017)에서의 남길도.
충격이었고 달리기가 엄청 빨라서 무서웠다.(덜덜)
이렇게 훈훈하게 남길 찬양으로 끝마칠 수 있는 건.
내가 콩깍지를 뒤집어쓴 남길 팬이라 그런 걸까나.
그의 행보가 엄청나게!! 기대가 된다.
새로 촬영하고 있는 야행이라는 영화도.
그 속에서 또 어떻게 작가로서 다시 캐릭터를 입고 나올지.
기대 왕왕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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