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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김남길 치임 포인트5 목소리

by 뽀야뽀야 202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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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배우들 목소리가 좋다고 말하는 걸 많이 들어왔다.

낮고 조용하게 깔리는 울림 좋은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움직인다.

왠지 더 듣고 싶어지는 그런 목소리의 주인.

다들 이쯤하면 얘가 뭔 소리를 할지 느낌이 오실 거라고 믿는다.

또 이 글을 클릭하셨다면 예측이 되는 부분이다.

 

남길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적당한 중저음이었다가 잠시 정신을 놓으면 하이톤이 되었다가.

진지했다가 깨방정 떨다가.

듣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 빠른 전환을 따라잡으려면.

이 사람을 탐구해야 한다.

사실 아직도 많이 소년 같다고 느낀다.

계란 한 판이 넘어가는 그런 세월을 입고서도 아직도 말이다.

 

원래 목소리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어느날 동생이 북튜브를 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더니.

아, 그런 목소리는 거슬릴 수 있어. 라며 일러주는 것이었다.

읽을 거리를 두고 여러 버전의 목소리로 연습을 해보았더니.

역시 조금 목소리 톤을 낮게 가져가는 게 낫겠더라 싶었다.

그동안 내 소음에 시달렸을 소수의 클릭하신 분들께 미안해졌다.

 

그러고 보니 남길의 목소리는 낭독에 최적화 되어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남길은 길을 읽어주는 남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인가.

제헌절 경축식에서 헌법 전문 낭독 한 것도.

낭독이 주는 느낌을 알고 한 것이었구나.

그동안 그냥 읽는다는 것을 너무 쉽게만 여겨온 것 같다.

대본을 들고 얼마나 많이 같은 부분을 읽고 또 읽었을지.

나는 유튜브 하면서 대본을 눈으로만 읽지 입으로 소리내어 

많이 읽은 적은 별로 없다. 그래서 삑사리도 나고 

음정도 불안하고 그런 것이었는데.

그리고 목이 금방 쉬는 타입이라 자주 읽으면 힘들어서.

 

그런데. 어차피 말하는 직업이다.

교사도 하루 종일 떠들어 대야하는 일이잖아.

게다가 언어 교사인데. 말을 잘해야지!

하는 강박이 들기 시작하면서.

목소리 내는 게 조금 두려워졌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해보기 전에 많이 듣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많이 들어보고 있다.

좋은 발음과 발성의 나지막이 읽어내려가는

그런 연습이 되는 소리들을 말이다.

지금 내 목소리에서 한 톤을 내려 발음해보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아마 책 한페이지도 다 읽기 전에 지쳐버릴 것이다.

소리내어 읽기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신경쓰며 읽는다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아, 무진장 신경쓰이는 부분을 자각 하게 되었다...!

그래도 좋은 교본이 이렇게 살아 숨쉬며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남길의 목소리를 들으며.

차분해지려고, 저어기 위에 방방 떠있는 내 목소리를 좀 지상으로

잡아 끌어내려고 노력 하려고 한다.

 

목소리 하나로 사람을 사로잡는 그런 능력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읽고 또 읽고. 듣고 또 듣고 하다보면 살며시 몸에 흡수 될수도 있지.

 

특히 거슬리는 말투와 행동이라는 부분에서는.

어느날 나의 다짐이 떠오른다.

나는 엄마에게 짜증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비를 걸고 짜증을 내곤 했다.

무서운 건 그걸 당시에는 몰랐다는 거다.

관찰하기 좋아하는 동생의 눈에 그게 딱 뜨인 거지.

벽에 적어두고 계속 생각했다.

나쁜 입을 버리고 착한 입으로 탈바꿈하자.

그랬는데 결심이 오래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

사실 나쁜 입이 문제가 아니라 나쁜 생각이 문제였다.

내 마음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쁜 마음과 생각을 돌려놓는 것이 참 힘들다.

말을 내뱉기 전에 생각이라는 필터를 거친다는 게 자동화 되질 않아서.

고생도 많이하고 실수도 많이 했다.

 

지금은 훨씬 좋아졌고. 그 때 내가 아빠 일고 크고 작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구나 싶다.

그걸 또 말 없이 옆에서 다 감내해준 엄마한테 고맙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물론 특수한 장비를 통해 특수한 처리를 거쳐서 내는 소리이지만.

그러면 많이 비뚤어진 정서적 행동이 교정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익숙해지면 다음에는 모차르트를 들려준다고 한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안정되어 점차 문제행동이 줄어들고.

많은 불편한 부분들에 호전을 보이게 된다는 연구 결과였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라는 책 후반부에 나오는 내용들인데.

굉장히 흥미롭다.

귀과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남길의 저음에 몸이 먼저 반응한 거이 아닐까.

흔히 말하는 와꾸(?)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면이 있지.

사람이 어떻게 와꾸만 가지고 먹고 살겠나...!

중저음의 매력적 목소리가 얹어져야 진가를 발휘하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텍스트보다 동영상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유튜브가 이렇게 빨리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도.

요즘 세대는 사용 설명서 같은 것도 유튜브로 본다던데.

아직 글이 더 가까운 내게는 아득한 얘기다.

 

목소리를 망가뜨리는 유혹이 지천에 널려있는 이런 상황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단련하고 좋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갖고는 안되는 일이다.

몸이 재산이니까.

잘 갈고 닦아야지.

근데 물 한병 챌린지를 할 정도로 물을 많이 마시고 있고.

평소에 말도 별로 하지 않는데.

목이 쉽게 쉬어버리는 건. 목소리 내는 근육의 단련이 안된 건가.

자주 쓰지 않는 부위는 퇴화한다는 걸 배웠음에도.

의식적으로 내가 덜쓰는 부위를 많이 자극해야 하는데.

나는 항상 가 본 길로만 가고. 익숙한 방식을 선택하곤 한다.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발전하지는 않더라도 퇴보하지는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달팽이처럼 힘겹지만 조금씩 앞으로 가는 그런 위치에 서고 싶다.

느릴 지라도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싶다.

그 길 위에 남길이 분명 있을 것이고.

어쩌면 먼저 도착해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배우 김남길은 항상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노력하는 팬이 되고 싶다.

일단, 내 일상을 고쳐야 될 것 같다.

내가 바로 서야 덕질도 오래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러니, 오늘은 푸른 하늘 아래 열심히 운동도 하고.

발성 연습도 하고. 좋은 목소리를 위한 길을 찾아 보자.

 

근데 남길 웃는 소리가 너무 촐싹맞아서 옆에 앉아있다면 

어깨 툭툭, 등짝 팍팍 치고 싶어 지는 이 마음은 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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