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날의 강수 머릿속을 상상해 봤다.
아내의 죽음 뒤에 모든 감각을 조금씩 놓아버린.
어쩌면 바삭바삭 하게 굳어버린 영혼.
그런 모습을 하고 일에만 매달리는 사람.
자신은 그저 작은 흔들림에 넘어갔을 뿐인데.
그 후폭풍이 엄청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을 거다.
나도 상실의 아픔을 겪는 중인데.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그렇게 쉽게 치유되는 상처가 아니니까.
특히 해변가에 앉아 서럽게 울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면, 이런 슬픔 느낄일도 없을텐데.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괜히 어설프게 곁에 있어준답시고 마음대로 왔다가 어느 날 휙 사라져버리면.
그 때의 2차 폭풍은 어떻게 감당 하라고.
단미소라는 사람을 처음에는 그냥 사무적으로 대할 뿐이었다.
그런데.
보이기 시작한 거지.
저기 누워있어야 할 환자가 내 앞에서
심지어 눈이 안보이는 환자인데도 영혼으로 나타나서는.
나를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그런 부탁을 거절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말 통통튀는 상상력을 지닌 영화라고 생각한다.
단미소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는 발랄하고 털털하게
그렇게 조금은 슬프게 연기한다.
장난기 넘치는 역할을 원래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또 심장 정중앙을 찌르는 캐릭터가 아닌가.
강수도 처연해서 좋지만 미소도 참 좋았다.
그리고 거의 트레이드 마크라도고 할 수 있는 니트류 옷이
그렇게나 잘 어울리고 귀여웠다.
미소는.
강수가 제일 싫어하는 것만 생각나게 하고 떠올리게 만드는.
어쩌면 환한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당신의 잘못은 없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충동에 휩싸여요.
손을 놓친 것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미소가 왔다가 사라졌을 때 그때의 충격을 통해.
강수는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대로 풀어헤친 양복과 넥타이.
딱 봐도 나 소중한 사람을 오래전에 잃고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채로.
그냥저냥 살고 있소.
하는 모습들이 많이 비춰져서 괜히 나까지 씁쓸했다.
그런 걸 바라지 않을텐데 말이다.
떠난 사람은. 남은 사람이 잘 되기를 바랄 뿐이지.
그동안의 괴로움이나 걱정도 이미 육신과 함께 사라져 버렸는 걸.
그냥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선화도 강수가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걸 내심 바랐을 거라고.
내 맘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영화를 보니, 강수가 먼 길 돌아가는 것만 같고.
정신 못차리고 있는 것 같고 그랬다.
남들이 나를 볼 때도 그러할까.
아직 배우자가 없어서 그를 잃는 고통조차 내가 쉬이 가늠할 수 없는 거지만.
무척이나 허전하고 그리울 거다.
헛헛한 마음에 계속 퍼질러 앉아서 끝없이 뭔가를 처묵처묵 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나서 밀려드는 포만감과 나는 왜 이렇지...? 라는 자괴감에.
엉엉 울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모든 답답하고 무거운 감정들을
영화는 손으로 톡톡 쳐서 방방 띄워버린다.
벚꽃잎이 미소 손을 통과해 버릴 때, 그 때의 아쉬움과 허망함.
그리고 미소 손 밑에 자기 손을 가져다 대는 강수.
손바닥에 올려지는 꽃잎을 보며 기뻐하는 미소.
그래, 이름처럼 환하게 웃어야지.
영화는 이 후의 일을 자세히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강수는.
그리고 자기 손으로 다시한 번 누군가의 마무리를 돕는 일은.
가슴이 먹먹해 질 그럴 이야기인데.
자꾸 미소의 환한 웃음과 걱정없어 보이는 발랄함에.
자의든 타의든 어쨌든 방관자로서 그는 그렇게 또 발걸음을 옮긴다.
영화가 주는 여운은 꽤나 오래 갔다.
침울하게 한숨을 쉬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나에게도 영혼이 보일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남길이 모처럼 죽지 않은 필모잖아...!
비록 주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작품이기는 했지만 말이지.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어떨까.
나는 영혼의 소원 성취를 돕기위해 애쓸 것 같다.
생의 마지막에서 하는 정말 마지막 소원일 테니까.
그리고 기약없는 환자를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환우 가족분들께도.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짤막하게 나오던 강수 부부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맞담배 피는 그 장면이 박제되어 트위터를 맴돌고는 했는데.
글쎄, 주인공의 고통을 담배연기에 실어 보내는 설정은.
내가 담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담배 피면 몸에 안좋잖아....!
곁에 아내가 없으니까 정말 손 쓸 수 없이 망가지는구나 강수야...
그런 느낌이랄까.
사무실에서 일하는 강수의 모습이 참 멋져보였다.
하는 일은 그렇지 못했지만.
덕분에 남길이 수트 입은 모습은 원없이 봤네 그랴.
이런 작품을 끝내고 나면 후유증이 오지 않냐던 인터뷰 질문에.
본인은 작품에서 빠져나오는 게 비교적 쉽다던 얘기가 떠올랐다.
남길이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고.
어떤 때는 모험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취향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번 영화는 잔잔하게 마음에 다가왔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영화도 있지만 말이다.
이번엔 달랐어. 뭔가 스르륵 침투한 느낌?!
영화 음악도 좋았어서 영화 음악이라는 것에 심취해보기는 또 처음이네.
그래도 아직 가사없는 음악에 오래 집중할 정도는 못된다는 게 아쉽네.
아침부터 조금은 우울우울 열매를 먹은 듯.
다시 떠올려도 먹먹해지는 영화지만.
그래도 어쨌든 산 사람은 살아간다 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아서.
남길이 처음 미소의 영혼을 눈치채고 쓰러지는 장면에서 퐝 터졌던
그 웃음을 기억하고 싶다.
의연하게 자신이 영혼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미소의 능청맞은 연기도 좋았다.
그래도 떠난 사람이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출연 빈도는 적었지만 묵직했던 선화 역할에 너무 몰두했나..?!
강수가 워낙 그런 상실의 감정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겠지.
가슴 한 구석에 휑하니 구멍이 나고 상처가 벌어져도.
그래도 사람은 구차하게나마 살아간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들고
우리는 그를 도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차갑게 외면해온 나날들을 한꺼번에 양지로 돌려놓을수는 없지만.
조금씩 밝아져 갈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음을 말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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