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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냉이된장국

by 뽀야뽀야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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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트에 냉이랑 달래가 잔뜩이다.

봄냉이는 더 맛있다는 거 다들 아시겠지.

향이 정말 좋은 냉이는 된장국하고 궁합이 잘 맞는다.

슴북슴북 썰어서 버섯, 두부, 양파 등과 함께 푹 끓여주자.

그런데 된장을 물에 갤 때 덩어리가 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러면 먹기 싫어지니까.

수저와 체로 곱게 갈아서 개어 주자.

왜, 바지락 먹다가 쩍 나오면 쳐다보기도 싫어질 만큼 싫으니까.

된장국 먹다가 돌 같이 딱딱한 거 씹으면 다 된 국 망치는 일이니까 말이다.

 

국물이 많을 때 나는 찌개를 국이라고 부른다.

찌개냄비에 끓이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깊은 프라이팬을 이용하여 국을 끓여낸다.

뚜껑이 없어서 비슷한 크기의 프라이팬을 뒤집어 덮개로 활용한다.

지나가다가 툭 치면 바닥으로 떨어질 정도로 불안하니까.

웬만하면 근처로 가지 말자.

 

된장국의 아련한 기억.

아빠가 참 좋아하셨었는데.

꼭 된장국을 먹을 때는 그 깊은 맛에

캬아~하고 추임새를 넣어주시곤 했는데.

이제는 그 추임새가 들려오지 않는다.

사람은 역시 된장을 먹어야 된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하시던 그 모습.

뽀야 너는 이런 반찬을 좀 먹어라... 하고 쓰다듬어 주시던 손길.

매일 가공식품만 먹지 말고..... 라고 충고해 주시던 말씀.

하나같이 기억에 남아서.

그래도 더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완전히 닳아 없어질 때까지 말이다.

 

이제는 뽀야가 채소도 많이 먹고, 신메뉴를 개발해서 

보다 먹기 편하게 만들기도 하고.

운동도 전보다 훨씬 열심히 하고.

이것저것 시도 해보고.

이런 모습을 빨리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만 남지만.

다 지켜보고 계실거라고 믿는다.

 

오히려 지금이 역설적이게도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말 건네면

답은 없지만 환한 웃음을 띄운 잔상이 머릿속에 남는다.

내가 아빠께서 웃는 사진을 보면서 말을 건네서 그런 것일까.

장난기 넘치던 환한 웃음을 다시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걸 못 본 것이 너무 한스럽고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가족끼리 식사할 때는 꼭 둥글게 모여 앉아서 같이 식사를 하자.

식사판 들고 방으로 휙 들어가버리거나.

말없이 숨죽이며 후닥 먹어치우고 쌩 방으로 들어가버리지 말고.

가족끼리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

누군가에게는 누리고 싶어도 누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될테니까.

있을 때는 잘 모른다.

없어봐야 그제서야 심각성을 알게되는 거지.

나도 그랬고 말이다.

시답잖은 말이라도 주고받는 대화속에는 사랑이 꽃핀다.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구성원도 

밥상머리 대화 일주일이면 말문이 트인다.

그렇게 시끌벅적 즐거운 밥상을 소망한다.

그러다 보면 오늘날 이슈가 되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폭력도 예방이 될지도 모른다.

 

세상은 거칠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가족이 똘똘 뭉치면 못할 일도 없다.

지친 엄마의 도움이 될 수 없어서. 능력이 없어서.

고민도 많이 했지만.

답은 하나이다. 그냥 곁에 있어드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

 

주방에서 급하게 나를 찾는 엄마께 나는 뭐라고 했던가.

하는일이 바빠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서.

짜증섞인 대꾸를 해버렸다.

이런 일을 자꾸 만들고 싶지 않다.

가까운 사람에게 친절해 지기.

나에게는 참 어려운 숙제같은 일이었다.

이제 잘못을 자각하고 고치려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건지.

 

그렇게 매일 반찬을 고민하는 엄마.

우리를 먹이려고 열심히 일하는 엄마.

맛좋고 영양가득한 것으로만 챙겨주고 싶어하는 엄마.

그 모든 엄마가 우리 엄마다.

그래서 참 좋다.

된장국을 끓여주시는 그 손길.

그 맛은 내가 하면 반감되지만.

언젠가는 내가 끓여서 엄마께 드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많이 봐두고 싶다.

구수한 된장국 속에 익어가는 사랑 이야기가 둥실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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