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다먹은 앙상한 포도가지 같은 생명이 뭐라고.
나는 길 가다 말고 주저앉아 사진을 찍었는가.
정말 눈길을 끄는 녀석이 아닐 수 없다.
너의 의미는 뭘까?!
너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긴 할까?
지금 이 말을 건네는 너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 지구상에 어쩌면 밥알 보다도 작은 존재인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네가 남들이 보지 않더라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돌틈에서 비져나와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다는 이유만으로
짓밟히고 걷어차이고 뜨거운 햇살로 녹일 듯이 겁주어도
너는 묵묵히 그 자리에 서있을 것만 같다.
생명이여, 너는 어찌 그리 고독하며 아름다운가.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가지나 꽃 하나 가지지 못한 채로.
어쩌면 과거의 영광을 짊어지고 너 홀로 버틴겔지도.
모두가 떠나가고 너만 그 자리에 홀로 남아버린 걸지도.
너를 압박하는 돌이 너를 키워냈다.
작은 틈새로 물과 영양을 공급해주었다.
너는 어느샌가 자라났고 하늘 빛을 알고 있다.
비오는 날 눈에 봬지도 않는 빗방울이 엄청 아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맑은 날 살랑살랑 불어 기분좋다고 하는 바람의 어두운 그림자를 너는 알고 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보다 낮은 자세에서 너는 바라본다.
너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해주는 너로 인해
네가 속한 부분의 풍경이 달리 보인다.
나는 빨대보다 가느다란 너를 보며 나를 생각했다.
너의 의미는 그런 것이겠지.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것이라는 사실.
우리는 외롭게 이 넓은 지구에서 한 뼘 차지하고
끊임없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
네가 나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꾸었지.
내가 너에게 강인한 생명력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주었으니
말에는 힘이 있다는 걸 꼭 증명해 주렴.
나비와 한 몸이 되었던 장자를 생각하며
너라는 작은 생명 속에 들어있는 우주를 보았던
어느 뙤약볕 아래 작은 나와 커다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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