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단짝이 되어버린 고쌈냉면
진짜 이 맛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면식을 중단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 식사를 포기할 수 없어서 예외로 두고 있다.
아주 잘 퍼진 면발이라 잘 끊어지기도 하고.
칡냉면이라 소화도 잘되는 듯하다.
일단 시원한 육수에 단짠단짠의 면발이 찰떡이다.
사실 고기 없이 먹어도 진짜 새콤달콤 맛좋다.
그런데 잘 읽은 석쇠 불고기를 얹어 먹으면.
[극락~~~~♬]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요새 갑자기 더워져서 냉면이 엄청 그리운데.
모처럼 되게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어제 시험 보고 와서 먹었던 냉면이라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지.
그 때는 채점하기 전이었으니까 더 헛된 꿈에 부풀어서는....(ㅉㅉ)
원래 구성이 비빔 2개에 1인분 추가 하여 28500원이다.
한 그릇에 9500원 한다는 소리이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고기가 올라가니까 어쩔 수 없다고 납득.
거기에 배달팁 2000원까지 붙어서 총 30500원의 각격으로 만나는 고쌈냉면이다.
맨날 비빔 시키면서 육수 넉넉히 달라고 하는 우리는.
육수를 2차에 걸쳐 넣어 먹는다.
우선 처음에 기본 육수를 넣고 비벼 먹다가
조금 짜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때 즈음에 남은 육수를 더 부어 섞어 먹는다.
그러면 짜지도 않고 딱 간도 맞고 질척대지도 않고 좋다.
사실 건강을 위해서는 외식과 배달음식을 줄여야 하는데.
현대 사회에서 집밥만 먹는다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밥상 차리는 것이 굉장히 피곤하며.
어쩔 때는 순수한 밥 외에 무언가가 무척 땡기기도 한다.
이 간사한 입 때문에 몇이 고생하는 건지 원......
그래도 어떻게 생각하면 만들어 먹는 것보다 시켜 먹는 게 더 이득인지도 모른다.
노동력과 재료비를 감안하면 말이다.
[엄마는 언제 쉬어...?!]
라는 말을 해본 적이 있었다.
나는 무리하는 날엔 하루 날 잡고 쉬고 그러는데.
엄마는 회사에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집안일하고.
그러면 언제 쉬냐는 말이다.
뭐, 내가 좀 더 열렬하게 엄마를 도와드릴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비참하니까.
엄마는 쉬는 날이 없다.
이번 주말도 엄마는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집안일에 파묻혀 지냈다.
[엄마]라는 직업은 참 고단한 것 같다.
맘대로 쉬지도 못하고 맘대로 아파서도 안 되는.
원더우먼 저리가라의 체력과 정신을 요하는 아주 특수한 직업.
게다가 워킹맘이라 더 그렇다.
돈을 벌면 가사 면제를 해드려야 하는데.
우리 집에 집안일과 요리를 해낼 인재가 없다.
다들 제 할일만 바빠가지고 요리는 커녕.
칼 잘못써서 손 다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싶게 키워졌다.
사실 어릴 때부터 좀 내놓고 살았어야 하는 건데.
우리는 너무 오냐오냐 키워져서 험한 꼴 못 보고.
거친 도전을 감내하고. 이런 일에 서투르다.
스스로 독립적인 사람.
정말 이상적인 형태인데.
거기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 상황을 보면.
독립이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평생 엄마가 따라댕기며 챙겨줘야 하는 10살 꼬맹이도 아니고.
나이가 계란 한 판이 넘어가는데.
난 왜 이모양일까...? 하는 자괴감이 뒤따라 온다.
그래도 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심지어 이사 오게 된 것도 버스타고 학교 오가는 거
안타깝게 생각하는 아빠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었으니.
얼마나 딸내미를 끔찍하게 아꼈는지를 잘 엿볼수 있다.
나는 정말 사랑받는 딸이구나.
이걸 느낀 게 최근이라니 너무 못난 딸이다.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오시는 문상객들마다.
[아이고~ 너희 아버지가 너를 얼마나 자랑하고 아꼈는지...]
하면서 눈물짓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아빠는 내 앞에서는 그런 티를 내시지 않아서.
나는 몰래 아빠에게 속상한 마음이 있기도 했는데.
이 무심한 분이여.
딸내미 사랑 한 번 진하게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하고.
투정만 듣다가 가셨네............(T.T)
그래서 느낀 바는.
사랑은 표현해야 한다는 거다.
절대 생각만으로 모든게 술술 풀리지 않아.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
지금 당장 엄마, 아빠께 달려가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려 보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해 보세요.
쉽고 아무렇지 않은 일 같지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가족 챙기는 거라는 걸.
뒤늦게 알고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습니다] 체가 나오는 걸 보면 꽤나 진지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빠 생전에 왜 더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표현 못해서.
아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아빠께 있어서 못되고 못난 딸이었지만.
아직 내 곁에 엄마도 동생도 있으니까.
주저하지 말고 표현해야겠다고.
그래서 어제 시험장을 같이 찾아 준 동생에게.
고맙다고 네 덕분에 힘이 났다고 말할 수 있었다.
동생도 조금 당황하며 누나는 다 괜찮으니 자세만 좀 고치라고.
투정어린 대답을 얻어냈으니 이걸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가족이 참 따스하다.
이런 따스함에 안주하지 말고.
둥지를 떠날 채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유예하고 싶다.
엄마를 쓸쓸하게 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엄마의 전부가 나이기 때문에.
내가 독립한다고 훌쩍 둥지를 떠나버리면.
엄마는 헛헛해서 어떻게 사나.
물론 엄마가 자유로워지면 또 다른 집중거리를 찾고
취미를 만들고 친구와 다시 연결되고 할 수 있겠지.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야 돼.
그래, 내 삶의 7할은 책이었던 거야.
공부는 어쩌면 나의 숙명일지도 몰라.
냉면 면발 면치기 하면서.
다 먹고 빈 식탁 정리하면서.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한바퀴 돌고 빠져나간다.
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