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이 보온병을 발견한 순간.
안의 구조가 어떨지. 견고한지.
만사를 제쳐두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버렸다.
것도 그럴것이 이 영롱한 메로나의 빛깔을 놓칠 수 있겠냐고.
소비자의 이런 마음을 노린 것이야.
그저 보온병에 메로나 라고 적혀있는 것 뿐이지만
되게 귀엽지 않은가?!
게다가 원터치 뚜껑 개봉.
뚜껑은 탈부착이 안되네. 어쩔 수 없지.
건더기 있는 유자차같은 건 넣기 쉽지 않겠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실용성이 좀 떨어지는 구나.......(조금 후회 중)
아빠 생각이 또 불쑥 난다.
아빠는 속이 뜨겁다며 항상 하드를 입에서 놓지 않으셨는데
그중에 아빠 PICK은 빅비비빅이랑 메로나 그리고 아맛나까지.
증말 아재 감성 아이스바 뿐이네.
그 중에서도 메로나는 뽀야도 참 좋아한다.
일단 향이 너무 좋아.
진짜 메론보다 더 진한 메론 향.
아빠는 앉은 자리에서 아이스바 3개정도는 뚝딱.
이정도면 아이스맨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드셨다.
또 그만큼 단 걸 좋아하신 듯하고.
팥을 너무나 사랑하셨던 우리 아빠는
빵도 단팥방을 특히 좋아하셨다.
그래서 간혹 집에 예쁘게 비닐 포장 입은 단팥빵과 완두 앙금빵이
산더미처럼 봉지에 쌓여있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적립은 뽀야 걸로 빼놓지 않고 해 주셨다.
아아. 아침부터 그리운 아빠얘기를 하고 있자니 더 보고 싶다.
BTS의 봄날이라는 노래가 있다.
조금은 처연한듯 슬픈 그 멜로디가 떠오른다.
보고 싶다라고 연발하는 그 가사가 애틋하다.
이제 봄은 소리도 없이 오겠지만.
우리 마음 속 봄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 누렇게 싹이 바랜 마음 속 동산에서
아빠는 메로나를 옆에 쌓아두고 하나 하나 발골하고 계신다.
그 옆에서 뽀야는 메로나 보온병에 따끈한 꿀차를 담아 가지고 서있고 싶다.
아이스바 먹다가 입이 얼얼해지면
뽀야가 가서 꿀차를 전해드리고 싶다.
곁에 없기에 더 보고 싶고
다신 돌아올 수 없기에 애절하며
후회와 잘 해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오늘도 아빠가 늘 서 계시던 대기장에 있는 차들을 떠올리며
새벽도 아닌데 공기가 차구나.
뽀야 어서 들어가.
하고 아빠가 말을 건넬 것만 같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성이는 뽀야였다.
메로나 보온병은 그런 추억의 물건이다.
단순한 브랜드 보온병이 아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촌스럽게 왜 저런걸 모으냐고 하겠지.
하지만 뽀야의 깊은 속을 누가 알까.
말없이 찬장에 보온병을 올려 두면서
뽀야는 아빠께서 이런 추운 겨울에도 어떻게 아이스바를 즐겨 드신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지만
아빠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메로나 너의 매력이 뭐니?
나한테도 알려주라.
[메롱메롱~ 안 가르쳐주지!] 이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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