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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일기

민들레 - 2

by 뽀야뽀야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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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너머엔 뭐가 있을까

수업이 끝나고 텅 빈 교실에 앉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본다.

애나와 나는 항상 이렇게 단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하는데

죽는 게 두렵지 않니? 애나의 질문.

죽는 건 쉬워, 살아 가는 게 어렵지. 나의 대답.

때로는 말이야, 저 창밖으로 훨훨 날아서 이곳을 떠나버리고 싶어.

차라리 날 때리거나 밀어 넘어뜨려서 

그 애들이 한 나쁜 짓이 온천하에 드러났으면 좋겠어.

감정 폭력도 폭력의 하나인데, 이렇게 묻혀져 있어야만 하는 걸까.

침묵이 흐르고, 갑자기 애나가 내 가방을 보더니 하는 말.

가방에 늘 꽂고 다니는 그거 뭐야?

드럼스틱이야.

떄로는 4비트로 묵직하고 빠르게

생각에 잠길 떄는 8비트로 편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악기야.

애나는 잠자코 듣고 있더니 대뜸 이런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난 가끔 내가 냉장고 속에 있는 반찬같아.

꺼내두면 썩어서 쓸모 없어지는 반찬 말이야.

진짜, 너는 시금치. 나는 숙주나물

야~ 그러면 윤재영은 딱 두부다.

걔 맨날 출렁대잖아 뛰어다닐 때 

냅둬~ 맨날 그렇게 관리하는 데 그 정도는 당연한거지. 

가슴에 뽕 안 넣은 게 어디야.

수술 안한 게 어디냐.

키득키득.

우리가 윤재영 얘기를 맘편히 꺼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내일은 또 어떤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지.

밟혀도 밟아도 죽지 않는 민들레 처럼

언젠가는 민들레 홀씨 타고 날아갈 수 있겠지.

어디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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