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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너머엔 뭐가 있을까
수업이 끝나고 텅 빈 교실에 앉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본다.
애나와 나는 항상 이렇게 단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하는데
죽는 게 두렵지 않니? 애나의 질문.
죽는 건 쉬워, 살아 가는 게 어렵지. 나의 대답.
때로는 말이야, 저 창밖으로 훨훨 날아서 이곳을 떠나버리고 싶어.
차라리 날 때리거나 밀어 넘어뜨려서
그 애들이 한 나쁜 짓이 온천하에 드러났으면 좋겠어.
감정 폭력도 폭력의 하나인데, 이렇게 묻혀져 있어야만 하는 걸까.
침묵이 흐르고, 갑자기 애나가 내 가방을 보더니 하는 말.
가방에 늘 꽂고 다니는 그거 뭐야?
드럼스틱이야.
떄로는 4비트로 묵직하고 빠르게
생각에 잠길 떄는 8비트로 편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악기야.
애나는 잠자코 듣고 있더니 대뜸 이런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난 가끔 내가 냉장고 속에 있는 반찬같아.
꺼내두면 썩어서 쓸모 없어지는 반찬 말이야.
진짜, 너는 시금치. 나는 숙주나물
야~ 그러면 윤재영은 딱 두부다.
걔 맨날 출렁대잖아 뛰어다닐 때
냅둬~ 맨날 그렇게 관리하는 데 그 정도는 당연한거지.
가슴에 뽕 안 넣은 게 어디야.
수술 안한 게 어디냐.
키득키득.
우리가 윤재영 얘기를 맘편히 꺼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내일은 또 어떤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지.
밟혀도 밟아도 죽지 않는 민들레 처럼
언젠가는 민들레 홀씨 타고 날아갈 수 있겠지.
어디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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