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3위 대행서점의 몰락
백화점에 가는 게 좋았던 이유였다.
대형 서점이 떡하니 자리잡은 그 공간이 좋았다.
종이책을 직접 만져보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읽어도 보고.
CD가 꽂혀진 한 쪽에 가서 미리듣기도 해보고.
그런 소소한 재미를 주던 서점이었다.
백화점에서 점점 서점의 입지를 좁히더라.
가장 좋은 층에 위치하던 서점이 지하로 내려왔고,
그리고 매장이 축소 되더라고.
책의 종말을 예언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랬었다.
요새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봤었던 과거와 아주 다르다.
동네에도 이름 없는 서점이 몇 군데 있었는데.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책 사기가 힘겨워 졌다.
집에서 컴퓨터로 사면 다 되는 걸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학교 근처나 가지 않으면 책을 구경할 수 없다는 게.
CD 플레이어가 없어져 간 것처럼.
조금은 무섭다.
기사를 봤다.
국내 3위 대형 서점 업체인 반디앤 루니스가 부도가 났단다.
어음을 막지 못한 것이다.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고도 들은 것 같다.
서점이 망한다는 건, 글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은 서글픈 일.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약자는 도태되고 승자만이 독식을 한다.
물론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도리인 것이 맞기는 한데.
그래도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의 선택권 하나가 사라져 버리게 된 것이 아닐까.
다양한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소비자는 꿀을 빨게 되는.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무모한 출혈 경쟁에 이 악물며 버티는 작가님들과 출판업계들을 생각하면.
어째서 원작자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지 못하게 된 건가? 싶기도 하고.
플랫폼이 수익의 대부분을 거둬가는 이 기형적인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여튼 유통과정이 투명해야 하는데,
업체가 자꾸 중간에 하나 둘 끼어들다보니 이게 쉽지 않다.
그래서 아주 잠깐 동안은 독립서점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었지.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의 몰락 위기는 생각보다 컸다.
널리 책이 읽히는 와중에 생각해봄직한 것은.
공유경제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도서관이 전국 곳곳에 서로 연결되어
양질의 도서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건데.
그렇게 되면 책은 구매하는 것이 아닌 빌려보는 것이 되고.
그러다 보면 음지가 생겨나게 되고.
그렇게 종이책의 미래가 암담하게 될 수도 있는 건데.
그냥, 내 생각인데. 요새는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표지가 예쁘고 그런 걸 떠나서.
정말 귀하고 소중해서 내 방에 꽂아두고 싶은 그런 책 말이다.
전문 도서도 그렇고, 교양 도서도 그렇다.
문단에 돌풍을 일으키는 도전적 도서라고 홍보를 많이 하고.
또,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며 권하고 있지만.
사실상 기존의 권위를 지닌 책들을 양장본이라며 새단장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고전 문학같이 영원히 빛나는 그런 희소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내가 책을 잘 모르고, 폭 넓게 읽지 못해서.
발견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집에 사놓은 책들을 보면,
거의 70%정도가 예전에 구매한 책들이다.
최근에 구매한 책은 따로 나누어서 보관 해 놓는데.
확실히 예전 책이 더 좋더라고.
때를 가리지 않고 널리 읽힌다고나 할까.
컴퓨터가 발달되고, 온라인 서비스가 늘어나도.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 우리는 손으로 만지는 감각을 놓을 수 없어.
사락사락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더 듣고 싶어.
손끝이 닿아도 느껴지지 않는, 전자책이나 웹소설에는
내 피와 살 같은 온기가 없다.
물론 언젠가는 대체 되겠지만.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유예기간 동안에.
종이책과 오래 함께 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의 소망이 옅어져서 서점은 계속 그 크기를 줄여나가겠지만.
평생학습 도시를 꿈꾸는 곳이 많은데.
도서관이나 서점을 랜드마크로 활용할 수는 없는 걸까?
이 근방에도 도서관이 새로 지어진다고 한다.
엄청 기대하는 중.
신간과 고전들을 탐독할 수 있는 기회로구나!
요새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다.
거기에 차고 넘치는 글감 소재들이 널려 있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도 더 깊이 있게 접하고 싶기도 하고.
생각나는 대로 다 구매하려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공간도 없고, 하여튼 뭔가가 많이 부족하다.
[복자에게] 라는 소설을 읽어야 하는데.
도서 대출 반납 기한이 6/29이다.
한참 남았네.
그냥 지를까, 하고 충동적으로 달려들다가 멈춘다.
읽고 싶은 소설을 마음껏 빌려도 보고, 구매도 하는.
그런 여유가 현대인에게는 없는 것일까?
책 읽는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된.
이번 서점 부도 사태.
반디앤 루니스는 사라지지만,
실물 책은 아직 좀 더 내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더 가까운 세대가 휩쓸고 지나가면,
이제 종이책은 사라지게 될 지도 몰라.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렇게 되지 않게, 더 많이 사랑해 줘야지.
그나저나 신간도서는 좀 넉넉하게 구매해 두었으면 좋겠다.
순위에서 밀려나니까, 한없이 기다리게 되는 점이 좀 그렇네.
도서관의 도서 확보 예산도 좀 넉넉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보다 급박히 예산 배정을 기다리는 다른 일들이 많은 모양이지.
코로나로 인해. 책과 더 가까워 지면서도 어쩌면 책과 멀어지는 중인 우리들.
내 미래도 한치 앞을 모르겠는데.
책의 미래를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그냥 곁에서 같이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 자주 책과의 만남을 가져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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