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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비오템 옴므 아쿠아파워

by 뽀야뽀야 2021.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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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화장품이다.

누가 쓰냐고?

우리집 유일한 남자인 동생이 쓴다.

원래 크리0크 화장품을 사려고 하였으나 품절이 되어.

예전에 한 번 써본 경험이 있는 비오템을 골랐다고 하더라.

느낌이나 이런 걸 물어보았는데 아 그냥 예전에 썼던 거라 산겨~

하는 성의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나는 클렌징이고 다른 하나는 로션이다.

가격도 약 5만원으로 저렴한 편이고.

 

2019년도에 비오템 옴므 모델이 류준열이었네.

우왕. 좋은데?!

류준열이 그린피스 캠페인에 참여했던 것이 알려질 

그 무렵 언저리에 그를 알게 되었다.

다른 이들은 응답하라 시리즈로 그를 먼저 알았겠지만.

동생이 추천해줬음에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

너무 많고 길어.....(풀썩)

분명 더 긴 일드도 잘 보면서 말이다.

사실은 보기가 귀찮았던 것이다.

지금 형성된 취향은 거의 중딩 때의 그것과 일치한다.

그걸 기반으로 새롭게 차곡차곡 쌓아 올렸지.

 

동생이 화장품을 쓰는 걸 보면서 

남자의 뷰티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음, 우선 요즘 엄마가 열심히 보고 있는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에 나오는 어떤 남자 배우가 있는데.

눈썹정리가 조금 안된 듯하여 볼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사실 내 눈썹관리도 못하면서 화면에 대고 

아, 저 분 뭔가 조금 아쉽다....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는 뽀야는 뭔가?!

 

예뻐지고 싶고 멋져지고 싶고 하는 욕망에

남자 여자 가릴 것이 있는가 싶다.

요즘은 너무 미형 남성들이 많이 매체에 노출되다보니.

깨끗하고 단정한 외모를 남성에게 강요하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

제모의 영역에서도 그럴 것이다.

남성미의 상징이었던 겨털도 지금은 한 올조차 허락하지 않는 여성이 많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미운 털들은 정말 처치 곤란이다.

내 매끈한 다리를 보고 내가 약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런 생각은 오산이라는 걸 보여주지.

내 종아리 앞쪽에 무성한 털들을 보면 넌 놀라게 될 거야.

이런 비슷한 상황이 [나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 라는 책에 나왔던 것도 같다.

학창시절에 정말 재밌게 봤던 책이었는데.

그게 2002년 책이니까 진짜 오래됐네.

사실 매끈매끈하면 좋지.

그런데 그걸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참 번거롭다.

그래서 언제가부터 나는 팔뚝에서 자라나는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열대우림과 같은 체모를

신경쓰지 않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빠가 소천하신 이후부터.

외모에 대한 관심을 더 줄여나갔던 것 같다.

그냥 내가 편하고 즐거운 게 제일이다.

이렇게 사고방식이 바뀐 것 같다.

남의 시선보다 내가 더 중요해. 

 

사실 그래서 상처받은 적도 많았다.

선천적으로 체모가 동시 다발인 것도.

어쩌면 유전자가 하는 일이지.

나는 거기에 뭔가를 더하거나 하지 않았을 뿐더러.

책임이 없다.

눈썹을 그릴 필요가 없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다가오는 여름이 귀찮기도 한 것이다.

나는 또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체모정리를 하고 있겠지.

가끔 할 일 없을 때 들여다보고 하나하나 뽑다보면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지적이나 권유로 하는 일 말고.

내 스스로 하는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어.

그 간단한 사실을 잊고 살아온 듯하다.

이제라도 내 삶을 내 의지대로 살 테니까.

그렇다고 눈 닫고 귀 닫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중심을 지키기란 참 어렵고.

때론 우리는 주변의 소리에 쉽게 휩쓸리고.

또 그렇게 등 떠밀려 어영부영 살아가고 있지만.

주식 시장 그래프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도 우상향하듯.

내 삶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점심 먹고 

땀흘리며 운동도 하고.

싹 씻고 그러고 나서 드디어 유튜브 편집을 해야지.

일요일. 한주의 끝.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자신을 가꾸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건.

그의 외모가 멀끔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여서 그렇다.

상대적으로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불쌍한 나는, 나라는 사람에게 외면당하고 살아온지가 어언 계란 한판쯤 되니.

방탄도 말했잖아.

LOVE YOURSELF라고 말이야.

나한테는 먼 일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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