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30분쯤
잘 아는 동생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흠냐흠냐 잘 자다가 받은 그 전화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 이거 잘못걸린 전화구나.
싶었지만 뭔가 바스락바스락 하는 소리가 나기에
계속 귀에 대고 있기를 한 5분?
빨리 끊고 일단 동생에게 사정을 카톡했다.
잘못 걸린 전화일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해당 전화를 한 동생 친구 녀석에게 톡을 날렸다.
여차저차 알아보니 아마도 폰이 잘못 눌린 모양이었다.
아아, 다행이었다.
날이 추워지면서 비보를 듣는 경우가 많다.
매일 점심때쯤의 확진자를 보고 하는 뉴스방송도 그러하지만.
이 사건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소중한 사람들이 고민을 하다가 새벽을 선택하고
그 순간 전화를 걸 사람을 고르다가
내가 선정되었다면 그거 만큼 기쁜일이 있을까.
그래서 새벽에 울리는 전화에 예민하다.
마지막 아빠 소식 전화도 새벽에 울렸었으니까. 더욱이.
괜히 무서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틀 전쯤이었다.
안좋은 소식이었다.
큰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는 이야기.
그래도 집에 홀로 계시다가 쓰러지신 게 아니라서
골든타임은 다행히 놓치지 않은 것 같다.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이번이 두번째 출혈인 것이다.
많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말에 수긍이 가는 점은
평소에 안하시던 약주를 요새 많이 드셨었다는 것과
친한 동생인 우리 아빠가 먼저 가버린 슬픈 경우.
얼마나 허탈하셨을지.
허망 하셨을지. 나로서는 짐작이 잘 안된다.
아빠의 젊은 시절과 결혼, 출산 그리고
우리가 성인이 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옆에서 다 지켜보시고 하셨던 정말 아빠의 큰 형님으로서
살아오신 분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친척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이어져 있기에
큰아버지로서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또랑또랑 하시던 큰아버지께서
지금은 자기 몸도 잘 못가누고 계신다고 하니
마음이 영 좋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면회도 전면금지되었다고 한다.
어쩐지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라니.
이번 일이었나보다. 싶었다.
뽀야 꿈은 잘 안맞는 편인데 아빠 그렇게 되시고부터는
부쩍 꿈이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아끼는 사람들이 하나 둘 아프고 쓰러지고 하는 것이
노화의 과정이며 내가 막을 수 없다는 사실.
조금만 평소에 자기 관리에 신경을 쓰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보편적 사실.
다 알고 있는데도 우리 감정이 미쳐 날뛰는 걸
이성이 제어 하지 못한다면
이렇게 씁쓸한 결과를 듣게 되는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는가.
너무 마음이 안 좋았지만
쾌유를 비는 것밖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기도가 하나 더 늘었다.
아빠를 끔찍이 하시던 큰아버지가 많이 아프세요.
아빠 도와주세요.
큰아버지 힘내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지만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우리 얼굴 한번쯤 둘러 보고
안부도 묻고 그런 일상을 꿈꿔본다.
지금은 큰아버지 동생과 누나께서 오셔서 봐주고 계신다하니
그분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거라서 안쓰럽다.
사람 하나가 아프면
주변이 모두 멈춰버린다.
그걸 잘 알기에 건강해지려고 신경쓰고
삶을 온전히 즐기려고 하고
그러며 지내고 있다.
그래도 마음은 쉬이 단련되지 못하여
조금만 비슷한 일이 생기면
눈가가 촉촉이 젖어드는 것이다.
다음소식은 쾌차하셔서 우리를 보고 싶어하신다는
그런 소식이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안그래도 이번주 인간극장 테마가 치매였는데.
보면서 굉장히 가슴 아프더라.
고생이라는 고생은 혼자 다 하시고
좋은 시절이 되니 누릴 것 누리지 못하고
아파져서 어떡하누.
그래도 시간은 배려없게 저만치 앞장서 가버리고.
아픈 몸 질질 끌며 딸려가는 모습에
왜 내 이야기처럼 숨가쁘게 느껴졌는지 잘 모르겠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내가 미처 보지도 못한 그런 사각지대에도 있다.
세상 곳곳에 내 의지로 인해 아프게 된 분들은 어쩔 수 없다만
어쩔 수 없이 아프고 고통겪는 그런 사람들에게
평온이 찾아온다면 좋겠다.
그 평온은 인생 끝의 평온이 아니라
고통 끝의 평온 이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도 빨리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어
뜻하지 않게 아프게 되신 많은 분들이
씻은 듯이 싸악 낫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
그래도 내년에는 코로나가 진정세를 타지 않을까.
또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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