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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눈발

by 뽀야뽀야 202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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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이에 눈이 내려 쌓였고 

또 지금도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세상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눈초밥이 되어간다.

벌써 지붕에도 많이 쌓였다.

오늘이 휴일이라. 

한적하게 내리는 눈을 감상할 수 있는거지.

이제 일터에 나가면 엉망진창이겠구나.

엄마는 부츠를 꺼내 놓았다.

평소에 생수를 두는 곳이 신발장 앞이라 

거대한 생수 산을 하나하나 치우고 나서야 

부츠를 꺼낼 수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 고생인가.

 

오늘의 기온을 보면 현재는 영상5도이고 최저 영하 10도.

추운 밤이 예상된다.

눈이 내리는 순간은 따뜻하다고 하는데.

내리는 눈의 모습도 포근하기만 한데.

눈 뒤에는 매서운 겨울 추위가 뒤따른다.

그리고 날리는 눈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곧 사람들의 오가는 발길에 떡이 되어버린다.

시커먼 눈의 잔해.

아파트에 눈이 내리면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가게 주인들도 제 집 앞을 쓰느라 바쁘다.

응달을 지날 때면 곱게 다져진 눈에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걷게 된다.

 

아빠도 항상 말했었지.

빙판에서는 두 손 빼고 걸어야 한다고.

뽀야는 맨땅에서도 자주 넘어져서 

손 빼고 걷는 게 뭐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다.

두툼한 벙어리 장갑 끼고 휘청휘청 하며 눈길을 걷는다.

이제 그 눈길에는 커다란 발자국 두개가 사라졌을 뿐이다.

발자국을 채우는 건 눈이 아닌 눈물일까.

그래서 내 발걸음이 딛자마자 녹아내리는 것일까.

그 때도 이렇게 눈이 내렸었다.

아빠 처음 쓰러지시고 집에 들렀다가 병원에 면회가던 날.

어느새 계절이 순환되어 다시 내 앞으로 겨울이 돌아온 것이다.

2월도 얼마 남지 않았네!

잊을 수 없는 2월의 어느날을 우리는 추억한다.

좋은 기억은 아니더라도. 사랑스런 이가 세상에 머물던 날이니까.

앞으로 몇 번의 눈이 더 내려야 

이 아픔이 좋은 기억으로 덮어질까.

 

나무들은 추운 겨울 안으로 안으로 깊어가서 

봄에 새싹을 틔워낸다.

나무의 인내를 배우고 싶다.

여리고 앙상한 가지 내놓고 덜덜 떨지도 못하고 

가만히 그자리에서 견뎌내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벌레들이 제 집인양 들러붙어 내 속살을 파먹어도 

꿋꿋한 그런 나무가 좋다.

 

눈이 그런 나무들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툭툭 가볍게 내리는 눈은 쌓이면 엄청난 무게가 생긴다.

그렇게 소리 없이 무거운 눈의 무게가

오늘은 내 머리 위에도 쌓인 것 처럼 

머릿속이 묵직하니 마음이 경건해진다.

아빠가 계시던 올해 2월을 잊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웃으며 식사 자리에서 주고 받던

의미없는 대화들.

마지막 일요일의 나른함.

내리는 눈과 함께 사진처럼 기억할 거야.

마음 속 도서관에 가만히 사진첩 꽂아 둘 거야.

 

눈발이 날리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원통해하며

번뇌하지 않고 

내 안의 소요가 고요히 가라앉기를 

초석잠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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