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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아침안개

by 뽀야뽀야 2021.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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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란 하늘이 인상적인데.

어제 아침은 좀 당혹스러웠다.

창 밖이 희뿌옇게 변해있어서.

그 안개낀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내 미래 같아서.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나는 정말로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굳이 가시밭길을 택한 이유가 뭔가?

구몬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학원 선생님이 될 수도 있는데.

학교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있을 텐데.

공부하느라 잊고 산 것은 아닌지.

이런 마음이 최근에 생긴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그 때 생긴 감정임이 분명하지.

불타는 열정과 의욕.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때였으니까.

그 땐 화끈하게 타올랐는데.

지금은 어째 재가 되고 남은 회색 몸뚱이만 처량하다.

동기부여 서적을 봤다.

역시 내 갈 길은 여기야. 하고 이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안개낀 아침에 생각하는 희뿌연 미래에 대한 단상.

어디까지 나는 버틸 수 있을까?

코로나로 시끄러운 이 세상에서 내 꿈을 꾸준히

지켜나가고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지금 생각하기에는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게 잘될 것만 같고 그런데.

분명 이 길을 택하려는 이유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나중에라도 조금 힘들어지면 불쑥 이런 질문이

나를 먼저 찾아올 것이다.

 

학습전략과 기술을 공유하는 게 재밌었다.

학창시절에 나만의 공부법을 만들어서 공유하곤 했었다.

그 순간 내가 뭐라도 된 것 마냥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야~ 이거 괜찮은 방법이다! 하는 친구들의 한마디가 좋았다.

그렇게 내 안에 교수-학습 욕구가 차곡차곡 쌓여갔는지도 모르지.

새로운 걸 배우는 게 두렵기는 했지만 내 앎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에

부담이 없었고 도전적이었다.

젊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특히 우리 학교 역사 선생님은 조금 별나신 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대학 수준의 수업을 하신 것 같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버티지 못하고 전멸했고.

당시에 역사가 가장 재밌었던 나는 열심히 필기하고 

선생님과 계속 눈맞추고 수업을 따라갔다.

그러니 당연히 좋은 성적이 나오지.

그래서 역사에 대한 거부감이나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사교육이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나가봐야 그저 기계로 살아가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식이 없는 학생만큼 무모한 사람도 없다. 고 생각한다.

우리 하나하나는 어찌보면 미물들이고 아주 작은 생명체일지는 모르나.

이런 점점인 우리가 모여 한 획을 긋는 게 삶이다.

원래 우리가 그리려고 하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면.

헛짓만 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물론 이념적으로 물들라는 소리는 아니다.

여러 보조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신념을 만들고

거기에 비추어 공부를 해나간다면

튼실한 역사관을 정립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있다.

 

왜 제2외국어를 공부해야 할까?

나는 지금 영어라는 외국어 하나만도 벅찬데.

그런 생각 누구나 했을 것이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삼면이 바다이고. 어디로든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가 어디인가 하면 일본이겠지.

물론 중국이 될 수도 있고 러시아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제2외국어를 익힌다는 것은.

내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는 준비이자

연료통을 채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말과 어순이 같고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어는.

초기 단계에서 배우고 익히기 참좋은 언어이다.

게다가 일본문화가 이전보다 많이 침투해 있는 상황에서.

볼 거리, 즐길 거리도 넘쳐난다.

일본어만 할 줄 안다면, 굳이 번역본을 기다릴 것 없이.

직접 뉘앙스 차이까지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삶 속에 일본어가 녹아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은

완전 전문가가 되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맛보기용일 뿐이지.

그 후의 심화학습은 개인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내가 더 좋아하는 분야, 자꾸 펼쳐보고 싶은 과목.

실생활에 필요한 교과목을 파면 되는 것이다.

 

학교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학문에 세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학교가 우리를 기본적인 학문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거기서 우리는 뷔페를 즐기듯이 여러 학문과 닿게 되고

특별히 관심이 간다면 심화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리고 학문의 아주 기초적인 지식을 익히게 된다.

나와 맞지 않는 과목이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학교 성적이 부단히 좋아야지만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자아를 실현하고 날개를 쫙 펼치는데 

필요한 준비를 해주는 곳이 학교인 것이다.

 

요즘은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익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 기초적인 맛을 찾고 

그 맛을 더욱 갈구하는 게 학교 밖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맛이 있는 줄 모른다면 다양한 맛을 알게 될 리도 없지.

그래서 학교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학교에서 조금 더 노력한다면

기초를 넘어서서 심화까지 손 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이상적인 모습인데

사실 가르치는 일만 하는 게 아닌 선생님들에게 

여기까지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더 알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다면 

면담이나 상담을 통해 다양한 학습을 추천해 줄 수도 있는거다.

나도 학창시절에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문제집을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문제집이라는 단순한 책을 추천받은 것이 아닌.

삶의 방향을 정해준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아이들이 서 있는 지면에서 360도 전부가 나아갈 방향이다.

그 중에 어떤 길을 고를지는 학생의 선택이지만.

학생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교사의 몫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뿌연 안개를 보면서.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곁에 선생님은 안계시지만.

이제 나는 작은 선생님이 되어 내 삶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고.

그래, 나는 지금 방향을 정하고 몰두하는 중이다.

가끔 내 방향에 의심을 갖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쭉쭉 나아가야 한다.

뛰어 가면 빠르겠지만 적어도 걷지 않으면 결승선에 다다를 수 없어.

함께 달렸으면 좋겠다.

어느 길이 최선이라고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 요즘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인터넷을 매개로 함께 할 수 있다.

오늘도 자기 몫을 훌륭히 해내는 당신이 아름답다.

나도 조금 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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