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페이지는 엄청 크게 찍힌 남길의 사진.
옆에 책이 잔뜩 쌓여 있고 남길은 데스노트 L의 자세로 앉아있다.
무릎에 두팔을 얹고 뭔가를 노려보는 듯한 모습.
눈이 하도 커서 까만 눈동자가 반짝반짝.
살짝 웃음짓고 있는데 이건 무서운 웃음이다.
어디한번 덤벼봐. 하는 악당의 웃음이다.
캡모자를 쓰고 있는데 모자도 잘어울리네.
하얀 셔츠를 속에 받쳐 입고 겉에는 붉은 체크무늬 남방을 걸쳤다.
약간 공대오빠 느낌이 난다.
옆에 책이 많아서 그런가? 대학생같이 애기애기 해보인다.
성인 남자가 무릎을 세우고 앉는다는 게. 참 보기 드물지 않나.
신체적으로 저 자세가 안되는 사람도 있다.
살이 많이 쪘거나 너무 마르거나.
저렇게 앉으면 엉덩이 뼈가 바닥에 배기거든.
신박한 정리(2021)라는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게 된 것이.
전 아나운서 오정연 편이었다.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다 보관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남일 같지가 않아서.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방정리를 했다.
많이 비워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볼만한 수준은 된다.
그래도 학창시절 학습 기록이 담긴 누런 종이나,
다 낡은 연습장 같은 거는 도저히 못 버리겠더라.
다시 볼 일도 없고 그냥 쓰레기일 뿐인데도.
미련이 이렇게 덕지덕지 먼지처럼 내려앉아 딱딱하게 굳어있다.
하이컷도 어느새 테두리가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어.
살 때부터 보관이 쉽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잡지를 모으는 것도 재미있다.
인터뷰의 깨알같은 글자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길스토리 매거진이 참 재밌었다.
사람 사는 얘기가 담겨 있어서, 따뜻하면서도 울림이 있었다.
안방 쪽 베란다 평상 밑에는 학창시절 교과서들이
습기차서 눅눅한 종이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버리지 못하였다.
내 학창시절 교과서는 필기가 많아 거의 만화책 수준인데.
습기에 얼룩지고 종이가 울렁이는데도 버릴 수가 없다.
버릴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
항상 버릴 수 없지 뭘 그래.
조그만 포장지, 판박이 껌종이 등등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가 무참하게 정리해 주셨지만 지금도 아쉽다.
특히 애써 모으던 지우개 모음집이 아쉽다.
온갖 음식 모양, 동물 모양, 귀여운 지우개들이 많았는데.
사실 자주 꺼내어 뒤적이지도 않아서
플라스틱 보관함에 다 녹아 붙어버려서
보관함째로 엄마가 갖다 버려버렸다.
그냥 소유한다는 것에 만족감이 있는 듯하다.
그게 무슨 소용일까? 단순한 정복욕인가.
어제는 수험 커뮤니티를 들어갔는데
커블체어 어쩌고 글이 있기에 눌러보았다.
나는 라이너블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들 책가방 받침대로 쓰고 있다고 한다.
어떤 물건이 각자에게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재미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용도를 비틀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요전에는 실내 슬리퍼를 욕실화로 바꾸어 보았다.
덕분에 양말이 젖지 않게 욕실을 오갈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엄청 폭신폭신 하고 부드러워서 밟을 수록 기분이 묘하다.
아재개그도 좋아하는 편이다.
얼마전에 집사부일체였던가에서.
공부의 신 강성태가 나와서 미니 골든벨을 하는데.
몸풀기로 퀴즈를 서로 풀어보는 시간이었는데.
넌센스퀴즈를 잘푼다고 하여 같이 풀어보는데.
펭귄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냉장고.
이러는데 엄마랑 나랑 동시에 터졌다.
특히 엄마는 꺼이꺼이 울면서 보고 있던데?
다들 보고 계시는가?! 중년 여성에게 먹히는 개그소재가
바로 아재개그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격이었다.
아!! 아침을 적게 먹어서 그런가? 간식이 마구 땡기는 지금은
아침 10시 언저리.
점심먹을 시간을 앞두고 있네.
라볶이 먹고 싶은데. 내손으로 뚝딱 만들 수 있는데.
어떻게 말해 봐야 할까?
면식을 끊으라던 잔인한 동생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서.
뒤로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그래도 일주일에 1번은 특식 허용한댔으니까.
부딪쳐보자.
1차는 엄마가 거절했지만.
내가 만들고 설거지까지 한다고 하니 끄덕이셨다!!
좋았어. 만두도 가득 넣고 떡은 없지만 라면사리가 많으니까.
아 설렌다.
그런데 자꾸 엄마가 그냥 밥먹으라고 졸라댄다.
아냐, 아니란 말야. 열심히 엄마를 설득해 본다.
어차피 내일부터 계속 밥먹어야 되는데~~ 하면서.
아아, 건강한 미래를 위해 포기해야하는 것의 가치가 너무 크다.
미식을 잃는 것 같은 느낌.
뭐 라볶이 하나가 미식의 축에 들어가는지는 의문이지만.
배가 솔솔 고파진다.
남길사랑도 밥먹으면서 해야지.
근데 밥이 참 중요한데 남길은 많이 먹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방송에서는 많이 먹는 모습 보이기가 싫은 건가?
실은 집에서 양푼 비빔밥을 혼자 만들어 먹는다던지?
그것도 재밌겠다.
한쪽 바지 걷어 올리고 머리에 양모자 수건 두르고
냉장고 싹싹 털어서 비빔밥 해먹는 남길을 떠올려 본다.
엄마가 자꾸 온갖 유혹으로 나의 라볶이 열정을 꺾으려 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 아니라 나의 굳은 심지는
이럴때는 또 독하다.
살면서 좋아하는 음식 하나쯤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
내겐 라볶이가 그렇다....(하트)
맛있게 먹고 사진 많이 찍어야지.
매일 하루 아침을 남길 사진으로 여니까 너무 좋다.
이번 미션이 끝나면 어떤 남길 챌린지를 해야할지. 고민이 되네.
뭐 또 좋은 떡밥이 생기겠지.
열심히 촬영하고 있을 남길을 떠올리며, 마지막 주말 불태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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