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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일기

오오

by 뽀야뽀야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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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러주오.

저 귀퉁이에서 울고 앉은 가여운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나를 깨워 주오.

저만치 뒤에서 느릿느릿 걸어오는 비루한 내 몸뚱이

나를 안아 주오.

저기 지나가버린 사람 앞에 울고 있는 쓸쓸한 내 마음을

나를 밀어 주오.

저렇게 힘없이 앉아 꽃잎 떼며 세월 운운하는 내 어깨를

나를 잊어 주오.

저런 사람 다시 없다며 혀 끌끌차며 뒤로했던 내 뒷모습

 

오오. 나를 불러주오.

당신의 입술 끝에 소생하는 내 목숨을 기억해 주오.

잊으란 말조차 잊고 생명의 손길로 나를 인도해 주오.

오오. 나를 불러주오.

불러주오,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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