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빠가 사 주신 전자사전(2008)이다.
아직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제품명은 카시오 ex-word ew-L3200
일본어 특화 사전이다.
당시에 영어/일본어 이렇게 특화 사전이 많이 나왔었다.
영어 특화 사전은 기판이 푸른색이었던 것 같다.
확인 버튼은 항상 눌러야 하니까 많이 닳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물로 보기에는 낡지 않았다.
비록 입력 스크린 란에 먼지가 가득 끼었지만서도......
전자사전이 빛을 발하는 경우는
수업 중에 핸드폰을 켤 수 없을 때
핸드폰 화면이 답답해서 불편할 때
등등이다.
AA건전지 2개가 들어가는데 꽤나 오래 쓸 수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정말 건전지가 마르고 닳도록 사용했었는데
당시는 핸드폰이 좀 불편해서
즉각 찾을 수 있는 사전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기계는 역시 계속 써야 고장이 안나는 듯 하다.
컴퓨터 조금 쓰기 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컴퓨터 켜기가 귀찮을 때 손쉽게 찾아 버리는
나의 전자사전.
아무리 좋은 사전 어플이 나온다고 해도
이 손맛(!)을 잃을 수야 없지.
그 때만 해도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MP3도 그런 것 같다.
그냥 전자파 없이 편하게 음악 듣고 싶어서
구형 MP3 사려고 했더니 가격이 후덜덜.
이제는 골동품 수집가 취급 당하는 현실.
예전이 좋았지......
이런 말 하면 라떼는......그러는 것 같아서
보기 안좋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다가 일본 홋카이도 관련 다큐를 보다가
이제는 저곳에 마스크 없이 다닐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소중해졌다.
어쩌면 지금은 미래인이 가장 원하던 오늘 하루 아닐까.
자꾸만 옛 것이 그리워지는 이런 감성은 어떤 감성인지.
디지털 파가 아니라 아날로그 파로 가는 건지.
신문물이 무서워지는 건지.
새로운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신문화에 벌벌 떠는 것인지.
음악도 그러하다.
옛 음악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전(클래식)을 즐겨 듣나 보다.
옛 것들이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프리미엄이 붙고
새로운 물건들이 나와 그 자리를 대체하고
그렇다고는 해도 잊혀질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다.
그 시절의 추억이 그리워 싹쓰리가 대중의 관심을 듬뿍
받는 것이겠지.
그 때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나...?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내가 책상 앞에서 공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변함없는 나의 미래가 무섭다.
하긴, 공부는 평생 해야하는 거긴 한데.
미래로 나아가야하는데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어느날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