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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키보드

by 뽀야뽀야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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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기계식 키보드이다.

처음에 딱 보고 어라 글씨가 없네? 했는데 

살짝 기울여서 살펴보니 아래쪽에 표시가 있었다.

뽀야가 쓰려고 산 건 아니고 동생이 산 건데 

신기하기에 가서 찍었다.

예전 키보드들은 내장된 받침대를 세우는 방식인데

얘는 틀에 끼워넣는 방식. 더 심플해 진 것 같다.

실리콘 보호막? 같은 것도 줬는데

타자치는 느낌이 안살아서 사용 안할 듯하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컴퓨터를 통해 만난다.

그 매개가 되는 것이 저 딱딱한 키보드.

웬만한 말은 다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은 사각형에 가둬진 글자로부터 만들어지는 어엿한 이야기들.

그래서 한글이 참 대단하구나 싶었다.

뽀야는 어릴 때 쓰던 컴퓨터 키보드를 아직도 쓰고 있는데.

물건을 조신하게 쓰는 편이라 오래 쓴다.

키보드 숫자가 안눌릴 정도로 키보드를 쓰는 거면

어떻게 쓰면 그렇게 될까?!

미친 듯이 같은 버튼만 계속 누른 거 아니여?!

뭐 던전에 가서 사냥이라도 열심히 했는감.....

마우스가 망가지는 건 많이 봤는데

키보드는........(먼산)

사실은 소모품인데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여 

마치 영원히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것들이 몇 개 있다.

샤프도 그러하고(동생이 버리려고 내놓은 샤프 주워서 절찬 사용중)

안경도 대체로 오래 쓰는 편이고.

족집게도 꽤나 오래 썼고, 물컵이나 독서대도 오래 쓰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책상위를 쓱 훑어보는데.

과연, 오늘은 대청소날이지, 싶네.

해야할 일이 있으면 죄다 늘어놓는 성격이라.

 

어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세상에 TV 앞에 앉으니 일어나기가 싫은거라.

게다가 장판 뜨뜻하지. 이불 푹신하지.

도무지 다른 일을 할 생각이 안들어서 그만.

수업실연 녹화도 JPT 실전연습도 훨훨 날려 보냈다.

그래서 오늘의 무게가 무거워 졌다.

솔직히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긴 한데 

일이 미뤄지는 걸 두고 못보는 피곤한 성격은

어쩔 수 없다.

빨리 빨리 해치우고 쉬는 게 낫다! 주의라서.

그런데 일을 빨리 끝내도 잘 못 쉬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일을 또 하게 되는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

어제는 그렇다고 마음놓고 푹 쉰 것도 아니고

계속 [아, 000해야 하는데~] 이러고만 있었네.

몸이 너무 따뜻하면 갈 길을 놓치는 것 같다.

하긴 너무 추워도 갈길을 잃긴 한다.

그래서 여름에 공부가 잘 안되고 축축 늘어지는 거지.

평소에는 TV를 잘 켜놓지 않고 필요한 것만 쏙쏙 

시간에 맞춰 보고 방으로 들어오는데.

어제는 아침부터 하루종일 TV를 보는 엄마 곁에 있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TV 앞에서 망부석이 되었다.

TV는 정말 무섭다.

 

어제 저녁 9시쯤에 보니까 연예대상을 하고 있더라.

뽀야는 기사로 수상자만 확인할 거니까 보지는 않았는데.

재밌는 현상이 있다.

뽀야가 일찍 잠자리에 들면 엄마도 덩달아 자게 되는 경우이다.

뽀야가 늦게 자면 엄마도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 준다.

이런 동조현상이 진짜 무서운게.

TV앞에서 동조 해버리면 하루를 그냥 날리게 된다.

빨리 나 할 거 챙겨서 슥슥 해버려야지. 정말 큰일난다.

어제 버린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한탄을 좀 하다가.

오늘까지 그렇게 보낼 수는 없어서 꽉꽉 들어찬 계획을 보다가.

쉬는 것도 계획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푹 쉰다는 게 현대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 만지고 잡생각하고 멍 때리고.

온전히 나를 내려놓고 쉬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명상원 같은데도 있는 걸 보면 홀로 어떻게 쉴 줄 몰라서 

그런 곳을 찾는 것 같다.

매일 잠을 자고 꿈을 꾸지만 그 잠 속에서 아무 걱정 없이 

몸을 이완시키고 푹 잔 날이 몇이나 될까?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쌓여서 

지금 현재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빨리 눈치 챘어야 했는데.

오늘도 또 후회의 페이지를 적어내려가 본다.

일단 밥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으니 1차전은 제대로 통과 했네.

TV를 피하고 방으로 들어왔으면 반은 끝낸 거나 다름없지.

이제부터 중요한 건 집중이다.

뭘 하든지 집중이 된다면 쉬는 시간조차 일한 것으로 인정하겠어.

프리랜서들이 이래서 힘든거구나 싶다.

일과 쉼의 구별이 잘 안 돼......

오늘 아침에 눈 붙들린 것은 드라마 오마주라고 해서 

예전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에 대해 얘기하기에.

나에게는 원작 일본 만화책이 먼저 떠올랐지만 뭐.

계속 서서 안절부절하며 거실을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엄마는 백종원 레시피를 검색해달라고 하고.

그러고 한동안 잡일을 좀 했다.

신기하게 내가 방으로 들어오니까 타이밍이 딱

엄마가 오이를 절여놓고 쉬는 시간.

내가 왔다갔다 서성대면 일하는 시간.

뭐지 이 절호의 찰나는.

그리고 핸드폰에 식물 알람 해놓아서 다행히도

고목을 굶겨 죽이진 않았다.

이미 물받침대에 물이 고여있어서 비워내고

다시 제대로 받쳐 놓았는데 이 작업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화분이 길고 크기 때문에.

그리하여 자주 물을 못 갈아주어 곰팡이가 나거나 하는데.

얼마나 갑갑할까.

마치 쉬야한 기저귀를 며칠 못 갈아주는 것과 같은데

굉장히 찝찝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주 못해주니까 미안했다.

그래도 우리집 터줏대감인 고목을 오래오래 잘 키우기 위해서 

영양 돌도 깔아주고 잎사귀 먼지도 닦아주고

아끼고 사랑하고 있기는 하다.

근데 이 강한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대단하다. 온몸이 토르소처럼 잘려도 살아나는 강한 힘에.

반해버렸다.

네가 열심히 살고자 하니 나도 너를 돕고 싶다.

그런 심정이다.

 

이제는 분갈이가 무섭다.

분갈이만 하면 식물이 죽어버리니까(T.T)

해바라기도 시클라멘도 일일초도 그렇게 떠나버리고.

그러고 보니 다 꽃들이네.

꽃이 조금 예민한가보다.

나도 겁나게 예민한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약간 그러한데

꽃인가 보다.

어, 아냐 그럴리가 없........

아름답지 않은데.......어엇...

꽃이고 싶은 식충이 하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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