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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카이로스를 보내며

by 뽀야뽀야 202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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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내 월화를 뜨겁게 채워줬던 카이로스가 끝났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따뜻한 점이 좋았다.

큰 틀은 권선징악이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는 행동들이었다.

서로의 선함은 악함이 되기도 했고 

악함이 선함이 되기도 했다.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시간너머를 열심히 넘나들고.

그런 점들이 신선해서 계속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잔인한 장면이 간간이 있긴 했지만 거슬리지는 않는 정도로

카메라 워킹도 좋았고 인물들 시선처리도 깔끔했다.

거대한 로고는 왠지 

내가 이 위대한 이야기 속의 뭐라도 된 것 마냥 

대신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다.

압도적인 그 느낌에 또 치밀한 대본에 반했고.

이렇게 하나의 드라마는 많은 감정을 이자리에 두고 

가버리지만. 

각자의 캐릭터가, 다양한 성격이 뚜렷한 드라마는 또 처음이었다.

그저 엄마는 작품의 배경. 

쫄따구(?)는 그냥 회사의 끄나풀.

이렇게 끝나는 이야기가 많은 시절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빛나는 이야기가 공중파를 타고

우리의 월요병과 시름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촬영현장 메이킹은 시끌벅적하고 훈훈해 보였다.

간간이 트위터를 통해 맴돌던 예고편이나 밸런스게임도 흥미로웠다.

처음에 시간여행이 주제인가? 하고 접근했을 때는

이정도로 진한(?) 드라마인줄 모르고 그냥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나의 추리가 번번이 빗나가고 평범한 모든 것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고.

그런 과정을 통해 착착 쌓아올려져 가는 드라마에 대한 신뢰감.

마지막은 늘 서운하다.

아쉽고 놓아주기 싫고 그렇다.

매회를 리뷰하기엔 벅차서 감정이 많이 실릴 때 마다

글을 올리곤 했는데 이젠 서진과 애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나버리네.

뻔한 결말 같으면서도 살짝 열려있는 느낌이 좋았다.

수정이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또 어떨지.

수정이 중심의 스핀오프로 가는 건지.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작가님 머리털 툭툭 빠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마지막에 휴대폰이 울리면서 딱 암전하는 이 느낌도 마치 카이로스 다웠다.

로고를 제일 멋지게 활용한 드라마.

홍보보다 내실을 가꿨던 드라마.

이런 수작을 놓치신 분들은 진짜 땅을 치고 통곡해야 되는데.

몰입도가 이렇게 높을 수 없는 드라마를 말이야~!

따라가기 힘든 이 머리로도 카이로스를 완주할 수 있었던 힘은

차분히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극의 분위기와 

한 줄 한 줄 완성도 높은 대사인 것이다.

 

다 끝난 드라마 떠나보내지 못하고 질척대는 뽀야도 안타깝지만.

어차피 다른 곳에서 다시 또 만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조합은 다시는 없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 못내 아쉬워지는 것이다.

등장 인물들 이름 하나하나 생각나는 희한한 드라마.

절대 잊지 못할 그 이름. 이택규.

드라마 줄거리를 얘기할 때 본체 이름을 언급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이번 드라마는 극중 이름이 더 찰떡같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 때문이겠지.

근데 결국 김서진 이사는 쓸쓸해 졌네.

애리네는 완전체가 되었는데.

그래도 다빈이가 곁에 있으니까 뭐 된 건가.

내심 애리랑 서진이 이어질까봐 조마조마 하며 

러브라인은 아니 돼~! 하며 봤는데

연애 기름기 쏙 뺀 바삭바삭한 드라마라 좋았다.

 

 

그런 뽀야에게 시련이 닥치는 시간이 있으니 

바로 수목 드라마 런 온이다.

이상하게도 연애 드라마에 꽂혀 버렸다.

닭살 방출 대 서비스임에 분명하다.

열심히 옆구리 긁으면서 지켜보려고.

배우 신세경 연기가 좋단 말이지.

쿨내 풀풀 내고 싶은 쭈구리 여성 좋아.

근데 매번 가여운 역할만 맡아서 좀 그렇다.

때로는 순하고 가련한 얼굴도 악역 맡아주고 그래야 합니다요!(탕탕)

이리저리 튀는 깨발랄한 드라마가 되기를 바라본다.

 

아, 카이로스 널 어떻게 보내지........

월화 드라마 로서의 너를 잊을 수 없을 거야.

안녕, 카이로스. 

다가올 연말이나 내년 시상식에서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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