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피자스쿨 피자들이다.
좌측은 우리집 단골메뉴 포테이토 피자.
우측은 비교적 새롭게 시도해보는 고구마 피자.
일단 둘다 단짠단짠 하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원래 배탈이 계속 이어져서 밀가루를 피하려고 애를 썼었다.
이제 설사가 잠잠해지니까 또 입에서 원하는 음식을
위장에 넣어주고 싶어졌지.
사실 피자를 먹으면 1kg가 확 찐다.
그걸 누구나 다 아는데 이 유혹을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빵에다가 치즈까지 넣었다고.
이 짭쪼름하고 고소한 냄새, 버틸 수 있냐고~
게다가 우리 동네 가게는 되게 늦게 열어서.
정오가 되도 안 연다.
전화를 한 5통 하다가 질려서 그냥 속편하게 오후 1시까지 기다렸다가
주문을 넣었더니.
주문이 잔뜩 밀려있다며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 기라.
왠지 작전 실패에 화가 났다.
내가 어차피 먹어서 똥 될 음식에 이렇게 집착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나 꾹꾹 눌러 참고 기다려서 맞이한 피자이다.
참, 피자 사 먹기 힘드네.
저번에는 3판을 배터지게 먹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치즈 크러스트도 넣었고 하여 간단하게 2판만.
엄마는 피자를 별로 내켜하지 않아서 조금 먹다가
같이 사온 호밀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드시더라.
아무래도 득달같이 피자에 달려드는 자식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고
물러난 것이겠지.
그런 배려도 눈치채지 못하고 우걱우걱 먹고 또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팠었다.
세상에 점심을 1시~2시 사이에 먹다니.
바른 생활 뽀야의 기록에 금이 가는 일대 사건이다.
밥 때 맞추는 건 규칙이 생명인데....!
먹을 때는 잘 모르는데 다 먹고나면 입이 굉장히 짜다.
그래서 콜라랑 같이 먹는 건가 봐.
짠 맛을 단 맛으로 상쇄 하려고 말이지.
하여튼 굉장히 배부르고 늦은 점심이었어서.
저녁에까지 영향을 주더라.
배가 하나도 안고팠음에도.
밤중에 게걸스레 먹을 걸 탐할 것 같아서
들어가지 않는 저녁 밥을 입에 욱여넣었다.
근데 인간이 참 신기한 것이.
먹으면 또 먹어진다는 거.
아까는 절대 못먹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이제 당분간 피자는 그만 먹도록 하자.
가만히 있어도 늘어가는 뱃살에 뭘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리고 가게가 너무 늦게 열어서 불편해.
이렇게 말해놓고 또 그리워질 거라는 걸 잘 안다.
당장 산책길에 피자가게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그 앞을 지날 때면 피자냄새라는 유혹의 손길이 뻗쳐온다.
어제는 10시까지 버티는 게 참 힘들었다.
저녁이 고요하면 오히려 잘 버티겠는데.
거실에서 가족이 TV를 보고 있다거나 해서 시끌시끌하면
왠지 내 방에서 하는 일에 집중도 안되고.
그렇다고 문을 닫고 있자기엔 너무 단절되는 것 같고.
어정쩡한 상태로
이어폰 꼽고 컴퓨터 하고 있으면 졸음이 솔솔 온다.
그러고 보니 요새 헤드폰의 매력에 잠식되고 있다.
소리의 결이 완전 다르다던데.
하나 마련 해 볼까 하고 검색해보았는데 바로 깨깽.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 내 생활 수준의 향상을 위해 사는 제품치고는
너무 비싸잖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말이지.
위험한 곳에 발을 들인 것만 같다.
일단 경제생활을 영위하게 되면 살 목록에 살포시 적어놓아야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머엉)
주말 드라마가 엄마를 실망시킨다.
평일은 그나마 나은데
주말 드라마랑 주중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드라마가
그닥 끌리지 않는다.
그냥 의무감으로 보고 있는게 눈에 보여서.
그래도 기황후 재방송 보던 때는 좀 나았는데.
그것도 완결까지 땡겨서 봐 버렸더니 볼 게 없는 것.
요새 참 노래하는 예능이 많아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송가인 단독 콘서트가 가을에 예정되었다던데.
엄마는 아빠랑 있을 때는 그렇게 송가인을 좋아하시더니.
아빠 가시고 난 뒤로는 음악에 흥미를 잃으셨다.
노랫가락을 들으면 눈물 날 것 같아서 그렇다고.
[어머니, 그럴 때는 신나는 롸큰롤을 즐겨 봐요.]
라고 말하였으나 먹히지 않았다.
하긴 엄마가 RATM이나 DIR EN GREY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좀 안 어울리긴 한다.
갑자기 주머니에서 마이크를 꺼내서 거세게 나를 디스하며
라임 갖춰 랩을 쏟아낸다면 그것도 황당하겠지.
그래서 꺼낸 이야기가 배우 김영옥님이었다.
할미넴이라고 불리시지.
[시베리아에 가서 귤이나 까라 그래~]
로 시작하는 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땐 정말 충격과 공포였는데.
너무 잘하셔서 박수치며 봤었다.
엄마는 시베리아...까지만 듣고도 깔깔 웃어서
나의 흡족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렇게 시답지 않은 얘기 주고 받으며 웃을 수 있는 관계가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사람이 배부르면 너그러워 지는 것 같다.
그리고 식후의 나른함도 잘 참아냈다.
요즘은 삶에서 공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살짝 줄면서,
삶의 행복도가 조금 올라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좋아하는 책만 읽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를 안고 10시를 기다리며
할 일을 끼워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