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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소고기뭇국

by 뽀야뽀야 202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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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가 도져서 반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기왕이면 건강한 음식, 몸을 보호하는 음식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소고기 뭇국.

면을 끊고 있는 와중에도 간헐적인 설사가 시작되어

슬슬 과민성 대장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근데 잘 만들어서 다 끓여먹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것도 역시 기름진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엄마는 어제 저녁부터 온갖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나물도 볶고, 두부 조림도 지지고, 호박전도 노릇노릇 굽고.

숙주나물도 새로 무쳐냈다.

인간이 하면 안되는 게 없다.

다, 하면 된다는 거지.

안하니까 안되는 거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요리를 즐기지 않는 엄마 치고는 엄청 빠른 속도로 완성한 반찬에

영어 라디오를 마치고 거실로 나온 나는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코를 찌르는 맛있는 음식 냄새.

저녁 8시가 이렇게 맛있는 시간이었나..?!

나는 꼭 생고기를 보면 손으로 콕콕 찌르고 싶어진다.

왠지 만져보고 싶은 충동.

보드러우면서 단단한 질감이 좋다.

익히면 회색빛을 띄는 것은 살짝 아쉽지만.

뭇국은 횟감이 아니니까.

 

엄마는 나만 보고 살아간다.

내가 아프거나 지치거나 하는 기색을 보이면

엄마도 같이 시무룩해진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는 쫑알쫑알 여기아프다, 저기아프다 응석을 부린다.

왠지 엄마한테 말하고 나면 괜찮아지는 것만 같아서.

아직도 이렇게 제 나이값도 못하고 산다.

나의 역할은 항상 밝게 명랑하게 지냄으로써

엄마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저번 산책 때 7부 바지를 입고 나가서 그런지 몰라도.

머리가 살짝 띵하기에 꿀물을 팍팍 타서 먹었더니 

확 좋아졌다.

역시 만병 통치약이야... 꿀...!

되도록 양약을 먹지 않고 버티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영역이 있으니 소화기관 문제이다.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매실 액기스를 물에 희석하지 않고

한 숟갈씩 먹었었는데.

그게 역류를 초래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소화가 안되거나 하면 소화제를 찾게 된다.

어제도 한 병 깠는데 훨씬 좋아졌다.

 

이제 20화 중에 9화가 남아있는 소설 상태는 양호하다.

쓰는 것도 짜릿하지만.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읽는 것도 진짜 재미 중의 재미이다.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는다.

전공서적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오전 내내 술술 읽히지 않는 가나문자와 씨름하던 눈이

한글로 바뀌면서 평온을 되찾는다.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는 게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10시 취침이 가볍다.

진짜 장족의 발전인데.

나는 내가 못 해낼 거라고 암암리에 못박아 두고 있었나 보다.

근데 책을 읽다보면 시간이 순삭된다.

이 귀중한 시간을 지금까지는 수면으로 낭비하고 있었던 거지.

물론 잠도 귀하지만.

짬짬이 시간 내서 독서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내 삶에 윤기를 더하는 시간이라고 여기게 된다.

 

내일이면 4월도 끝이네.

소설 구상하면서 4월 초에 계획을 잡아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교육학 유튜브는 아직도 1-2월 강의를 듣고 있다.

늦어도 3월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게으른 나는 매번 새 역사를 쓰곤 한다.

아직도 완강까지는 멀었는데.

7-8월 강의는 언제 들을 수 있을까...(머엉)

지금 내 삶의 중심은 뭐지?!

나는 뭘 추구하며 살고 있는 거지?!

이런 물음에 답이 바로 안나오는 내 삶도 참 답답하다.

 

공부만 하다가 소중한 것들을 놓친 경험은 1번이면 됐잖아.

그나마 하고 있는 공부도 1회독도 못했으면서.

뭐가 바쁘다는 건지.

가끔 냉정하게 나를 바라보면.

정말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정신차리자.

주어지는 기회를 마지막으로 만들지 말자.

몸을 보하라고 만들어 놓은 소고기 뭇국이

기름져서 또 좍좍 쏟아내고 있는 나의 연약한 위장아.

정신차려. 너까지 고장나면 나는 어쩌라고.

설사에 좋은 감자와 두부를 많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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