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귤색 가디건을 입은 남길이다.
왼쪽에는 유수염의 남길이 환하게 웃고 있는 작은 사진.
사람 좋은 웃음이 만면에 퍼져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웃는 얼굴이 훨씬 낫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무표정일 때는 입꼬리가 어색하여.
아랫입술이 두꺼워서 그런가...?
약간 입꼬리가 처진 인상이 있는 것인데.
구강 구조도 약간 돌출형이라.
무표정이 영 어색하다.
그런데 내가 환하게 웃으면 주변사람들이 참 보기 좋다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초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께서.
너는 웃을 때 참 예쁜데 왜 안 웃느냐고.
아, 그 때는 질풍노도의 시기였기 때문에.
시절을 타느라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컨셉이었어요.
그렇게 말하지 못하고 그저 쑥쓰럽게 웃었었지.
세상에 웃을 때 안 예쁜 사람도 있던가.
배우 마동석도 웃을 때 엄청 귀엽다고.
남길 세계에서는 유수염파와 노수염파가 대립을 한다.
나는 어떤 쪽이냐 하면은 작품마다 다르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노수염파다.
깔끔한 게 좋지, 안 그래?
약간 엄마들의 마음이 흠씬 반영되어 있다.
엄마는 동생이 머리를 짧게 확 쳤으면 좋겠다고 항상 말하곤 한다.
기왕이면 상고머리나 스포츠 머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멋내기에 맛들린 동생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뽀야한테도 앞머리좀 자르라고. 너는 이마가 보여야 인물이 산다고.
그런데 다행히도 엄마의 의견과 나의 취향이 일치하여
나는 사랑이 처럼 짧은 앞머리를 선호한다.
뭔가 길어지면 눈앞을 가려서 불편하거든.
나는 아름다움보다는 편함을 선택하는 편이라.
그래서 남길을 볼 때도 노수염에 짤똥한 머리가 귀여운 것이다.
그런 마음에 반대하는 사진이 이번 유수염에 잔뜩 늘어뜨린 앞머리가 아닐까나.
왠지 후덕해보이는 사진이다.
맘씨 좋은 과일 가게 사장님 같은 미소이다.
왜 과일 가게냐면은 입고 있는 가디건 빛깔이 귤색이라서.
그리고 청포도인지 샤인머스캣인지 뭔지를
입에 넣으려고 앙 하고 있는 사진은 정말...!
살짝 혀도 마중나와 있고 완전 귀엽다.
편한 사이라면은 참 잘했어요 하고 머리를 쓰다듬해 주고 싶은 사진.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머리를 만지는데 민감한 사람이 있더라.
고등학생 때 친구녀석이 그러한데.
머리를 만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전생에 개였나? 그래서 하도 만져져서 싫은 건가? 싶지만.
녀석의 별명은 공룡. 아. 그래서 싫은 거구나..... 납득이 가버리는.
예전에 장난으로 머리에 물을 뿌렸다가 엄청나게 혼났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상대가 좋은 의도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연인의 표정이 똥씹은 표정이 된 적이 몇 번 있을 것도 같은데.
아, 연인이 있어본 적이 없다고요?
아, 이것 참... 인연인가 봅니다. 저도 없거든요.
가끔 블로그에 글 쓰다보면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와서 곤란하다.
이제 글을 다 쓰고 나면 이니스프리에 간다.
엄마가 부산하게 패딩을 입고 부시럭 대며 왔다갔다 하고 있다.
엄마와 나는 꽤나 성급한 편이다.
약속시간 1시간 전에 나가있는 사람. 그게 바로 우리이다.
아까 화장실 간다고 들어가더니.
화장실 쪽에서 물로 희석된 응아 냄새가 솔솔 난다.
아침에 응아 냄새라... 나쁘지 않다.
응아하면 돈이 딱 떠오르지 않는가.
그래서 이사한 집에 모르는 사람(=업자)이 응아를 많이 싸고 가면
그 집에 운이 탁 풀린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러고보니 친척들과의 모임에서 화장실을 갔는데.
물이 안내려가는 특이한 화장실에서.
나 다음으로 들어가게 된 고모부께서
다녀오시더니 허허 고놈 참 실하구나.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던 기억이 남아있다.
지금은 그정도로 자주 왕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빠 장례식에 오셨을 때 마지막으로 봤었는데.
사람 좋은 그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이란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변화한다.
그렇게 마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를
자꾸 만들어 내서 좋은 변화를 이끌어가면 좋겠다.
지금이야 웃어 넘길 수 있지만.
당시에는 굴욕이었던 사건도 시간이 입혀지면
미화되어 버리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남길에게도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많겠지만.
나쁜 기억은 빨리 시간을 입혀서 미화시켜서.
어느날의 안줏거리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희석되기를.
근데 가디건 입고 있으니까.
꼭 살인자의 기억법(2017)에서의 태주가 떠오른다,
고양이 안고 있던 그 장면에서 사람들이 다들
쓰러지고, 큼직하니 귀여운 모습에 살살 녹았었는데.
팬들한테는 그의 작품 기록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되는 것 같아서.
그러고 보면 남길은 살아있는 좋은 기억 생성기네.
곁에 오래 붙어 있어야겠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라도~(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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