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는 렌지후드 점검이라면서
찾아오는 아줌마가 간혹 있다.
사실상 사기업체에서 나온 것이고.
아파트 관리소에서 관장하는 것이 아니다.
렌지후드를 점검해준다며 들어와서는 부속품을 교체하고.
그걸 이용하여 착취하는 그런 구조이다.
나도 잘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 날은 친절해지고 싶어졌고.
대문을 벌컥벌컥 잘도 열게 되었다.
그런데. 렌지후드 아줌마에게 관리소에서 나온거냐고 묻자.
아 그건 아니라며 둘러대는 꼴이 퍽 수상하다.
부모님 계시냐고 묻기에 일나가셨다고 하였다.
나보고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묻기에.
[엄마 딸인데요?!]
라고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줌마의 표정은 슬슬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어른 계실 때 다시 온다며 후닥닥 사라지는 뒷모습.
동생은 나를 보며 또 호구잡혔다고.
그렇게 문을 막 열어주면 위험하다고.
깊은 가르침의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되게 위험했던 것 같다.
그 아줌마가 나를 어리숙하게 보지 않았다면
맘대로 들어와서 부속품을 청소하고
거금을 뜯어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여사님들은 생활력이 참 강하니까.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어서
하도 강매를 하여 대판 싸움이 벌어지기까지도 헀다고.
퇴근한 엄마도 동생에 가세하여 왜 문을 열어줬냐고.
나를 다그친다.
성급한 성격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인터폰으로 물었어야 했는데.
문을 너무 쉽게 열어 주었다.
그런데 여사님의 빠른 포기 덕분에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건 참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한참 전에도 종이봉투를 들고서 새벽에 벨을 누르고 도망간
이상한 물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수상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1층에 아파트 현관 문이 있는 건데.
너무 쉽게 개방되는 것 같다.
자꾸 경비를 호출하면 귀찮아지니까 아예 우편함에 잘 보이게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공동현관은 버튼식인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충 눌러대서 고장이 곧잘 난다.
문이 꽉 닫치지 않을 때도 많은 것 같다.
가끔은 고장나서 활짝 열려있기도 하다.
공동현관의 기능이 무색해질 정도다.
어느정도의 거리감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다.
사람을 보면 마냥 친근하다.
경계심이 없는 편이다.
이런 성격임에도 별탈없이 잘 지내온 것은
조상님 덕분인가봉가.
그래도 덜 예민해진 지금이 딱 좋다.
가끔 실수하기는 해도.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아무리 배웠어도.
현실에서는 실천이 어렵다.
혹시 뭔가 중요한 정보를 놓칠까봐.
그렇게 마음의 빗장이 쉽게 열어져 버리는 것.
요즘에는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도 하던데.
참 무서울 것도 경계할 것도 많은 세상이다.
시골에만 내려가도.
집의 경계가 참 허술하다.
못 건너오게 걸어놓은 막대기 하나.
그럼에도 잘 먹고 잘 산다.
서로 속고 속이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갈 길을 잃어본 적이 별로 없다.
무시하고 외면하는 게 일상이지.
나의 안위는 그렇게 챙긴다고 해도.
그러면, 그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은...?
매번 그렇게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향할 것이고.
그도 한 집안의 가장일지 모르잖는가.
차가운 인터폰 건너에서 말을 주고받고.
쓸쓸히 멀어져가는 뒷모습이 안쓰럽다.
물론, 다른 이들이 열심히 일할 때 그렇게
얄궂게 편하게 일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왠지 그렇게 찾아온 사람을 돌려보내고 나면
한없이 텅 빈다.
그러니까 이제 다시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광고도, 방문판매도 사절이다.
이제는 문 열어주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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