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페이지는 조금 허탈하면서도 재미있다.
2021 김남길 달력 1월에 나온 착장을 한 남길의 작은 사진.
좀 띠꺼운 듯한 표정이 귀엽다.
하긴 어떤 표정을 해도 나는 귀엽다고 쓸 것이다.
오른쪽 페이지가 하얀 여백이라서.
되게 집중도가 높아지는 사진이다.
어째서 이 사진을 여기에 배치했을까?
여기까지 보면서 눈이 피로할까봐.
남길에 집중하면서 눈 풀라는 그런 배려일까나?
갑자기 스티커 사진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그게 유행이었다.
시내에 나가면 스티커 사진 기계가 몇 대씩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도 그때는 몰려다니는 친구라도 있어서 사진도 찍고 그랬었네.
스티커 사진을 찍었을 때 당시는 너무도 소중해서
진짜 아끼는 노트에다가만 붙이고 아껴놓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 똥이네.
화질도 나쁘고 바래버려서 그야말로 추억의 한 장이 되었네.
지금 가장 기쁘고 슬픈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다 그냥 슥 보고 지나칠 그런 대상이 되는구나 싶어서.
가슴이 조금 저릿저릿 하다.
설마 남길 사진첩이 그렇게 되진 않겠지.
사실 책장 한 구석에서 노랗게 바래가는 하이컷 잡지를 바라보면서.
내가 저걸 몇 번이나 펼쳐봤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A4사이즈도 아니고 엄청 커서 바닥에 깔고 엎드려서 들여다 봐야하는
독특한 잡지.
신문지 재질이라 금방 노랗게 낡아버리는 종이 재질.
처음 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얘도 시간을 입었구나.
휴대폰으로 예쁘게 찍어서 보관하거나 스캔하면 될 텐데.
나의 귀차니즘과 떨리는 손을 핑계로 그저 보관하고만 있다.
마치 책을 잔뜩 주문해놓고 하나도 안 읽고 있는 것 같은 상황.
그래도 책은 사놓으면 어떻게든 쓸 때가 온다.
공무원 수험 서적이 그러했지.
내가 쓰는 글의 대상이 다 남길일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소중하고 아끼는 사람을 소설에 등장시킨다는 게.
참 마음 쓰이는 일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은 그냥 가상의 인물로 구상하게 된다.
내 글이 형체화 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기회는 정말 드무니까.
게다가 가족들한테 검토를 요청했지만.
다들 너무 많은 분량에 시큰둥해서.
아~ 이집에서는 나의 창작활동에 도움을 주지 않는구나.
싶기도 해서 서운했는데.
생각해보니, 나의 모든 활동을 검사받는 일은.
진작에 졸업했어야 하는 행동이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는 일기검사를 즐거워 했었다.
일기는 본디 홀로 쓰는 것이지 않는가.
그런데도 보여지기 위한 일기를 쓰고 선생님의 한줄을 기다리고.
선생님의 초록색 볼펜 글씨에 열광하고 그랬었다.
아마 그때부터 보여지는 글쓰기가 좋았었나 보다.
세상은 글보다 현란한 그림과 영상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여기에 그보다 더 깊고 진한 여운이 있다면
웃어 넘길 사람들이 꽤나 있을까.
영상의 시대에 글을 택한 내가 바보인 걸까.
나처럼 영상보다는 글이 익숙한 누군가가
오늘도 읽을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 한 줄기 희마을 가지고 글을 쓴다.
블로그의 매력은 쌓인다는 것이다.
내가 적어놓은 글, 토해낸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는 것.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난다는 것.
이게 참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그렇기에 한 줄 한 줄 정성을 담아보려고 한다.
나중에 보이나요 부분이 남길로 도배돼 버릴까봐
무섭기도하고, 재밌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순간 내가
남길에게 푹 빠져있던 증거가 되지 않겠나 싶고.
벌써 25일이네. 한 달의 반을 넘긴지 오래네.
한 주가 또 시작되었다.
시작이 즐거워야하는데. 우리는 월요일에 악감정을 품고 산다.
보기 싫었던 얼굴을 등떠밀며 힘겹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보다는.
싫은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마음으로.
끔찍한 월요일의 낯짝을 꼭 껴안아 주고 싶다.
그리고 뒤통수를 툭툭 두들기며 다음 주는 좀 천천히 와!
라고 윽박지르고 싶다.
그리고 다시 남길의 사진첩을 쳐다보니.
쿠키영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은 사각에 갇힌 남길이 너 지금 뭐하니?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뉘집 아들내미인지 참 잘생겼구만...
그렇게 한동안 사진첩을 접지 못하고 펴두었다가.
한 3번 더 쳐다보고 접어 둔다.
독서대가 있어서 다행이다.
사진첩에 지문묻을 뻔했어.
오늘도 둥실둥실 흐르는 시간이 나를
오전 10시로 데려 왔네.
티켓도 안 산 사람을 멋대로 태워서는 어딘가로 맘대로 끌고가는.
이 제멋대로인 시간을 어찌해야 좋을까.
썰어버리고 싶어도
칼로 물베기 라는데. 정말 강적을 만났다고 하겠다.
정신차리고 노를 저어서 저항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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