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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do

49.잔소리

by 뽀야뽀야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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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 사람의 행동에 이것저것 말을 덧붙일까.

이번 이야기는 뽀야의 못된 습관에 대한 것이다.

 

이걸 저렇게 하면 더 좋았을 걸.

처음엔 그런 마음이 들어서 참견을 했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못마땅하다는 기분이 들었나보다.

꼭 시어머니처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수를 두고 있는 나를 보았다.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꼬투리가 꼬돌꼬돌 

내가 건드려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거기에 있다.

엄마가 양말을 벗어두고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가면

그냥 잠자코 있으면 좋을 것을.

[아! 엄마 양말은 세탁기에 넣어야지!!]

하고 신경질 같은 잔소리를 한다.

[이따가 넣을 거야.]

엄마는 이런 잔소리에도 꼭 대답을 해주신다.

쫀쫀한 뽀야는 별거 아닌 것 까지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한다.

그래서 잔소리 폭탄이라고 불리게 되었지.

물론 불명예다.

나는 다 엄마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보통 남을 위해 무엇 한다고 하는말의 90%는 

다 자신을 위한 거라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요즘엔 의식적으로 줄여가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생각보다 입이 먼저 나가는 이 아이러니를 빨리 고쳐야 하는데.

사실 내가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이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짖궂은 입이 먼저 나서서 판을 깨버린다.

이제 엄마 뿐이다.

엄마한테 툭툭 내뱉는 잔소리가 쌓이고 쌓여서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참 많이 줬을 것 같다.

안그래도 살아가며 받는 스트레스가 많으실 텐데.

직장에서나 동료 사이에서나.

나까지 힘들게 하면 안되는 거 머리로는 잘 아는데.

행동이 굼뜨다.

사랑하기에 집착할수 밖에 없는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

그 동안은 전혀 의식도 하지 못했던 잔소리 문제를

공론화 한 것은 동생의 예리한 관찰덕분.

뽀야가 또 하릴없이 잔소리 하고 있으면 동생은 슥 지나가며

[누나, 또 잔소리.]

라고 신호를 보내주곤 한다.

엄마를 편하게 해주는 일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다.

밝게 대화하고 웃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들어주고 공감하고.

그냥 나를 버리고 기계를 하나 들이면 좋을 지도 모를 이 상황은.

서로 예민해졌을 때는 갖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런 갈 곳없는 분노도 많이 사라지고.

짜증도 줄고.

정말 신기한 게 짜증은 안 낼수록 더 안난다(!)

짜증을 부릴 수록 더 생겨. 정말 명심해야 한다.

엄마는 짜증 수집기가 아니다.

그냥 따뜻한 한 사람일 뿐이야.

빨래 바구니에 빨래 던져 넣듯 잔소리를 엄마한테 쌓아두지 말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엄마 한번 스텝 밟게 해 드려야지.

다른 이에게는 방긋방긋 웃으며 대하던 사람이

집에 들어와서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냉엄하게 구는 이중적인 사람이

나였다.

사실 야누스는 수호신이다.

이제 두얼굴의 뽀야도 자신의 잘못을 눈치챘으니

이제부터는 엄마의 수호신이 되어주자.

원래 야누스는 성이나 집 따위의 문을 수호하는 신이니까.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해온 잘못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더 쌓이지 않게 하는 건 할 수 있을 거다.

뽀야, 입이 먼저 나가기 전에 게으른 몸을 움직이자.

그리고 사랑의 말을 전하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잔소리 폭탄이 아닌 사랑둥이로 거듭나보자.

잘 할 수 있을거야.

내가 어떤 따가운 말을 해도 따스하게 받아들이는 엄마가 곁에 있으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이야기.]

[그만 하자, 그만 하자.]

이 글을 작성하는 내내

아이유와 임슬옹의 '잔소리' 라는 노래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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