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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각티슈

by 뽀야뽀야 202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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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물티슈랑 각티슈 없으면 안돌아 간다.

엄마랑 동생이 엄청 사용한다.

아아, 이게 다 낭비인데.

이런 말을 해보지도 못하고 그저 훅훅 뽑아쓰는 모습을 보게 되고 

나도 어쩌다가 뽑아 쓰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특히 거실에서 뭐 먹을 때.

그냥 조그만 손수건 같은걸로 코 훔치면 될 일을.

굳이 거대한 티슈를 뽑아서는 코를 후비고 탁자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식사 끝나고 따로 버리지도 않아서 

찝찝한 두손으로 티슈를 집어올려서 버려야 한다.

좀 그렇지 않은가?

뭐 그거 티슈 몇 장쓰는 걸 아까워 하는 네가 더 비정상이다.

싶을 수도 있는데 꼭 휴지를 써야만 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흘리면 걸레나 행주로 닦고 빨아놓고. 말리고. 다시 사용하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잖아.

왜 굳이 돈 들여서 티슈를 사다가 쓰는 건지.

그것도 일반 두루마리 휴지는 싫단다.

부드러운 각티슈가 좋대.

아아, 나는 집안의 한 사람에게조차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가여운 스승이다.

내 사람부터 바꿀 수 없었던 불쌍한 선생님이구나.

그리고 잔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하고는 얘기도 하고 싶지 않은데

일,이천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에

너무 답답하고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을 때가 많다.

 

그러고 보니 치킨 배달 사건도 있었다.

한군데에서 두마리 다 시키면 배달비가 절약이 되는데

굳이 맛의 차이로 인하여 다른 가게에서 배달료를 더 물어가면서

치킨 배달을 시키는 것을 보고.

아, 이건 뭔가 아니다. 싶었다.

일대 개혁이 필요한데 

재밌는 부분은 자기 돈씀씀이는 칼같이 하면서

다른 사람의 돈이 걸렸을 때는

위에서 말한 바대로 씀씀이가 헤퍼지는 것이다.

이래서 공유지의 비극이니 무임승차니 봉효과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거지.

우리 일상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참 많다.

그러게 인간이 둘 이상 모이면 의견차이가 난다니까.

그래서 제일 많은 이혼 사유도 성격차이 잖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생각중인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조금씩 내가 어떻게 해 나가는가를 보여줌으로써 

바꿔 나가려고 방향을 잡았다.

티슈를 매번 사는 비용이 더 저렴할까.

때묻은 수건 세탁돌리는 비용이 더 저렴할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비슷하다면 

굳이 뽀야가 힘주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꼭 비용으로만 무게를 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는 환경보호라는 큰 목표가 있지 않은가.

이런 거시적 관점에서의 살아가기를 딱 보여주는 인물이 

일요일 저녁에 TV에 나오고 있더라.

음악가 정재형이었다.

집에 식물을 많이 기르고(플랜테리어)

안내견을 맡아 기르고(퍼피워커)

집안의 가구들은 아나바다를 통해.

간단한 간식은 요리로 만들어 먹고.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며 정원가꾸기를 좋아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말이.

정말 그러하다.

그의 선한 영향력에 감화되었다.

이제 우리도 각티슈 조금씩 줄여나가자. 제발.

물티슈도 그만 갖다 쓰자. 이제.

그냥 차라리 세수를 해라.

화장실 나오기가 귀찮다면 삶이 너무 느슨해진거 아니니?

그런 대답 없는 질문들을 허공에 던지며 

오늘도 높게 쌓인 각티슈 탑을 지나친다.

거실에 있으니까 자꾸 보게 되는 그 모습은 

흉물스럽다.

물건이 많으면 그게 하나쯤 없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어떤 이는 우리집에 와서는 각티슈를 몇 개 챙겨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그러라고 사놓은 게 아닐 텐데.

뭐 어차피 그 사람이 자주 찾아 오는 것도 아니고 

서로 살아가기 힘들고 빡빡 한 거 다 이해 한다.

 

각티슈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물건이다.

우리집에서 사라져야 할 물건 중 하나이기도 하지.

생활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

그게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원치 않게 우리가 구매하게 되는 포장재도 많지만

생활 속에서 우리가 행하고 있는 당연한일들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무용함을 다시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진정한 미니멀리즘이 아닌가 싶다.

뽀야는 거기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그래도 해보려는 자세는 있다.

 

벌써 10시가 되었네.

우리는 점심을 11시 30쯤에 먹어서 

오전 시간이 굉장히 바쁘게 움직여간다.

이제 면접 공부를 해야하는데 

솔직히 너무 의욕없다.

그래도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기 때문에 

움직인다.

하나라도 배워두면 좋지 뭐.

그리고 이불 쓰고 앉아서 중얼중얼 외운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붙들면 또 재미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

2021년은 도전.

찾아내고 또 찾아내자.

거기에는 빛나는 젊음이 아직 남아 있기에.

나는 또 달릴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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