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장을 포근히 감싸주는 감자전.
일단 얇게 부쳐서 겁나게 바삭하고
목넘김이 부드럽고 좋다.
원체 씹으려 하지 않는 뽀야의 입맛에 딱.
감자전도 요새는 고생할 필요가 없다.
감자전 믹스 사서 500ml 물만 붓고 저어주면
그리고 불앞에서 몇 분 사투 벌이면 완성.
감자에는 비타민 C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감기 걸렸을 때 감자를 먹으면 빨리 낫는다는
말도 있더라.
하지만 밥과 비슷한 칼로리를 지녔기 때문에
혹시 다이어트를 위해서 감자전을 먹겠다 하는 생각이라면
그다지 도움이 안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냥, 저녁에 밥은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색다른 식사 해보고 싶어서
집에 묵혀둔 감자전 믹스를 꺼내서 만들어 보았다.
요즘같이 자주 장 볼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는
짱박아두고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일.
또한 그 때 그 때 만드는 양념장으로 인해
맛이 천차만별.
엄마는 계량 같은거 개나 줘버려이기 때문에
느낌 충만하게 요리를 하시는 편이다.
근데 막 만들었는데 또 맛이 참 좋다.
이런 걸 손맛이라고 하나보다.
비도 자주 오고 날씨도 우중충한데
감자전 한 장 사이좋게 찢어 먹는 게 어떠신지.
조금 태워줘야 또 바삭미가 넘치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프라이팬에 음식 올려두고 TV 보다가
초가삼간 다 태워먹지 마시고
음식을 할 때는 집중해서 후다닥 완성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집에 불날 뻔 한 적이 있었다.
동생이 가스불을 켜 두고 방에 들어가 버린 것.
뽀야는 물론 방문 닫고 할일을 하고 있었지.
뽀야가 문득 목이 말라 거실로 나왔는데
연기가 한가득인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프라이팬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없는데 활활 타고 있었다.
그야말로 불타는 프라이팬.
우리집 창문 밖으로도 연기가 새어나가
경비실에서 연락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뽀야는 당황하여 기름 불을 물넣어 끄려고 했다가
동생한테 디지게 차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사람이 놀라면 그럴 수도 있지, 너무 했다.
애초에 불 낸 사람이 누구인데!
자다가 이불에 한반도 지도나 그려라 에잇!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우리는 똑바로 된 성인으로 자란 것일까.
사실 위기상황이 닥쳐봐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그건 연습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이 많지도 않다보니
항상 차분한 마음을 가진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뽀야는 늘 반쯤 공중부양한 상태지만
요새는 차분해지려고 많이 노력중이다.
침착, 평정, 차분.
뽀야와는 거리가 먼 단어이지만 노력해 보려고 한다.
노력 끝의 어딘가 쯤에 동생이 밝게 웃으며
왜 이제 왔냐고 마냥 기다렸다고 그러고 있을 것만 같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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