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맛있게 처먹느라
마지막 볶음밥 사진은 증발됐다.
학교다닐 때 정말 자주 갔던 추억의 동네 샤브 맛집.
일전에 엄마랑 한번 왔었는데
그 때 엄마의 말씀이
"여긴 다신 안 와." 였었다.
그 말씀까지 드렸는데도 샤브집에 가야겠다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엄마가 보기에는 채소의 양이 적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끓이는 족족 내가 집어먹어서
채소양이 적었던 게 아닐까?
고기를 넣는 족족 내가 홀랑홀랑 집어먹으니
엄마는 음식점에 와서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게 되는 거지.
뽀야는 굶주린 상태로 이 가게에 왔기 때문에
앞뒤 가릴 것이 없었다.
계속 먹고 또 먹고.
엄마랑 나랑 조촐한 동네 식도락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
항상 우리는 말이 없이 음식만 열나게 먹는 식이다.
대화? 그런거 없다.
뭐 굳이 말하자면, "판 갈아라. 뒤집어라. 탄다."
이 정도랄까?
다른 테이블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배꼽이 터지는 모습
그런거 보고 있으면 우리는 왜 저렇지 못할까
너무 돼지 같은 우리 모습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래도 밥 다먹고 꼭 산책할 겸
집으로 가는 길에 못다한 얘기 하면서 가니까
뭐, 괜찮지 않겠나.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게 있었다.
밥 먹을 때는 딴소리 말고 밥만 먹는 거라고.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 사람 제일 싫어!
그럴 때도 있었지.
아무튼 돼지 식객으로서의 매너는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인지 삭막한지.
정말 맛있었던 샤브샤브.
근데 어째, 냄비가 작아진 것 같다?!
물가가 참 많이도 올랐구나.
자영업 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세요.
오늘도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심에 감사 기도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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