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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계란장조림

by 뽀야뽀야 202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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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야가 열렬히 사랑하는 메뉴.

간장을 조리면 진짜 맛있어 진다.

뭐 그냥 마트에서 파는 진간장 그거 말이다.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해서 뽀야는 만들 수가 없는.

요리를 먹어치우는 열정의 반의 반만 써도 

요리 대가가 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일단 계란을 삶아주어야 하는데

껍질이 잘 까지게 하기 위해서 뚜껑을 닫고 삶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하얀 계란을 손실 없이 벗겨낼 수 있다.

그리고 삶는 와중에 계란을 자꾸 굴려대면 

노른자가 보기 좋게 가운데로 온다는데

그걸 할 여유는 없는 듯.

대충 삶아주고 껍질 벗겨내면 일단 50%는 완성.

잘 벗겨낸 매끈매끈한 계란을 적당한 냄비에 담아주고

간장과 올리고당과 월계수 잎 같은거 있으면 넣어도 좋고

그리고 조그만 생강을 넣어줘도 좋다.

그리고 잘 섞이게 푹 끓여준다.

어느정도 간장이 조려지면 이제 저 알알이 계란을 꺼내서 

반으로 갈라 준다.

이때 환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뽀야 눈에는 그저 맛있는 반찬으로 보이니까 문제없고~

조금씩 간장을 끼얹어 가며 반으로 썬 계란을 

예쁘게 진열한다.

뽀야는 예쁜 사진을 위해 간장을 끼얹기 전 사진을 가져와 봤다.

하루에 계란 2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그러니 저 반쪽 달걀을 하루에 4개 먹을 수 있는 셈이네.

반찬 없을 때 계란 장조림만 있다면 밥 한공기 뚝딱.

그리고 감자조림이나 어묵볶음 또는 김치랑 먹으면

배로 맛있어진다.

 

계란은 정말 닭의 엄청난 희생이다.

어쩌면 닭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어차피 우리가 먹는건 무정란이라고 그렇게 슬픈 대답 하지 말고.

닭이랑 소,돼지를 보면서 

쟤네는 어떤 기분으로 살아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끝부터 발끝 심지어 알까지 내어주는 그 마음은 무얼까.

소는 혀도 먹는다면서.

그렇게 희생을 위해 살아가는 그 마음 속에 

인간다움이 있다면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들의 눈을 본 적이 있다면

다들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내가 너를 먹지만 너는 내 몸속으로 들어와서 나를 살리는 거야~

라고 아이같은 합리화를 시킬수도 있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는데

어쩌면 더 잔인하다.

풀이라고 해서 눈코입이 없다고 해서 

아픔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닐 텐데.

그렇게 따지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냥 엄마가 해주는 음식 맛있게 불평없이 

잘 먹는 게 만물을 돕는 일이다~

이렇게 결론이 나게 되는 것이지.

나는 지금 소와 닭과 돼지를 살릴 힘이 없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너희들을 소비하는 것이

너희를 굶겨 죽이거나 의미없이 들에 버려지지 않게 하는 일이 된다.

결국은 그렇게 편식하지 말고 꼭꼭 씹어요~

라는 바람직한 얘기가 나오게 되네.

 

그래서 계란은 닭의 눈물인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든 낳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니까.

나의 분열을 위해 모든 것을 반으로 나누는 희생이니까.

그보다 더 큰 희생이 있을까.

갑자기 [어느날 심장이 말했다]라는 오래된 글이 떠올랐다.

부모의 심장을 쥐고 사랑하는 이에게 달려가고 있었던가 그랬는데

자식이 넘어지자 얘야 괜찮니? 하고 심장이 걱정스레 묻더라는

그런 가슴아픈 이야기.

일단 뽀야 머릿속에는 그렇게 기억되어 있는데 

디테일이 조금 다를 수는 있을 것 같다.

뽀야의 기억력.......별로 신뢰가 안가......

희생이라.

뽀야는 어제를 희생해서 오늘을 살아가는데.

어제 일과에 딱딱 맞춘 삶이 피곤하고 지쳐도

오늘은 오뚝이처럼 또 일어나는데.

해야할 일 알람이 마구 울려대도 

지금 하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내 가는데.

한차원 높은 희생은 뽀야 삶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아, 아빠의 희생이 있구나.

뽀야의 삶은 아니지만 뽀야가 포함되었던 삶이 있네.

이거는 가벼이 생각할 문제가 아닌 듯하다.

아빠 얘기만 하면 주책맞게 눈물이 자꾸 나오려 하니까.

아빠의 희생 얘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맛있는 계란 장조림이 냉장고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끼 식사가 풍부해진 것 같고

다음 끼니가 기대되고 하는 것이다.

짜게 먹으면 안되는 건 알지만

음식이 원래 짜다면 밥을 많이 맞춰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한 입에 와앙하고 먹기 보다는

숟가락으로 소분해서 먹는 것을 권해본다.

 

TV 한 프로그램 보는 사이에 뚝딱하고 만들어냈던 

엄마의 정성 듬뿍 담긴 계란 장조림이었다.

엄마는 이제 간장 마스터가 된 것 같다.

간장 들어가는 요리가 다 맛있다.

엄마에게 데코 기술만 조금 의지가 생긴다면

정말 그럴듯한 요리 하나 탄생할 것 같다.

다음엔 당근을 깎아서 모양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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