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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by 뽀야뽀야 202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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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게 없는 황량한 아침 식탁 풍경.

과자 부스러기가 있지만 아침 식사 대용이 되진 않는다.

아침에 국을 안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김이 제일 무난한 반찬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해조류는 자주 못먹으니까

고기와 생선을 조화롭게 먹으면 몸에 참 좋겠지만

우리는 영양사님이 아니고 

식단을 짤 줄도 모르고

식단이 있어도 잘 지킬지도 의문이고.

저탄고지 하려다가 또 간헐적 단식하다가

피를 많이 봤기 때문에......(T.T)

 

배에서 꼬르륵꼬륵꼬륵 소리가 자주 나면서

배가 약간씩 아픈 게 그게 대체 무슨 병일까...?

배가 고픈 것은 아님.

그렇다고 배가 아픈 것도 아님.

응아가 마려운 것도 아님.

뽀야가 의사도 아니고 

가끔 동생은 너무 전문적인 대답을 뽀야에게 기대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진단하는 데 익숙해져버린 자취경력남.

뽀야는 머리아픈 일은 그냥 잊는 편이라

어디에 상처가 나도 그냥 기본 처치만 하고 

천천히 아물기를 기다리는 타입인데

동생은 정 반대이다.

그래서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거지.

세상에는 딱 떨어지게 정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불확실성으로 충만하지.

그런데도 정답은 반드시 있지.

우리가 그걸 찾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마음이 만들어내는 환상들.

주체적으로 결단내릴 수 없는 우유부단함.

대책없는 미루기, 회피.

 

돋생의 머릿속에는 A하면 B한다는 플로우차트가 이미 

들어앉아 있는 것 같다.

여기가 공장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예외를 발견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겉으로는 침착한 체 하지만)

예외를 위한 대책을 또 세우고.

아니,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나...?

뽀야는 직접 가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이렇게 보지 않을 블로그에 주절주절 적고 있다.

상대방을 내 입맛대로 바꾼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뽀야는 많이 동생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가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

일정부분은 호빵맨처럼 떼어주며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동생이 바라는 방향은 대개 대승적인 차원에서 

뽀야가 발전하는 방향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생활의 변화들이다.

뽀야도 어제의 뽀야가 아니고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동생은 지난 날의 자신에 대한 소홀함의 대가를 

이제야 치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게. 사람이 항상성이 있어야지.

물론 일하고 바쁘고 그럴 때 자신을 돌볼 여유가 있었을까.

누군가 챙겨주는 사람 없이 홀로 떨어져 생활하기 많이 힘들었겠지.

뽀야는 독립이라는 걸 해본 역사가 없어서 

그 심정을 100%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제는 식사 차리고 설거지하고 이런 섬세한 일은

뽀야가 담당하고 

식단을 같이 고민하고 생활습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더욱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터넷 검색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끝없는 지식 창고는 점점 확장되고 있으며

오늘도 한 줄 거기에 얹어지는 지식들이 많이 있다.

고민하지 말고 검색을 해보자.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게 아니다.

이 간단한 원칙만 지키고 살아도 

꽤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근데 볕을 느끼고 싶다.

360도 충만하게 따끈한 햇빛바라기를 하고 싶다.

그러나 현대인은 이 간단한 소망조차 내일로 미뤄버린다.

그리고는 쓸데없는 공부에 매달린다.

어느날 공부가 쓸데없다는 것이 완전 판명 났을 때

그 날 내가 햇빛 한 줌, 바람 한 가닥 더 느껴볼 것을.

하고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할 건 하면서 공부하기.

삶을 온전히 즐기면서 살아가기.

그 와중에 양념처럼 틈이 나면 공부도 하고.

이런 분위기로 가고 싶은데 

사람 욕심이 그렇지가 못하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는

집 앞 공사 진행 상황은 인테리어 중인지는 몰라도

새벽부터 시끌 시끌 하다.

그래도 이른 기상을 만들어주니 것도 고마운 일인가.

감사하며 살기만 해도 모자라다.

내가 가진 것, 누리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바른 인간이 되고 싶다.

 

아침에 먹는 김 한 조각은 

이 많은 생각을 담고 있다.

바삭 하고 부서지는 순간에도

생각하고 있다.

말을 줄이니 생각이 더 늘어났다.

식탁에서 대화 상대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달려들던 뽀야는

어느새 침묵으로 대화하는 그런 차분녀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다.

엄마가 끼어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계속 좋아질 것이다.

침착을 얻는 길이 그리 멀리 있진 않는지도.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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