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고명을 많이 준비해 본 닭갈비.
양배추가 많이 들어가야 맛있다.
거기에 독특한 향을 첨가해 줄 깻잎과
식감의 양파.
팍팍 넣어주면 완성이다.
엄청 바쁜 아침 출근 시간에도
왠지 모르게 시간이 남는다며
자식들 만들어 먹기 귀찮을까봐
후닥닥 끓여놓은 닭갈비이다.
그리고 닭갈비는 데울 때 사방으로 기름이 튀어서
청소에 매진하는 엄마를 가슴아프게 한다.
특히 부엌에 하얀 타일에 점점이 고추장 기름이 튀면
엄마의 눈에서도 기름이 줄줄.
눈물이겠지.(T.T)
생각해보니까 우리는 집에서 밥만 축내는 식충이들인데
그만큼 집안일을 많이 안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일요일마다 대청소날이라 하여
여기저기 치우고 그러긴 하지만
정말 몇 달전만 해도 잘 씻지도 않고 치우지도 않고....
뒹굴 뒹굴. 무슨 인형도 아니고.
인형은 밥이라도 안 먹지.
뽀야는 가만히 있으면서 밥만 먹는 그런 식충인류였네.
하루에 한 번씩 꼭 씻으라는 말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안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위생이 중요해진 만큼.
게다가 뽀야는 완전 뜨거운 물로 샤워하지 않는다.
왠지 너무 뜨거우면 숨막혀!!!
약간 미지근한 물이 좋다 이거지.
그러면 때가 안 불린다고 불평을 말하는 엄마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 뽀야.
그러고 보니 동생이 씻고나면
화장실에 온통 김이 서려있다.
그리고 대중목욕탕 느낌이 날 정도로 후끈후끈하다.
약간 특유의 대중탕 냄새도 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똑같은 바디샤워를 쓰는데도 물의 온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체향.
뽀야 몸에는 기름기가 적어서 항상 메마른 상태.
지금 타자를 치는 손도 주먹 쥐면 튀어나오는 뼈 부분이
까슬까슬 하다.
아마 피부병인가 해서
연고를 발라보았는데 별로 호전이 되질 않는다.
그런 걸 보면 그냥 트는 거구나 싶다.
아니 365일 집에만 있는데 어째서 손이 트는가...?!
자주 안씻기 때문이지.
라고 엄마가 튀어나와서 말할 것 같지만
그래도 운동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하루에 1번은 꼭 씻는다.
씻으면서도 물이 아깝고 시간이 아까워서...
(씻지 않는다고 해도 뚜렷하게 뭐 할일이 있지는 않다.)
그냥 뽀야는 귀찮다.
움직거리는 게 귀찮은 사람이 이렇게 오래 글을 남기고
블로그를 꾸리고 하는 일들이 나 자신조차도 신기하다.
글에 대한 열망이, 아무에게나 떠들어대고 싶은 이 손가락이
가만히 있고 싶어하지 않는 것.
실제로도 블로그를 하면서 기억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잠깐 본 TV내용도 속속들이 기억하고
물론 블로그에 쓰기 위해서 라는 목적이 붙어서 그런거겠지만.
뭔가 상황을 정리해서 보고하는 그런 능력이 늘었다.
2차 준비 하면서 맞닥뜨리는 실천형 과제들을 보며
머릿속에서 논리정연하게 쌓아가는 키워드를 생각하면
블로그 하는 게 그냥 세월을 낚는 것만은 아니구나.
어휘력이나 사고력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구나~ 싶다.
뭐든지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모든 것들의 비결이 아닐까.
나중에 뽀야가 지금까지 달려온 흔적을 살펴보면 얼마나 재밌을까.
그때 생각했던 사건들이나 생활 속 작은 감정들까지.
흘려 보내지 않고 담아둘 수 있는 게 블로그니까.
그냥 저냥 살아간다고 해도 가끔은 과거의 나는 어땠을까.
떠올리고 싶어지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뭐 페이스북에는 X년전의 나 라는 훌륭한 콘텐츠가 있어서
가끔 뽀야를 깜짝 놀라게 하지만서도.
블로그는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만드니까.
그래서 이 블로그에 너무 감사하다.
아침에 소중한 시간을 공부가 아닌 데에 쓰는 데도
아까운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나의 기록이라는 거대한 사명을 띠고있는 이 블로그가 있기 때문이다.
공개되는 것이 싫다면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추천한다.
뽀야도 한 때 2개국어 일기쓰기를 한 적이 있는데
매일 비슷한 표현만 쓰는 것 같아서 관두긴 했지만.
그냥 한국말로 일기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과거의 일기 읽기가 얼마나 재밌는지
다들 아실 것이라고 본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엄마의 피땀눈물이 담겨있는 닭갈비를 아침에 먹으면서
오늘 아침은 냄새를 보아하니 닭갈비구나.
해서 평소와는 다르게 어물쩡대지 않고
벌떡 일어나서 얼굴을 씻고 식탁앞에 앉는 뽀야는
참 약삭빠르달까, 사악하달까.
아침에 맛있는 식사가 기다리고 있으면
벌떡 일어나게 되는 마법이 걸린다.
틀어놓은 TV에서 평소와는 다른 채널을 선택하고
서민갑부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저씨가 야심차게 자랑하는 닭갈비를 보게 되면서
닭갈비를 찾게 되었고
동생의 말 한마디에
샤워하고 마르지도 않은 머리털을 휘날리며
버스를 타고 닭갈비를 사왔던 엄마를 떠올리며.
그 놈의 마트는 왜 이렇게 머냐.
그래도 30분 찍었다, 엄마 대단하지?!라는
그 해맑은 얼굴에 왠지 뽀야는 눈물이 났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자기가 사오던지.
시간도 많으면서.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꾹 누르고
대신 닭갈비를 집어 넣는다.
엄마는 만능 로봇 같다.
원하는 것을 말하면 척척 이루어 준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지 모른다.
어쩔때는 자식들도 다 귀찮고
쉬고싶은 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식들 쑥쑥 커가는 모습 보면
이제 내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에 더 아쉬워지는 손길이다.
그래서 엄마는 쉴 수가 없다.
뽀야는 엄마의 무게를 함부로 재려 하지 않는다.
그건 간단히 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마 라고 입밖으로 내뱉는 순간 묵직한 것이 따라온다.
그런 기분도 한순간.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어지르고 뒹굴고 씻지않는
미운 자식의 일상이 반복된다.
나도 내 생활 꾸리느라 바빠요.
그러니까 엄마가 나머지는 다 좀 해줘.
그런 나쁜 딸이 되고 싶은 게 아닌데.
오늘부터라도 나서서 설거지며 방청소며
열심히 좀 해보자.
작심 3일이라고 한다면 3일마다 다시 다짐하지 뭐.
냄비에서 끓고 있는 것은 단순한 닭갈비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었다.
어쩐지 평소에 배는 더 맛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