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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고구마맛탕과 은행구이

by 뽀야뽀야 2021.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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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호일을 널찍한 그릇에 깔아준다.

갓 구워진 고구마맛탕에 올리고당을 입히고 깨를 뿌려준다.

곁에 은행구이를 올린다.

원래 은행구이 담는 종지가 있는데.

설거지감을 줄이기 위한 엄마의 계책이다.

한 번에 담기. 꼭 해보고 싶었다며

종지를 세팅하는 내 손을 만류한다.

지금 봐도 되게 맛있어 보이네.

어제 저녁 간식이었다.

기관지가 안좋아 가래 끓는 일이 많은데.

은행을 먹기 시작하고부터 많이 좋아졌다.

아침에 칵칵대지 않게 되더라.

혹시 기관지가 안좋거나 아침에 가래가 많거나 하신 분들은.

은행을 구워 드셔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은행 까는 건 고역이다.

냄새도 냄새거니와 펜치로 일일이 까는 게 귀찮을 수 있다.

엄마의 노동으로 인해 우리는 쌉쌀한 은행을 맘껏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달콤한 고구마 한 입 먹고 은행 하나 먹어주면

단맛이 배가 된다.

술맛을 돋우기 위해 술잔에 소금 바르는 기분을 알 것 같다.

뽀야는 술을 먹어 본 일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술을 안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먹어보질 않아서 그 맛에 대한 환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술 마시지 않고도 느슨해질 수 있는데. 뭣하러.

사람들은 참 피곤하게 살아간다.

잔뜩 힘들게 일하고는 자신을 멈추고 싶어서. 술을 마신다.

술을 깨기위해 온갖 고생을 한다.

다시 술에 취하고 깨고를 반복한다.

옆에서 보면 광대놀음같다. 술이 웬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술은 좋지 않아. 술을 혼자 즐기는 건 좋다만.

강권하는 것은 썩 기분 좋지 않다.

오히려 미간이 찌뿌려질 정도로 기분이 씁쓸해진다.

 

 

충동을 억제한다는 게 참 힘든 일이다.

특히 식욕이 그러하다.

이제 면을 그만 먹어야지. 머리는 이해했는데.

입은 아직도 하이에나처럼 면을 찾아 헤맨다.

그래도 채식 식단을 꽤나 잘 지켜오고 있다.

주말에 맛나는 음식이라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기에.

또 그냥 김에다 싸서 반찬 얹어먹는 이 규칙적 식사가,

입맛에 잘 맞기도 해서 다행이다.

그런데 새로 발견한 만두 가게의 쫄면과 라볶이가 너무 맛있어서.

자꾸자꾸 그 맛이 떠오른다.

더 먹고 싶다. 매일 먹고 싶다........

사실 내가 직접 만든 라볶이도 꽤 괜찮은 맛인데.

왜 다들 불량식품이라고 하는 걸까. 거참.

 

내 방 침대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천장에서 쩍 하는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침대가 벽을 밀면서 나는 소리 같은데.

잘 안났었는데 집이 뒤틀리고 있는 건지 뭔지.

어제는 누가 화장실 쪽에서 계속 수도꼭지 돌리는 소리가 났다.

꽤나 듣기 싫은 삐걱이는 소리.

그리고 우리는 꼭대기 층이라서 쿵닥쿵닥 하는 엘리베이터소리도

자주 들린다.

소리에 조금 민감한 편이다.

다른 일상에 전혀 도움 안되는 밝은 귀는 

나를 피곤하게 만들곤 한다.

고요한 일상이 좋다.

글을 쓸 때 방에 울려퍼지는 타자치는 소리가 좋다.

이런 데에 익숙해져서 밖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터져대는 소리의 향연에 멍할 때도 있다.

특히 마트에 가면 그 소란스러움.

그리고 하도 일본어를 반복해서 들어서 귀에 익숙해져버린.

근데 왜 JPT 청해 실력에는 반영되지 않는 걸까. 이렇게나 귀가 좋은데.

그나저나 일을 시작하려면 JPT를 따야 하는데.

코로나 땜에 자꾸 미뤄서 사측에 미안해지기도 한다.

결제하고 취소하고를 반복해서 말이다.

그래도 3-4월은 되어야 안정적이지 않을까.

날 따뜻해지면 그간 쌓아놓은 실력 뽐내야지.

그런데 JPT 공부는 손 놓고 있다는 건 함정.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임용 공부, 공무원 공부, 운동, 영어 라디오, 블로그, 유튜브, 독서.

하루가 휙휙 지나간다.

한 우물만 파야한다는 것도 옛말이다.

요즘은 플랜비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걸 몰랐던 7년 전의 나를 되돌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이번 명절에는 지난 주에 못했던 대청소를 꼭 해야지.

화분에 물도 갈아주고, 아빠 방도 대대적으로 청소해야지.

이렇게 여유있는 날에 청소를 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환기도 좀 하고, 청소는 막상 시작하면 즐거운데.

시작하기까지가 참 어렵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러하다.

시작이 어렵지.

그 어려운 일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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