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장을 보고 집에오는 길에.
족발과 만두를 하는 집을 지나쳐오다가.
김치와 고기가 섞인 만두 한 팩을 샀다.
가겨은 만 원.
이런 접시로 2개 나오고 2개의 만두가 남았다.
정말 배부르게 맛있게 잘 먹은 만두.
살짝 익힌 만두라 찜기에 넣고 데워주기만 하여 완성.
속이 촉촉 하고 꽉 차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명절 때 뭣좀 사려고 하니 다들 만 원은 기본이라.
그리고 영업하시는 점원의 말투가 좀 말이 짧았다.
[사려면 사고, 마려면 말고.....] 식의 태도라.
조금 빈정이 상하긴 했지만 맛있었으니 용서가 된다...!
구정 설 연휴 시작이다.
오늘이 첫 날인데.
우리는 상차릴 것도 없이.
친척이 우르르 모이는 일도 없이.
오롯이 가족 셋이서 오붓하게 보내고 있다.
라고 해봤자. 일상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명절 구색 맞추기 위해 엄마는 쉬지않고
요리ing.
일단 점심에 먹을 샤브샤브와 잡채, 식혜가 만들어지고 있는 주방.
푸짐하다...!
샤브샤브 저번에 육수와 소스를 안 사서 망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하려고 벼르고 있다.
버섯만 3종류에 각종 채소와 육수, 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식혜는 집에서 만들어버릇 해봐서 익숙하다.
엿기름과 거름망, 큰 냄비, 베보자기,여분의 밥솥만 있다면.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식혜.
밥알이 조금이었으면 좋겠는 뽀야의 식성에 맞춰
국물 많은 식혜를 만들고 있는 엄마.
곁에서 지켜보며 수발드는 뽀야.
이렇게 한가한 연휴라니.
아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아빠 계셨으면 여기저기 선물세트 나르느라 분주했을 것이다.
산소에 가야 한다며 아침부터 들썩였겠지.
친척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겠지.
이제는 다 옛날 얘기만 같다.
거실에 틀어놓은 TV에서는 실컷 분위기 띄우려 노력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에 처박혀서 컴퓨터를 하고 있다.
엄마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며.
고사리같은 내 손길을 저지한다.
식혜를 만드는 일은 여간 번거롭지 않다.
계속 맑은 국물이 나올 때까지 체에 거르고 거르고 또 거르고.
그리고 밥솥에 밥이 완성되면 거른 국물을 부어 또 삭혀주고.
기다림과 반복 노동의 결과물이지.
달달하게 설탕을 넣어 끓여내어 삭혀주면 맛있는 식혜 완성.
어차피 우리 셋이 먹을 건데.
뭘 거창하게 음식을 하고 그러는가 하지만.
엄마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어떻게든 명절느낌을 주고 싶어서.
입이라도 배부르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엄마의 따스한 마음이다.
연휴는 고요하게 흘러가지만.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는 트로트 프로그램이 하는 날.
취침시간이 일치하지 못하는 우리는
방문을 앞에두고 각자의 길을 걷는다.
어제는 저녁 11시까지 버티겠어! 하고 용을 써 보았지만.
9시 땡 되자마자 온몸의 세포들이 조기 퇴근을 해버리는 바람에.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눈꺼풀이 세상에서 제일 무겁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녁 늦게 그걸 들어올릴 힘이 내게는 없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하면 되는데.
낮시간 공부할 때보다 중압감과 피로가 2배 상승.
글자가 눈에서 읽히는 게 아니라 공중으로 흩어져 버린다.
이래가지고 야근이나 하겠냐며.
나는 안 될 거야 아마....(훌쩍)
괜찮아! 그 때 가면 그 때의 내가 있어..!
미래의 내가 다 해결 할거야. 하고 긍정회로를 돌린다.
어제 저녁에는 전공 필사 공부를 하는데.
오래 쉬었는데도 글씨가 잘 써져서 내심 뿌듯.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연습장이 뿌듯하다.
아직 한 권 다 쓰려면 한참 멀었지만.
차근차근 하다보면 언젠가 끝이 보이지 않을까.
시간도 많고. 꾸준히 하는 게 이기는 거라는 게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거구나, 싶다.
오늘은 초급 일본어 대본을 짜려고 했는데.
샤브샤브가 3차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부른 내가 과연 창작활동을 할 여력이 있을까?!
고기->면->볶음밥 이렇게 예상하고 있는데.
아, 너무 맛있을 것 같아. 일부러 아침도 부실하게 먹었다.
주방에서는 계속 식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고.
마치 공장과 같은 속도로 엄마가 엿기름을 바락바락 문질러서
뽀얀 국물을 뽑아내고 있다.
약간 초록 빛이 도는 엿기름이 좋은 거라며.
햇 거 라고 좋은 거라고. 그런데 이번에는 초록빛이 많이 보인다.
더더더 맛있는 식혜가 되겠구만.
요즘에 강박을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일상이 헐거워지고 오히려 작업 능률이 오르고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한글로 된 책은 순식간이고.
전공책은 그래도 어느정도 눈과 해석이 일치하게 되었다.
이런 좋은 흐름을 타야하는데.
연휴 중에 공원도 문을 닫고, 외부인이 많이 방문하였기에
산책도 불편한 면이 있고.
그렇다고 조용한 거실에서 투닥닥 소리내며 러닝머신 하기도 좀 그렇고.
모르겠다. 어떻게 연휴에 운동을 해야할지.
일단 구정 명절 인사말을 톡으로 다 보내놨는데.
답장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