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생각을 진작 못했을까?!
집구석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고구마 처리법!
바로 껍질 벗겨 카레썰기를 해준 뒤에
10분간 물에 불려서 전분기를 빼준 뒤
기름에 지지다 시피 튀겨내서 올리고당에 범벅해주는 것.
마지막에는 검은 깨도 뿌려준다.
진짜 엄청나게 맛있고 파근파근하다.
동생은 처음 보더니 왠 음식물쓰레기를 또 만들었냐
하는 얼굴로 접근했지만
한 입 먹어보더니 그릇에 소분하여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정도로 맛이 좋다는 거지!
우리는 고구마를 미리 익혀두지 않아 고구마 튀기느라 시간이 좀 걸렸는데
미리 반쯤 삶아 놓았다가 물기 쫙 빼게 닦아서 준비해놨다가 튀기면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고구마 맛탕에는 흑역사가 있다.
뽀야가 올리고당과 센불을 이용해서 투명한 돌을 만들어냈던 기억이다.
고구마를 익히듯 튀긴다음에 올리고당을 범벅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올리고당에 고구마를 조리는 방식으로 만든적이 있었다.
왠지 그럴듯 하게 되지 않아서 꿀도 넣어보고 별 짓을 다 했는데.
나중에는 딱딱하게 굳어서 못 먹게 되버렸다.
그러고 보니 돌쿠키도 생각나네.
그 때는 오븐 없이 만드는 요리가 유행하던 때였다.
쿠키 반죽을 만들고 후라이팬에 굽는데 자꾸 속이 안익어서
먹으면 배탈이 날 것 같은 기라.
그래서 완숙 시킨다는 것이 돌쿠키가 돼버렸다.
그걸 학교에 갖고 가서 나눠먹었는데
하나같이 아이들이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다.
그래서 나의 첫 작품은 돌쿠키와 설사쿠키로 불렸다는 슬픈 이야기다.
다시는 요리를 하지 말라고.
너의 존재는 요리계의 악이라고.
그런 악담을 들었더랬지.
근데 만든 본인은 정작 별로 먹지 않았다.
왜, 음식은 나눠먹는 재미지 않는가.
그 때는 나눔천사였네. 그 나눔이 설사였던 게 문제지만.
이번 고구마맛탕을 다시 친구들에게 맛보여 주고 싶으나.
이미 다들 졸업하고 제 살길 찾고 있어서
연락하기도 뭐시기 하다.
앗. 거실에서 구수한 멸치국물 냄새가 난다!
오늘 점심은 수제비다.
동생의 요청으로 시작된 요리.
가장 중요한 밀가루가 없어서 엄마가 동네 가게로 사러 나갔다 왔는데
와 손가락이 잘리는 듯한 정도의 추위란다.
따라가지 않길 잘했네.
안 그래도 지금 손등이 다 터져있는데.......
요즘 엄마는 요리에센스 연0를 손에 넣고
마법사라도 된 듯한 분위기다.
무침요리와 맛이 연한 요리에 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사실은 엄마 회사 동료분이 알려주신 비법이라고 한다.
하도 시금치가 맛없게 무쳐지기에 비법을 물었더니
대답이 바로 요리 에센스를 사용해보라는 것이었다.
정말 눈에 띄게 맛있어졌다.
신기하네.... 이런 국물용 MSG는 처음 봐서 신기했다.
근데 뽀야가 정신없이 냉장고 열었을 때
음료수 인줄 알고 벌컥벌컥 마시게 생겼네.
병이 뭐가 이렇게 아기자기한지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는 안경을 방에 놓고 안방 화장실가다가
벽에 마빡을 들이 부을 뻔하였다.
너무 어두워서 그만.
지키지 못해서 가장 억울한 것이 시력이다.
특히 겨울에 많이 힘들다.
자꾸 안경에 김이 서려서 곤란하다.
반쯤 김 서린 안경을 쓰고 환하게 웃으면 되게 무섭다.
앞도 안보이고 아주 딱 불편하다.
시력 교정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여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 때
시도하려고 준비중이다.
그런 준비가 지금 몇 년 째인지...
준비만 하다가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겁쟁이는 말이 없다.
고구마맛탕이 너무 성공적이라서
앞으로 자주 해먹을 것 같다.
조금 오목한 프라이팬에다가 하는 것이 비결이 될 수 있겠다.
잘 타지 않는 냄비가 집에 있다면 오늘 한 번 시도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