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콜라비를 사왔다.
얘는 순무와 양배추를 접붙인 녀석이다.
그냥 맛은 밋밋하다.
겉이 보라색 이기에 자르면 비트처럼 붉은 빛이 돌까?
헀는데 아니었다.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고 그냥 썰어서 샐러드처럼 먹기도 한다.
왜 하필 콜라비를 사왔나 했더니.
콜라비가 식이섬유가 많단다.
이걸 먹으면 변의 양이 많아진다더라.
질내 유산균을 먹고 있지만 그래도 변비가 조금 있는 엄마에게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나 보다.
콜라비를 사온 것이 오늘로 두 번째인데.
제법 효과가 있는 듯하다.
동생은 한 입 먹어 보더니 포기.
보랏빛 음식들은 다 몸에 좋다.
예전에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음식의 색깔별로 영양소도 외우곤 했었는데.
지금은 뭐 다 까먹었지.
근데 보라색 음식은 황제 수준이었던 것 같다.
흐릿한 기억중에도 보라색 음식이 제일 외우기
까탈스러웠던 게 남아있다.
적채도 좋고 포도도 좋고 가지도 좋고.
문제는 맛이다.
포도 빼고는 단맛이 그다지 없잖아.
심심한 식단이 몸에 좋다지만 매일 챙겨먹기에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 반찬가게가 생겼다.
저번에 먹었던 반찬들을 그대로 사와봤다.
오징어젓갈/오징어포/마늘쫑간장
이렇게 3가지이다.
저번에는 고추장 양념 마늘쫑이었는데
그건 좀 억세고 별로였어가지고.
코로나로 인해서인지. 가게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인지.
가게가 한산하다고 했다.
이렇게 괜찮은 반찬을 파는 가게가 문닫으면 안되는데.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좀 나아질까?
예전처럼 모여서 웃고 떠들고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뭐 벌써부터 언제그랬냐는듯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어제도 5cm에 가까운 눈이 전국에 내렸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건 뭐든 싫다던 어떤 카페의 글이 떠올랐다.
눈이 많이 내리면 농사가 잘 된다던데.
농사든 장사든 뭐라도 하나 잘 되었으면 좋겠다.
꽁꽁얼어붙은 우리네 주머니 사정이나 소비심리가
다가오는 봄날에는 활짝 열리길 바라본다.
그나저나 경기도에서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또 준다는 얘기가 있던데.
22일쯤에 결판이 난다고 한다.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 봐야지.
콜라비가 심심해 맛이 없지만
맛없는 음식이 몸에 좋다! 생각하고 우걱우걱 아무거나 잘 먹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엄마는 바라고 있겠지.
허나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직은 라볶이에 콜라가 더 좋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쫄면을 끊은 지 백만년도 되는 것 같다.
쫄면 먹고 싶다!!
으아, 주말을 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