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치살과 부채살과 삼겹살
엄마 진을 빠지게 만드는 고기파티.
마트에서 사온 살치살과 부채살 삼겹살을 조화롭게 구워낸다.
그러고 보니 가격을 살펴보지 않았네.
거의 한 팩에 15000원가량 했던 듯하다.
삼겹살은 처음엔 벌집삼겹살을 골랐다가 한돈이 할인하는 것을 보고
잽싸게 바꿔 구매했지.
원래 조금만 사서 한 끼 먹고 땡치려고 했는데.
[왠지 부족할 것이 분명해] 라는 마음이 작용하여 결국은.
또 푸짐하게 사버렸다.
그날 산 고기는 그날에 다 처분하자.
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미처 구워내지 못한 부채살은 저녁에 고쌈국수로 처리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요새 고기를 너무 안 먹은 것 같다.
고기도 가끔 구워주고 해야 체력이 붙지.
확실히 고기 먹으면 속이 든든해지면서 힘이 나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채소도 듬뿍 구워내고.
특히 마늘하고 버섯을 내가 직접 썰어서 더 애착이 간다.
칼 쓰다가 손가락 날릴뻔 한 사건 이후로는
칼을 잘 잡지 않았었는데.
과도로 살살 하니까 괜찮더라.
그래도 여전히 칼은 무섭다.
이런 사람이 사방에 칼 나오는 애니는 또 잘 본다는 게.
이렇게 배불리 먹는 날이면.
아빠 생각이 또 한 줌 난다.
아빠는 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좋아하셨다.
아무래도 소화제를 달고 사셨으니
고기는 부담이었겠지.
우리는 더 함께 있었어야 했는데.
더 잘해드렸어야 한 건데.
못해드린 말이 많은데.
제대로 된 식사대접도 한번 못해드렸다고.
그런 말들을 꼭꼭 눌러 삼키고.
이제서야 말할 수 있는 거지.
우리 사이에서는 아빠 얘기가 웃음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 때 그런 모자란 사람이 있었지롱.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옛이야기를 끄집어 내기도 하고.
다들 속으로는 어떤 기분일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시원섭섭한 마음이 아닐까 한다.
맛있는 거 먹을 때.
좋은 거 볼 때.
아빠가 딱 떠오른다.
이건 자동반응 같은 거지.
뜨거운 걸 집으면 반사적으로 손을 떼는 것 같은 이치이다.
많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떠올리면 한없이 그리워지고.
가슴이 묵직해지고.
서럽고 원통하고 그렇다.
특히 내 시험날에 항상 데려다주시면서 나눈 이야기.
그 이야기의 완결은 보지 못할 거라고.
그렇게 어렴풋이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완결이 날 줄은 몰랐다.
아빠는 영원히 살아서 나를 지켜주실 줄 알았는데.
천하 무적이라고 그렇게 믿어왔는데.
이렇게 순간 우리를 떠나실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 운명이 참 얄궂은 거라고.
내 마음 속에서는
[지금을 즐겨야 해]
라는 생각과 [지금을 투자해서 더나은 내일을 만들어야 돼]
라는 마음이 교차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잘 모르겠으니까
두 개를 섞어버리자.
요즘은 치킨도 반반이 대세니까.
이제 한껏 고기 구워 먹었으니
고기생각은 당분간 나지 않을 듯하다.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돼지 갈비가 먹고 싶다.
고기를 그렇게나 처먹어 놓고도.
인간의 입은 참 무섭다.
이게 10년도 넘게 묵은 배관인데.
아직까지 작동 되는 걸 보면 용하다.
가끔 역류하기도 하고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관리 잘 해 왔다고 생각한다.
일단 술담배를 안하니까.
근데 면식을 너무 좋아헀던 과거를 부정할 수가 없네.
라볶이를 끊은지 꽤 되어간다.
와. 할 수 있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건강에 관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면 뭔가 돼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