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달콤하게.
아닌 밤 중에 과일깎기 교실이 열렸다.
아빠한테 과일을 깎아드리고 싶어서 시작한 일.
동생은 처음 깎아본다는데 의외로 능숙능숙하여
먼저 동생이 시범을 보이면 뽀야가 따라해보는 걸로.
일단 손이 쉬이 미끄러지므로 라텍스 장갑 준비.
왼손에만 착용한다.
사과를 꼭 쥐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
절대 미끄러지지 않게 하고 나서는
각을 재어 본다.
어떤 각도에서도 쥐고 있는 손에 칼이 닿지 않도록.
각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행여 칼이 잘못 나가 아래로 슥 떨어지더라도
손가락이 다치지 않을 각도.
그걸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미 빨리 썰어버린다는 의미는 없다.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그리고 안전을 위해 칼을 내 바깥으로 향하게 두고
내가 찾은 각도에서 시작해본다.
왼손에 힘이 가장 많이 가야 정상이다.
엄지로 칼 매끈한 쪽을 슬슬 밀어준다.
오른손은 방향만 잡아줄 뿐.
오른손에 힘을 주면 칼이 사나워 날뛰니 조심.
그리하여 드디어 가운데 씨방부분을 파내야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여기가 많이 어려웠던 뽀야.
푹 집어 넣는 칼이 무서웠다.
이것도 푹 집어넣는다기 보다는 살살 비벼넣는다는 느낌으로
일단 딱딱해보이지 않는 무른 부분을 찾아내서
거기다 칼을 꽂고 좌우로 설겅설겅 밀어 들어가 보자.
어느정도 파였으면 다시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그러면 예쁜 사과 깎기 완성!
아.
뽀야처럼 손이 작은 사람은 사과 고정이 힘드니까
사과를 통째로 자를 생각말고
사과를 2등분 하고 그 사과를 또 2등분하여
그러니 총 4등분을 하여 조금씩 쥐고 살살 깎아 보자.
분명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다.
고릿적에 아빠께서 뽀야에게 사과 깎는 법을 가르치려 하였으나
진도가 안 나가는 뽀야를 두고 그냥 깎아서 맥이는 방법(!)을
택하셨다.
뭐~ 그 때문에 과일 깎는 법을 안 배운 게 맞기도 하지만
나서서 배우지 않은 뽀야 잘못이 더 크다.
이렇게나 뒤늦게 과일을 깎고 있는 뽀야를 두고
아빠는 분명 또 걱정하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방법대로라면 절대 손을 다칠 일이 없다.
예전에는 무모하게 생사과에다가 칼로 들이밀다가
손가락을 날릴 뻔도 하였지만
지금은 그때의 뽀야가 아니지.
걱정 말아요 그대.(하트)
지금은 새싹이지만. 언젠가는 사과깎기 마스터가 되어
눈감고도 슥슥 껍질을 발라버릴테니.
지켜봐주시길.
안그래도 사과를 많이 사놓았으니
먹을 사람도 많으니 마음껏 실패할 수(?)있겠다!
이렇게 삶의 소소한 능력을 익혀가는 뽀야였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는 명수옹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