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샤워기가 맛이 갔다.
얘가 나한테 물을 쏴야 되는데
내외하는 건지 뭔지 자꾸 엉뚱한 방향에 물을 쏟아내는 기라.
꽂는 부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뽀야는 고칠 수가 없다고
그냥 그렇게 추운데 벌벌 떨면서 샤워를 하다가
혹시나 해서 엄마를 불렀다.
[엄마, 이거 헤드가 자꾸 돌아가.]
[아 그거 방법이 있는데!]
[뭐시라?!]
그리하여 알게 된 샤워기 방향조절의 비결.
샤워기는 2가지 부분으로 구성이 되어있더라.
지지대와 헤드.
그리고 그 지지대가 좌우로 회전이 가능하다는 걸
이 집에 온뒤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뽀야였다.
어쩐지. 샤워기 헤드가 자꾸 도리도리질을 하길래
심상치 않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니 그런걸 알고 있었으면 뽀야한테도 알려 주셨어야지...!
허나 엄마는 뽀야가 알고 있는 줄 알았단다.
여기서 멍청함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면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라고 해서 포기하지 말자.
라는 것이다.
불편하다고 해서 그냥 쓰면 그건 바보다.
아이, 정말 어떤 얘기도 전부 뽀야를 향해 손 들고 있잖아.
속상하지만 일단 궁금증이 해결되어
너무나 개비스콘인 것이다.
개운한 이 기분을 가지고
배송이 완료된 생수를 집안으로 옮겨야지.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우리집은 꼭대기층.
배달기사분들이 내심 꺼려할 그런 장소임에도
항상 밝게 일하시는 그분들을 보며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웃음은 정말 많은 것들을 상쇄한다.
눈물도 지워내고 슬픔도 걷어내고
오늘은 욕실에서 발개벗고 자꾸만 돌아가는 샤워기 앞에서
덜덜떠는 뽀야를 떠올리며 한바탕 웃고 가시길 바라며.(이히히)
호기심~ 해결!!(추억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