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조기랑 굴비랑 헷갈려서 말하곤 했는데.
밥상에 오르기 쉽지 않은 녀석이 우리집에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마트에서 하는 할인 행사 때문이다.
바로 20마리에 17800원.
와, 되게 합리적인 가격아닌가?!
어디서 이 가격에 이렇게 맛있는 굴비를 먹어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무려 굴비님은 한 번 진화하신 분이다.
처음엔 조기라고 불렸으나 소금 팍팍 드시고
굴비로서 새롭게 태어나셨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기 쉽게 조기와 굴비를 그림으로 설명한
사이트가 있어서 소개 해 본다.
이제는 레벨 업 하신 굴비님을 조기로 부르는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예전에 자린고비들이 천장에 굴비 매달아 놓고
한 번 쳐다보고 밥 한숟갈 먹고 그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맛있고 귀한 굴비님!
아빠가 계셨다면 굴비 킬러였을 텐데.
그러고 보니 부모님과 같이 보리굴비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근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짜기만 우라질허게 짜고 딱딱하다.]
이런 평이 나왔다.
뭐,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하지만
엄마 취향이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다.
아빠가 적극 추천해서 찾은 식당이었는데
모녀의 반응이 영 시원치않자 아빠도
씁쓸해지는 것이었다.(머쓱)
아! 또 생각났다.
TV에서 생생정보인지, 투데이 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거기서 나왔던 묵은지 김치찜 백반집엘 갔었는데
거기서도 보리굴비집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낚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별로였던 가게였다.
그래서 TV를 다 믿어서는 안된다며
완전 실망했던 기억이......
모처럼 차까지 타고 멀리 나들이 갈겸 찾았지만
식도락 여행의 완성을 이루진 못하여
아쉬움이 가득했던 그 날의 미식 여행.
생각해보면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고
반쯤은 실현도 했다.
근데 지금 이렇게 아쉬워지는 것은
이 자리에 아빠가 안계셔서 뿐만 아니라
이렇게 좋은 세상에
좋은 날씨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
슬프고 아파서 그렇다.
생선을 귀신같이 발라드시던 아빠가 어느새
엄마에게 생선 살 바르기를 부탁하게 되고
이제는 그 좋아하시던 생선조차 입에 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우리 아빠 안쓰럽다.
그래도 분명 굴비 사왔으면
뽀야 접시에 굴비 한 마리 스윽 밀어넣으며
빨리 먹으라고 궁둥이 두들겨 주셨을 거야.
[생선은 발라먹기 귀찮아] 따윌 내뱉으며
까칠대는 뽀야에게 질척대면서
한 입만 먹어보라고 보챘을 거야.
그러니까......하고 싶은 말은
다들 있을 때 잘하라는 그런 말씀이다.
말씀은 높임말도 되지만 자기를 낮출 때도 쓴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더 좋겠다.
뭐, 세상에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마지막 이 말 만큼은 꼭꼭.(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