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들을 튀기려면 어지간한 노력갖고는 안 된다.
일단 프라이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기름이 자꾸 튀니까 주변도 계속 닦아 줘야 하고.
제때에 뒤집어야 타지 않으니까. 또 뒤적뒤적 해주고.
기름이 타는 냄새가 거실에 진동을 한다.
그 안좋은 냄새 계속 맡으면서 열심히 구워야 완성.
엄마의 고독이 잔뜩 묻어있는 생선구이.
그래서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많이 말하는 편이다.
그래도 있는 반찬 먹어야지 어떡해?! 하는 엄마 앞에서
할말이 없어지는 뽀야이다.
그러게, 다음에는 생선류 사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어느샌가 장바구니에는 고등어며 삼치며 임연수어며
담기고 또 담기고.
엄마가 없으면 뽀야 반찬이 확 줄어들 것임이 분명하다.
뽀야는 희한한 부분에서는 간단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음식 부문에서.
아무리 화려한 반찬이 있어도 매일 먹는 것 몇 개만 먹는다.
예전에는 밥 하나에 반찬 하나 이렇게 꺼내두고 먹어서
엄마가 많이 걱정했었지.
치우는 것도 귀찮고 어차피 하나만 파는 사람이니까.
괜찮아~ 하고 넘겼지만 그때는 영양 불균형이었다.
우리 집에 영양 관련 공부한 사람은 없지만
프로 참견러 동생이 있으므로.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 본인이 만들면 좋을텐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걸 보면
남자들이란........ 이런 뻔한 생각에 빠져든다.
사실 남녀를 나누는 분탕질은 나쁜 버릇이다.
우리가 분명 다르긴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감출 수 없는 그들만의 특징이 있다.
밥상 근처에 갈 때는 오로지 밥 먹을때만.
설거지? 개나 주라 그래.
상 차리기? 그런거 하는거 아냐.
상 닦기? 지금 바빠.
그렇게 매일 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날 일을
누나인 내가 도맡아 하고 있다.
그래, 동생은 자기 만의 할일이 있고 항상 바쁘니까.
훗, 그런데 나는 사실 기한을 정해 두었다
그 기한이 지나면 공동 집안일 분담을 언급할 것.
적어도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치우자.
이정도는 말할 수 있지.
그간 타지에서 고생한 거 감안해서
고생한 기간 만큼은 내가 해주겠어.
그 다음은 나도 장담 못 해.
이런식으로 나가볼 생각인데.
대략 4-5년 이구나.
아이고 그간 고생 많이 하겠네. 씁쓸한 뽀야였다.
이래서 빨리 직장을 가져야 하는 건데
뽀야는 너무 늦어버렸다.
근데 직장 다녀도 설거지까지 내가 할듯한 이 기분은 뭐지?!
특근을 달고 열심히 근무하는 수밖에 없겠어!
설거지가 하기 귀찮다고 근무시간을 늘리려는 바보가 여기 있답니다.
이래저래 피곤한 인생이다.
이정도면 꽤나 아무것도 안하고 사는 인생임에도
불만족 해결과 반주부의 처우 개선 운동에 열심이고 싶다.
완주부가 안되는 것은 밥을 하지 않으니까.
밥은 밥솥이 하긴 하지만 어제 쌀 씻는 고통을 알았다.
오랜만이었다.
얼음장같은 물에 쌀 씻기.
아무리 박박 이겨대도 계속 뿌연 국물이 나와!
그래도 갓지은 밥은 정말 맛있었으니까 뭐.
밥이 오전에 딱 떨어지면 쌀을 씻어서 불려놓아야 해서
손이 시리는 것이다.
원래 뽀야도 밥을 곧잘 했었다.
그런데 물을 못 맞춰서 자꾸 너무 되거나 너무 질어서
쫒겨 났다.
밥통이 알아서 밥도 해주고
밥물 맞추기 눈금도 있는데 뽀야는 왜 어설픈 것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모자를 것 같을 때는 늘 넘치고
넘칠 것 같을 때는 늘 모자른다.
그 역을 비틀어 생각해도 늘 놓친다.
가끔은 망한 밥도 같이 먹어주는 게 좋다.
밥짓는 기술을 익히기 위한 방법은 그것 뿐이다.
하지만 너무나 자식들을 오냐오냐 키운 엄마아빠는
딸내미가 밥 하나 짓는 걸 두려워하게끔 만들었는지도.
시행착오가 음식계에서는 어렵다.
망하면 다 버려야 하잖아.
아깝지, 그러느니 내가하는 게 낫지.
이런 흐름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요리 무식자가 탄생하는 것.
이대로는 안 된다.
2021년 목표 안에 간단한 요리도 집어 넣어야 할 기세다.
요새 요리 못하는 여자도 있던가?! 싶지만
유행 흐름의 구석탱이에 버려진 뽀야가 여기서 울부짖고 있으니까
그냥 모른 채 지나가 줘.
그래서 편스토랑 볼때마다 일도 사랑도 요리도 잘하는
가수 이정현이 겁나 부러웠던 것이다.
나도 노력하면 그런 똑순이가 될 수 있겠지.
오늘부터 짜파게티 요리사는 졸업하고
요리 좀 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백파더는 꼭 봐야겠네.
직접 못하면 대리로라도 하는 수밖에.
굴비에 정성을 쏟는 엄마의 옆모습을 그리면서.
그래도 요리 하나는 할 줄 알아야지. 맞아.
인정하는 뽀야였다.
언제까지 인정만 하고 있을 셈이야~
도전을 하라고 도전을!
아아.... 할 일이 너무 많아 지친 뽀야는
오늘도 조용한 집에 타자소리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아, 이제부터 정말 뭐든 열심히 한다고 하네요.
한번 더 기회를 줘 볼까요?
[됐다 그래~]는 묵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