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기억이 오래 남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가장 가까운 친구 몇몇과 지인들.
그리고 내가 아끼는 배우들.
그 중에 남길이 있다.
사람이나 언행, 마음씨 따위가 착하며 곱고 어질다.
라는 게 사전 속 선함의 정의이다.
이 정의대로라면 남길은 정말 선한 사람이다.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지.
정말 그렇다.
남길 덕분에 한양도성이 걷기에 그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해외에서 어려움에 빠져 힘든 사람들에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툴툴대고 장난이 많고, 밝은 모습.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도 영화 어느 날(2017)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 속 강수라는 캐릭터가 실제 자신의 성격과 가장 닮아있다고 말한다.
거칠거칠 하지만 사실은 여리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그런 아련하고 반쯤 슬픔에 잠식되어 있지만.
본인은 그걸 깨닫지 못하는 가련한 인물.
일상에 치여 살면서도 자신을 되돌아 볼 용기조차 없는 사람.
푸른 바닷가에서 오열할 정도로 깊은 마음을 지닌 사람.
남들 앞에서는 밝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하는 상황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우리 삶이 빛나는 이유는 죽음이라는 게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그래서 더 값지고 소중한 거겠지.
하지만 그런 어두움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어진 것이.
남길을 알게 되면서였다.
그의 작품 발자국을 따라 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감정이입이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기에.
서로 공감하고 아파하고 보듬어 줄 수가 있다.
영화 대사들이나 장면들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전해받았다.
다시 돌아갈 수없는 추억은 소중하지만.
그 자리 그대로 놔두기에 너무 먼지 앉아 가슴아프고
사실 가까이 하기 두려워 하면서도 놓을 수는 없고.
참 이중적 감정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이다.
추억이 뭐라고. 앞으로 쌓아나가야 할 수많은 경험이 내 앞에 존재하는데.
주어진 기회를 포기하지 말고 그대로 끌어안기.
그게 그렇게 힘들었나 싶다.
이강수라는 캐릭터는 냉정하다.
그러면서도 따뜻해지려고 발버둥 친다.
그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은 혼자 다 한다.
그럼 당신의 슬픔은 누가 감싸안아 줄 수 있나요?
한 올 한 올 껍질을 벗기면.
그 속에는 펑펑 울 수도 없는 어른이가 새빨간 눈을 하고 앉아 있다.
이제 내 품을 내어주고 싶다.
그리고 흐느끼는 머리를 꼭 껴안고.
당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세상은 다 그런 거라고.
어쩔 수 없는 일 앞에서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말자고.
속삭여 주고 싶었다.
나 또한 힘겨울 때 그러했으니까.
다 묻어버리고 현실로 돌아가는 일은 가장 비현실적인 일이라는 걸.
그래도 뒤늦게 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싶다.
상처는 곪기 전에 터뜨리는 게 좋잖아.
아픈게 두려워서 미뤄두기에는 점점 더 아프고 답답해 지잖아.
생각을 바꿔 봐.
그리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너를 원망하고 책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걱정 하지마.
라고 누군가 나를 토닥여 주길 바랐다.
그런 위로를 영화 한 편을 통해 받은 것 같다.
어느 날.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영화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 삶 속에서는 몇 번이고 벌어지고 있다는 걸.
외면해 왔을지도 모른다.
몇 명의 미소를 떠나 보내야 내가 깨닫게 될까.
한번쯤은 다 내려놓고 소리내어 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나는 울 수가 없다.
고통에 민감한 내가 그걸 피하기 위해 돌고 돌아 이자리에 있는 것은.
울음 몇 번으로 탕감될 수준의 무게가 아니기에.
어쩌면 평생 안고 살아가야할 슬픔이.
내가 성장하듯이 따라 성장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나는 너를 꽉 끌어안고 살아가기로 했다.
[슬픔이여, 안녕.]
사강의 장편소설 이름과도 같은 이 문장은.
몇 번이고 EBS 라디오를 통해 들었었다.
우리네 복잡한 사정 같은 거 운명은 봐주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는다.
그냥 뚫고 나가야 하는 거지.
강수의 슬픔 밑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저 비가 내리면 씻겨 내려가 버릴 그 빈 공간에는.
강수의 울음소리만 가득하겠지.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떠나 보낼 때 모인 문상객들과 가족은
곡을 한다.
꺼이꺼이 소리높여 고인을 추모한다.
떠난 자는 말이 없다.
슬픔과 적막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나는 소리 높여 아빠를 부르짖었다.
그 때 이후로는 소리내어 운 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베갯잇을 적시며 훌쩍댄 적은 있었어도.
그런 날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다 빠져나가고 텅텅 비어있더라.
그 자리에 슬픔 혼자 들어앉지 않게.
내가 나를 잘 돌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째 이야기가 무겁게 흐르는데.
사실 하고 싶은 얘기는 남길이 무척이나 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 다정한 사람이라는 거.
그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깊게 느껴지곤 한다.
이렇게 선한 사람이라서, 더 좋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멀리서나마, 나를 위로해주고, 도닥여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걸 남길은 알고 있을까나.
그가 우주 최강 쇼에서 싸이의 [연예인]이라는 곡을 불러주었을 때도.
가슴이 찡했다.
그 노래는 아빠도 즐겨 듣던 노래였기 때문에.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게요.]
정말 말 그대로를 올바로 실천하고 계신 우리 우쭈쭈.
감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나 인걸요.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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