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다.
산책을 나가면 여기저기 꽃들이 반긴다.
그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이름이 있겠지만.
그걸 다 파악하기는 번거로워서 나는 그저 꽃나무들 이라고 부르게 되는데.
나한테 누군가가 [어이~ 사람1 반가워!] 라고 말하면 얼마나 신경쓰일지.
그래서 되도록이면 요즘에는 이미지 검색이라도 돌려서
식물 이름을 찾아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래도 우리는 따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꽃을 보면 아름답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안다.
그래서 무심결에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찍어대는 것이지.
식물한테 살아간다는 의미는 뭘까.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서 숨쉬며 광합성 하는 것 자체로도.
얼마나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는지, 그들은 모르겠지.
엄마는 식물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고 잎사귀를 닦아주고 사랑을 듬뿍 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작은 화분 하나가 이렇게나 집안에 평화를 가져다 주는 구나(!) 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과 햇빛과 바람.
이런 작은 요소들이 저렇게 아름다운 잎과 가지들을 만들어낸다니 신기하고 오묘하다.
어쩌면 훨씬 이전부터 그 자리에서 살고 있었을.
식물들의 자리를 우리가 침범하게 되면서부터.
우리의 공존은 어렵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인위적으로 공원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하는 노력이 보잘것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이 지구에 초록을 전파하는 날을 만들어 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생존을 위한 조금의 노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는 나도 식물 그까이 거.
그런 사람이었다.
식물에서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그렇게 생각하는 조금 부족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더 보려고 하고.
관심을 가지고 그러고 살아간다.
식물이 가져다주는 오롯한 평화와 책임감은 남다르다.
살아있는 생명체 만이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온기가 있다.
가방이나 구두, 옷을 아무리 많이 사도 이런 같은 느낌을 얻을 수는 없다.
가슴 한구석이 아련한. 내 식구가 생겼다는 조촐한 책임감.
아침마다 말 걸 상대가 생겼다는 소박한 기쁨.
척박한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내는 저들을 볼 때마다.
나도 굴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야지! 하는 삶의 의욕이 불탄다.
식물의 싱그러운 초록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편안해 진다.
그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존재.
몇 mm씩 자라지만 뒤돌아 서면 어느새 불쑥 자라있는 과묵한 존재.
그런 존재들을 마음껏 아끼고 사랑하고 싶다.
과도한 개발로 꽃나무가 베어지고 뽑히고 이동되고 하는 모습을 보며.
저들은 자신의 생사여부를 스스로 결정지을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하다.
그래서 더 많이 바라보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며.
그래도 우리 함께 살아가자고.
그런 말을 건네고 싶어지는 것이다.
더 많이 가꾸고 돌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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