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나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재치라고 생각했는데.
때로는 오지랖과 과장스런 행동으로 받아들여 지곤 했다.
남길을 보면 상황을 재치있게 모면하고 그런 일이 잦은 것 같다.
흔히 말이 많다보면 실수 거리를 흘리고 다니기 마련인데.
남길은 생각이 깊어서 그런가 그런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남길이 좀 더 예능에 많이 나오면
아마 구멍도 보일 거고 놀림거리도 많이 추가 되겠지.
그치만 그런 모든 점이 다 사랑스러울 것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예전에 삼시세끼 출연한다고 떠들썩 했을 때도.
그려려니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차분한 예능이면 괜찮을 것도 같고.
이제 새 작품들 마무리 지으면
홍보를 위해 발로 뛰어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도 예능 출연이 기대가 된다.
코로나 시대라 무대인사 도는 거 구경하기도 겁나고, 신경쓰이고.
그리고 대포여신님들이 자리잡는 앞쪽 공간에 헤치고 들어갈 용기도 없다.
그저 쩌리인 덕후는 집에서 모니터 보면서 허벌랭 광광 울 뿐이지.(머쓱)
남길의 번뜩이는 재치가 많이 발휘되었던 작품은 역시
드라마 명불허전(2017)이 아니었을까.
침을 가는 장면을 맛깔나게 살려낸 아이디어를 낸 것도 남길이고.
온갖 익살스러운 장면들에서 재치가 빛이 난다.
그리고 가끔씩은 자신의 다른 작품을 번갈아 작품내에서 언급하기도 하고.
솔직히 키스신도.
카메라랑 스태프들 다 둘러쌓인 곳에서 촬영되는 것인데.
얼마나 어색하고 쭈뼛하고 그럴 것인가.
그런 상황에서 상대배우 어색하지 않게 재치있게 받아주고 하는 것도
배우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대본에는 [같은 침대에서 자다가 굴러 떨어진다.]
라고만 되어 있더라도 그걸 또 온갖 익살스럽고 능청스런 표정으로 소화해 내고.
재치를 발휘하여 조금 더 실감나고 진짜같게,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그의 재주가.
나는 정말 좋다.
허임이 실제 침을 찌르는 장면은 인형인 더미를 놓고 찍은 것인데.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배워 온걸 피나도록 연습해서 실현시킨 장면이기에.
화면으로 볼때는 더미같지도 않았고 실감이 확 났다.
그런 연기에 있어서 진지한 면도 절대 놓칠 수 없는 남길의 매력포인트다.
그렇게 진지한 사람이 생남길로 돌아가면 그렇게 놀릴 거리가 많아진다.
수더분한 옆집 오빠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의 번뜩이는 재치가 엿보였던 장면 중 하나가.
조선시대로 갔을 때 아이들과 함께 숲길을 걷던 장면인데.
거기서의 남길은 토끼 남길이라 칭하고 싶다.
풀 떼기를 입에 넣어 먹어보다가 퉤퉤 뱉기도 하고.
아이들의 두손을 잡고 빙글빙글 놀이 태워주기도 하고.
그런 몇 줄로 지나 갈 그런 대본의 활자들이.
남길의 재치있는 연기로 인해 살아 숨쉬게 된다.
여유가 있다고나 할까.
조급하지 않은 느긋함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바쁘게 촬영하는 와중에도 장면 하나의 디테일을 위해 애쓰는 것이다.
그런 사소함이 연기 인생을 쌓아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지.
뭐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남길이다.
명불허전에서도 전반부는 약간 희화화된 허임을 연기하고.
후반부에는 진정성 있는 흑화된 허임의 모습을 연기했다는.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이런 캐릭터의 변주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는 극에 있어서 단면적인 캐릭터가 많이 없지 않은가.
다들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살려내는가도 배우의 몫인데.
남길은 그걸 충분히 잘 현실화 하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칭찬들을 들으면 밥상을 뒤집어 엎으며 쑥쓰러워 할텐데....
하고 생각하니 계속 더 말하고 싶어지는 내 안의 가학적 성향이 눈을 뜬다.
놀리는 재미가 있는 귀여운 사람이라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친근하게 팬이 놀려도 그걸 다 인정하고 포용하는 면은
김남길 갤러리의 남길고사(질문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힘들어지면 삶이 피폐해지는데.
덕질이라는 게 참 줄타기 같다.
어느 한 쪽으로 너무 쏠리게 되면 덕이 없고.
너무 멀어지게 되면 팬도 아니고 덕후도 아니고 어정쩡해지지.
그렇게 능숙하게 팬을 조련하는 남길이 좋다.
떡밥 떨어질 때면 하나씩 흘려주고 떠먹여 주고.
팬들 심심할까봐 놀아주고 하는 다정하고 재치넘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서 정말 다행이다.
영화 야행이 촬영을 시작했는가 보더라.
가끔씩 트위터 검색을 하는 편인데.
남길의 새소식이 주로 내가 블로깅을 마치고 올라와서.
늘 한박자 늦게 알게 되지만.
그래도 좋다.
우리는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같은 배우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그런 무리들이잖아.
싸우지 말고 다투지 말고 지금까지처럼 재미나게 덕질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남길의 재치를 출연작에서 찾으려면 정말 꼼꼼히 샅샅이 봐야 돼서.
피곤한 면이 없진 않지만.
우리의 덕후들은 귀신같이 그걸 또 잡아내어서 널리 퍼뜨리니까.
둔한 내 눈과 귀에도 들어오게 되고.
그걸 또 재생산하고.
이 모든 과정이 재밌기만 하다.
남길의 여유와 유머스러움, 재치가 더 빛나도록.
다른 걱정 없이 연기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응원하고 좋아해서.
남길이 향하는 그 길이 360도 방향으로 쫙 펼쳐지기를 소망해 본다.
내가 향하는 그 길도 남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