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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손아귀 나무

by 뽀야뽀야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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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에 너무 예쁜 나무가 있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ㄱ자 나무? ㄴ자 나무?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 공동현관 바로 앞 화단에 자리잡고 있어서.

드나들면서 보기 싫어도 보게 되는 반가운 나무이다.

 

날이 추울 때 봤을 때는 앙상하게 가지만 있더니.

요새 날이 좀 풀리니까 새단장을 시작했나 보다.

초록빛 잎사귀들이 마구 돋아나는 걸 보면 봄을 실감하게 된다.

길가에 피어있는 벚꽃들도 참 아름답지만.

이렇게 싱그러운 잎사귀를 늘어뜨린 꽃나무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른다.

 

스노우 사파이어도 그렇고 그저 푸른 잎 만으로도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 측면에서도 이렇게 새로운 나무들을 관리하려면 힘들텐데도.

여기저기 수고로움을 불어넣은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가 다른 모습이고 어쩌면

잎을 다 떨구고 열매를 맺거나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

 

나무란 존재는 참 묵묵해서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이 쌓이고 하는 그런 당연한 일들.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있으면서도 유연한 잎을 내미는 신비의 존재.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봄이라고 해서 새로운 잎사귀를 내미는 저들이 밉지가 않다.

밉기는 커녕! 너무나 사랑스럽다고~~(와아앙)

 

동네에 작은 단지 내 공원에 가면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된다.

그러면 또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 일부러 꺾어놓은 것이 아니고 태풍급 바람에 꺾였다거나 하는 것들인데.

그것도 떡 하니 인도에 놓여 있으니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나뭇가지를 발견할 때마다 공원 중앙 잔디밭으로 옮겨놓곤 하는데.

사람이 그나마 덜 지나다니는 가운데 화단에 말이다.

그리고 제일 슬픈 일은

낙엽이 짓밟혀 똥이 된 모습을 보게 될 때이다.

일본에서는 황혼의 나이가 된 부부에게 있어서.

남편의 존재를 젖은 낙엽이라고 일컫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빗질을 해도 떨어지지 않는 성가신 존재.

나를 귀찮게 하는 존재에서 그런 명칭으로 부른다고.

 

어째서 서로 다정한 것이 다른 한 사람에게는 비극이 되는가.

다정하다는 말을 뜯어 보면.

정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정이라는 게 참 무섭고도 오묘한 것이.

오랜 시간 함께 하면 별다른 노력없이도 생겨나니까.

그래서 끊기가 무섭고 두려워 지는 게 정이라는 거지.

미운 정 고운 정 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사물과 식물에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물건을 쓰다가 고장나면,

[아이고 이 물건 안됐다.]

[이제 더이상 쓸모가 없어졌네.]

[버리기는 아쉽다, 정들었어.]

그렇게 생각이 든다.

이것도 물활론적인 사고의 영역인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유치한 면이 아직도 내게 있다는 것이.

마냥 어린애 같고 그렇게 생각이 되지만.

나는 나무와 같이 성장한다고 믿는다.

지금은 딱히 표가 안 나지만.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느낀다.

어제가 다르고, 또 내일이 다를 것이다.

 

그렇게 나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게.

항상 노력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 어제 긴긴 가족 회의를 했다.

우리의 삶을 점검하고 뒤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덕분에 엄마는 요새 맛들려서 보는 프로그램인

[내 딸하자]를 놓치고 말았지만 어쨌든.

 

요즘 엄마와 내가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이

방구석에서 TV나 보고 있을 바엔 나가서 운동을 하는 게 낫다.

라는 것이다.

물론 아주 컴컴한 저녁 때에 하거나

운동에 미쳐서 몰두하고 그런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범주 내에서 하는 건전한 생활운동 말이다.

그래도 개인의 취향은 고려 되어야 하니까.

기황후가 재방송하는 6시 20분까지는 집에 돌아와야 한다.

우리는 저녁을 오후 5시에 먹으니 가능한 일이지.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한다는 게.

번잡스러워 보이고 한 우물을 파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플랜B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또 설득력이 있다.

하나에 올인 해서 삶을 망칠 뻔했던 전적이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갈 끈기를 키워야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새 피아노 연습이 지지부진 하다.

매번 같은 구간을 반복하고는 연습을 마친다.

잘하는 부분만 계속 잡고 있고 싶어진다.

새로운 마디로 진출하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하고.

이래서는 1곡을 마스터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고.

꾸준히 한다는 것.

쉽지 않다는 걸 또 느낀다...(T.T)

 

나무처럼 사부작 사부작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면서.

꼿꼿하게 그 자리에서 온갖 고난 다 겪고.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입는 그런 유연한 자세.

나무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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